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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숙인 등’ 복지 예산, 누구를 위한 예산인가?

 

정보는 가리고, 정책은 후퇴한 임시주거지원사업
민간일자리 좇아 허리띠 졸라매는 공공일자리
노숙인 지원주택, 공실을 영원히 공실로 둘 것인가

 

[필자 주] 올해 증액된 서울시 ‘노숙인 등’ 복지 예산은 대부분 시설 운영을 위한 예산이다. 증액분 중 대부분은 시설 종사자 인건비 인상분이다. 시설 운영 예산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노숙인 프로그램 운영’ 예산이 전년 대비 증액되었는데, 증액분 모두 ‘노숙인 등’ 복지 사업 홍보 예산에 투여되었다.

반면에 홈리스를 직접 지원하는 사업의 예산은 대부분 전년 대비 감소하였다. 특히 거리홈리스의 생계와 주거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임시주거지원, 공공일자리, 지원주택 사업 예산이 모두 마땅한 근거 없이 감액되었다. 올해 서울시 예산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서울시 ‘노숙인 등’ 복지 예산 25년 대비 26년 증감을 보여주는 표. 노숙인 종합지원센터 운영 예산에서는 대부분이 삭감되었으나 임시주거지원사업(다시서기) 부분만 약 5천만 원 증가했다. 노숙인 등 일자리지원, 노숙인 주거안정지원 예산은 삭감되었고, 노숙인 생활시설운영 종사자 인건비는 약 6억 3천 9백만 원 증가했다. 제작 비마이너

서울시 ‘노숙인 등’ 복지 예산 25년 대비 26년 증감을 보여주는 표. 노숙인 종합지원센터 운영 예산에서는 대부분이 삭감되었으나 임시주거지원사업(다시서기) 부분만 약 5천만 원 증가했다. 노숙인 등 일자리지원, 노숙인 주거안정지원 예산은 삭감되었고, 노숙인 생활시설운영 종사자 인건비는 약 6억 3천 9백만 원 증가했다. 제작 비마이너

‘노숙인 등’ 복지 사업은 기본적으로 지방 이양 사업이다. 국가가 사업 시행의 권한과 책임을 각 지방자치단체(아래 지자체)에 넘겼다는 뜻이다. 사업 시행 근거인 「노숙인복지법」에는 국가와 지자체 모두가 ‘노숙인 등 보호’의 책임을 진다고 적혀 있으나, 실제로 대부분의 사업은 국가 보조금 없이 지자체가 편성한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는 국가가 떠넘긴 책임을 다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노숙인복지법은 대부분 임의규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노숙인 등’ 복지 사업은 각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사업일 뿐이지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 아니다. 그래서 실제 운영 중인 사업의 종류와 규모가 지자체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임시주거지원사업을 강원도 원주시는 아예 운영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원주시 홈리스는 시설 입소 외에 다른 서비스 선택지가 없다. 어떤 지역에서 홈리스가 되는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지원이 결정된다.

지자체 중 ‘노숙인 등’ 인구 규모가 가장 크고, 사업 규모도 가장 큰 서울시는 잘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요즘 서울시는 인구실태, 추진실적 등 사업평가의 근거로 삼을 만한 자료들을 감추기에 바쁘다. 그나마 공개하는 예산도 분석하기 어렵게 뭉텅이로 발표한다. 그래서 서울시의 실력을 가늠하려면 여러 연도의 자료와 정보들을 모아 조각보처럼 엮어 보는 수밖에 없다. 

