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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 기준 평가에 내몰린 발달장애 학생들, 국가·교육청 상대 소송

 

 

발달장애 중학생 4명, 국가·교육청 상대로 소송 제기
배우지도 않은 내용 시험… 발달장애 학생들 ‘좌절’
특수교육 대상자 70%가 발달장애인… 그럼에도 평가 지침 없어
학부모·장애인들 “구체적인 대안평가 방안 마련하라”

 

 

“엄마, 나는 배우지도 않았는데 시험을 봐요?”

발달장애인 쌍둥이를 둔 조경미 씨는 자녀의 이 질문을 듣고서야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떤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는지 알게 됐다. 그전까지는 수업과 평가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확인해 보니, 아이들은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으면서도 정작 시험은 배우지 않은 일반학급 교과 내용으로 치르고 있었다.

발달장애인 자녀의 학부모들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법조공익모임 나우 등은 27일 오후 2시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 학생들이 수업과 평가 과정에서 정당한 편의제공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한민국(교육부)과 서울시·인천시·경기도(각 교육청)를 상대로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법조공익모임 나우 등이 27일 오후 2시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발달장애인의 수업, 평가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 차별구제청구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김소영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법조공익모임 나우 등이 27일 오후 2시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발달장애인의 수업, 평가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 차별구제청구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김소영

“아이의 질문에 대한 답, 대한민국 정부에서 해야”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이승헌 장추련 사무국장은 법원이 아닌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 소송은 단순히 재판에서 승패를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인도 수업과 평가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정당한 편의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제도 개선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경미 씨는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아이의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왔다. 아이의 질문에 대합 답은 엄마인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 씨는 “소송을 하게 됐다고 아이에게 말하고 의견을 물었더니, 아이가 이렇게 적어줬다”며 자녀의 글을 전했다. ‘배우지 않고 시험을 보면 아무것도 모르겠다’, ‘왜 학교에 나오는지 의문이다’, ‘모르는 게 많아서 그냥 앉아 있는 느낌이다’, ‘심심하고 지루하고 나도 친구처럼 하고 싶다는 생각,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아이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배우지 않은 내용을 비장애학생들과 똑같이 시험 보게 하는 것이 통합인가. 이것이 정말 평등한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도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게 아니라, 노력한 만큼 잘했다는 칭찬을 받고 싶어 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달장애인 원고의 어머니이자 중학교 교사인 이수현 씨는 “왜 내 아이는 배운 것을 평가받을 기회조차 없이 늘 실패만 경험해야 하는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말하는 통합교육은 같은 공간에 두는 것이 아니라 같이 배우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교실은 누군가에게는 배움의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포기의 공간이 되고 있다”며 “발달장애 학생의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고로 나선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조경미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원고로 나선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조경미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이수연 법조공익모임 나우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그의 옆에는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배운 만큼 평가 받는 학교 체계 마련하라”,  모두의 수업, 모두의 평가를 보장하라”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이수연 법조공익모임 나우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그의 옆에는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배운 만큼 평가 받는 학교 체계 마련하라”, “모두의 수업, 모두의 평가를 보장하라”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특수교육 대상자 70%가 발달장애인… 그럼에도 평가 지침 없어

2025년 교육부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발달장애 학생은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의 70.5%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 지침’과 국립특수교육원의 ‘장애학생 평가조정 매뉴얼’은 시각·청각·지체장애 등 감각·신체장애 학생에 대한 시험시간 연장, 점자·대독 등 접근성 조정 방안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평가조정이나 대안평가의 구체적인 법적 근거와 기준은 사실상 부재한 실정이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이유로 학교와 교사들은 ‘법적 근거가 없다’, ‘문항 재구성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발달장애 학생에 대한 평가조정과 대안평가를 거부해 왔다. 그 결과 학생들은 수업에서 배우지 않은 내용의 시험을 그대로 치르거나, 응시하지 않을 경우 ‘미인정 결시’로 처리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미인정 결시란 학교가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경우를 뜻한다.

소송을 대리하는 이수연 법조공익모임 나우 변호사는 “이 같은 문제를 교육부가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육부도 2025년 ‘평가조정으로도 학교 단위 평가에 참여하기 어려운 장애학생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빈둥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는 “배우지 않은 내용을 시험 보게 하는 현실은 단순한 교육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학교가 하나의 기준과 하나의 몸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양한 몸과 학습 방식은 고려되지 않은 채, 그 기준에서 벗어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이상 비장애학생만을 기준으로 설계된 학교와 교육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고들은 소송을 통해 교육부에는 △발달장애 학생을 포함한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조정 지침 수립을, 서울·인천·경기교육청에는 △구체적인 대안평가 방안 마련 및 학교 현장 시행 △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장애 이해 및 평가조정 교육의 정례적 실시 등을 청구할 예정이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9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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