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간 색동원 성폭력 사건… 피고 측 “피해자 진술 오염가능성” 주장
10일, 김 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 열려
김 씨 측 변호인 “공소사실 불특정 됐다” 주장
장애인들 “가해자 엄벌해야”… 5천 명 탄원 모여
재판부, 8월 말이나 9월 초 선고 예정
재판 안내판에 색동원 전 시설장 김 씨의 사건번호와 사건명 등이 적혀있다. 사진 김소영
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에서 여성 장애인 3명을 성폭행하고 1명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 시설장 김 씨의 공판준비기일이 10일 열렸다. 이날 김 씨 측은 검찰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으며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씨 측 변호인 “피해자 진술 오염 가능성 있어”
오전 9시 40분, 공판준비기일 시작 시각인 10시 10분보다 한참 이른 시간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 519호 법정 앞은 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권활동가들로 붐볐다. 약 50명의 시민이 방청을 위해 모였지만, 법정에는 30여 명과 취재진만 입장할 수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통로에 서거나 바닥에 앉은 채 재판 과정을 지켜봤다.
오전 10시, 공판준비기일이 시작됐다. 10시 2분, 녹색 수의를 입은 김 씨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정면을 응시한 채 재판장의 질문에만 짧게 답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첫 정식 재판 전, 검사와 변호인이 법원에 모여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신청 및 조사 방법 등을 논의하는 절차다.
김 씨 측 변호인은 “공소장을 보면 공소사실 장소나 시기를 이 정도로 넓게 잡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최대한 검찰에서 공소사실의 일시와 장소를 특정해 주길 바란다. 이런 식으로 공소사실을 기재한다면 사실상 피고인에게 방어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은 “시간과 장소적 특성을 보면 그 시간에 실제 장소에서 범행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는다”며 “이 점에 대해 충분히 입증하고자 하고 있다. 재판부가 가능하다면 현장검증을 통해 상황 자체가 어떠한 구조로 돼 있는지 정확하게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피해자 증언의 신빙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피해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은 보류한다”며 “피해자 진술이 객관적 상황 속에서 가능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피해자들의 진술 자체가 이미 여러 과정을 통해서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했다.
변호인은 시설 직원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피해자가 아닌 다른 객관적인 사실로 피해를 입증하려고 한다”며 “직원들을 통해서 피고인이 근무하는 기간 동안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그런 피해가 발생했는데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만약 이야기했다면 일지에 기록하게 돼 있는데 왜 일지에 없는 건지 등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장에 있던 직원들을 증인으로 신청해서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변호인은 “전문가들이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걸 증거로 제출했을 텐데 사실상 그건 어떻게 보면 일방적인 것이다. 어떤 조건 하에 진술 및 판단을 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과연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있는지, 믿을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지, 어떠한 왜곡 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는지 등을 감정인(전문가 증인)을 신문해 따져 보겠다”고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을 고려하고 있는지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고민해 보겠다”며 “피고의 변호인 입장에서는 피고인이 충분히 자기 주장을 하고 입증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아야 되는데 이런 식으로 재판을 기사화하고 언론에서 압박을 가하는 방식이 있다면 사실 재판이 어려울 수도 있다. 특정 단체가 재판에 압박을 가하지 않도록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 “필요하다면 피해자 증언할 수 있어”
검찰은 김 씨 측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공소사실은 최대한 특정했다”며 “장애인의 진술능력을 고려해 어느 정도까지 특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검토가 이뤄졌다. 관련 판례도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해당 부분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가장 주요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라며 “현장검증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고, 피해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지 않게 된다면 전문가 의견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현장검증이 진행된다면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협조할 예정”이라며 “이 사건이 계속 언론에 보도되어 장애인단체를 언급하신 것 같은데, 현재 방청 중인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조용히 재판을 경청하고 있는 만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증인신문과 관련해서도 “필요하다면 피해자들은 법정에 나와서 증언을 할 수 있다. 피해자들의 억울한 심정을 토로할 수 있는 길은 증인신문 밖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검토를 한 번 해주시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재판 종료를 앞두고 재판장이 김 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 씨는 “없다”고 짧게 답했다.
10일 오전 11시,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색동원 성폭력 사건 가해자 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가자들이 주먹 쥔 손을 높이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재판을 마친 뒤, 이날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입구에서는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에 김 씨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공대위는 앞서 3월 30일부터 4월 6일까지 시민 5005명으로부터 받은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김 씨에 대한 재판은 오는 4월 24일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한 달에 두 차례씩 총 여섯 번의 공판을 거쳐 8월 말이나 9월 초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공대위 활동가가 “색동원 성폭력 사건 엄중 처벌 촉구하는 시민 5005명”이라고 적힌 종이봉투를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 장애인에게 신체적·정신적·언어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 경제적 착취, 유기 또는 방임을 하면 학대 행위에 따라 「장애인복지법」, 「형법」, 「성폭력처벌법」, 「아동학대처벌법」 등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장애인 학대가 의심되면 1644-8295에 신고하시길 바랍니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9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