정보는 가리고, 정책은 후퇴한 임시주거지원사업

임시주거지원사업은 쪽방, 고시원 등 월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거처에 홈리스가 임시로 거주할 수 있도록 임차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고맙게도 서울시는 최근 들어 임시주거지원사업 예산 분석에 드는 수고를 덜어 주고 있다. 지원 인원수, 지원 월세액 등 사업 예산의 구체적인 산정 기준을 아예 비밀에 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올해 예산이 전년 대비 감액되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예산은 오히려 증액되어야 마땅하다. ‘2024 서울시 노숙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 사업의 주요 지원 대상인 ‘거리노숙인’의 수는 2023년 475명에서 2024년 551명으로 늘었고, 지원 월세액의 책정 기준인 주거급여 기준임대료 또한 작년 35만 2000원에서 올해 36만 90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예산뿐만 아니라 사업 자체를 질적으로 후퇴시키고 있다. 임시주거로 활용되는 거처는 민간 소유주가 운영하는 쪽방, 고시원 등 비적정 주거뿐인데, 이들은 대부분 공간적 한계가 명확하여 여성, 장애인, 노인 등이 거주하기 어렵다. 정신질환 등 취약성을 가진 사람은 아예 입실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이들을 포괄하기 위해서는 낮은 질의 민간 거처를 정책 수단으로 삼는 방식을 버리고, 서울시가 예산을 확충하여 적정 수준의 임시주거를 직접 공급하는 방식 등을 통해 사업 주체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여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서울시는 카드로 월세를 결제할 수 있거나,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 있는 곳으로 이용 가능한 거처의 폭을 좁히고 있다. 최근에는 임시주거지원사업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지원 기관이 신청자의 질환과 주거 유지 가능성을 따지며 접수 자체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민간으로의 세금 유실을 막고, 사업 전반의 공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민간일자리 좇아 허리띠 졸라매는 공공일자리

일자리지원사업 예산도 전년 대비 감소하였는데, 대부분 전일제 일자리 예산에서 감액되었다. 월별 전체 공공일자리 개수도 2023년 833개에서 2026년 625개로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서울시는 ‘노숙인 등’ 인구의 감소 추세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하나, 서울시 조사에는 임시주거지원사업 이용 종료 인원, 재개발 등으로 퇴거당한 쪽방 주민, 정신질환 등을 이유로 정신·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한 거리홈리스가 포함되지 않는다.

더욱이 지난 2022년 서울시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주거 및 탈노숙 유지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임대주택에 입주한 후에도 3년간 공공일자리 참여 대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단편적인 감소 추세를 근거로 공공일자리 예산을 지속적으로 감액하고 있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 문제인 것은 공공일자리가 질적으로도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일자리 중 참여 기간이 길고 소득이 높아 안정성이 큰 전일제 일자리가 시간제 일자리에 비해 계속 작은 비중으로 편성되는 것도 모자라, 절대량마저도 지속 감소하고 있다.

서울시의 행정 편의적 태도는 구체적인 지침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시는 현재 “주민등록말소자”, “장애정도 심한 노숙인”과 같이 정책적으로 더욱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대상을 일자리지원사업에서 배제하고 있다.

또한, “생활시설 입소자”가 공공일자리를 신청할 경우 우선 채용하겠다며 일자리지원사업을 시설 운영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자리지원사업의 양적 확대와 함께 해당 지침들을 폐기하는 질적 개선 또한 필요하다.

공실을 영원히 공실로 둘 것인가

서울시는 정신질환 또는 알코올 의존증을 가지고 있는 홈리스에게 ‘지원주택’이라고 부르는 임대주택 입주를 지원하고, 사례관리 등 생활을 지원하는 주거안정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사업의 예산 역시 전년 대비 약 12%가 감액되었다. 그중 입주자 사례관리를 위한 예산은 무려 55%나 감소했다. 

작년 11월 기준 서울시가 운영하는 지원주택 315호 중 63호가 공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서울시는 공실 발생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해소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공실 물량에 해당하는 만큼 사례관리 예산을 삭감했다. 공실 발생에 대한 원인 분석이 즉시 이루어져야 한다.

지원주택 사업 또한 운영 방식에 문제가 많다. 우선 ‘노숙인 지원주택’은 정신질환 또는 알코올 의존증을 진단받은 ‘노숙인 등’이어야 신청할 수 있다. 즉, 해당 질환을 진단받지 못한 경우에는 신청할 수 없다. 

또한, 서비스 필요도 및 생활 계획 심사를 위해 시설장 추천서를 제출하게 되어 있는데, 이는 시설 관계자와 입소자 간 위계를 더욱 강화하고, 신청 희망자의 사회복지 수급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질환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주거를 먼저 제공하고, 이후 개별 특성에 맞게 필요 서비스를 연결한다는 주거 우선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수급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공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홈리스뉴스 146호>에 함께 실렸습니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9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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