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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색동원 사태, 총리까지 나섰는데 왜 광화문에 천막 세워졌나

 

광화문 해치마당에 색동원 문제해결 농성 20일차
남성 거주인들 경찰 조사 받는 종사자들과 아직도 색동원에
반복되는 시설 학대, 정부는 탈시설과 자립지원 미온적
해답은 ‘탈시설’과 ‘전원 자립’…정부가 약속해야

 

2026년 3월 26일, 정부서울청사 앞 광화문 해치마당에서는 색동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천막이 설치됐다. 사진 김소영

2026년 3월 26일, 정부서울청사 앞 광화문 해치마당에서는 색동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천막이 설치됐다. 사진 김소영

지난 3월 26일 밤 10시, 정부서울청사 바로 아래 광화문 해치마당에는 “우리를 가두지 마십시오”라는 문구가 선명히 보이는 천막 하나가 설치됐다. 천막에는 ‘색동원 인권참사, 문제해결은 탈시설입니다!’라는 문장과 함께 하루하루 날짜가 쌓여 올라가고 있다. 14일을 기준으로 천막 농성은 20일차를 맞았다.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색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범정부 TF(Task Force, 전담팀) 설치를 지시하고,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색동원장 김 씨는 구속기소돼 공판준비기일까지 마친 상태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왜 광화문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을까?

거주시설에서 인권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마치 정해진 답이 있는 것 마냥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한 인권침해 전수조사, 인권지킴이단 강화 등 유사한 대책들을 쏟아내곤 했다.

“사건 하나를 수습하는 차원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인권 보호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한다.”

- 2월 5일 1차 색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범정부 TF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발언

국무총리의 당찬 포부로 시작한 이번 색동원 성폭력 사건 역시 비슷한 궤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무엇이 다를 것인가’ 지켜보던 찰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농성이 시작됐다.

비마이너는 색동원 사태의 ‘제대로 된’ 해결을 촉구해온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의 장종인, 미소 활동가를 만났다. 그리고 두 활동가에게 색동원 성폭력 사건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색동원 폐쇄됐지만 아직 15명의 남성 장애인 시설에 남아

색동원은 지난 3월 23일 강화군으로부터 시설폐쇄 행정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학대 피해가 예상되는 남성 장애인 15명은 여전히 색동원에 거주 중이고, 강화군은 거주인들의 긴급 주거 전환이 완료될 때까지 시설폐쇄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강화군은 유예기간을 9개월로 두고, 오는 12월까지 남성 장애인들의 긴급 분리를 완료할 계획이다

Q. 색동원에 시설폐쇄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종인: (강화군과) 최대한 빠르게 시설을 폐쇄하자는 공감대는 있다. 그래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자립생활주택으로의 주거 전환까지 합의가 됐다. 그런데 인천 지역의 공실이 2곳 정도밖에 안 돼서, 서울·경기 지역에서 운영하는 자립생활주택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데까지는 (논의가) 됐는데 서울·경기 지역의 공실을 확보하는 게 잘 안 되고 있다.

Q. 공실 확보가 잘 되고 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종인: 복지부가 손을 놓고 있다. 인천시가 서울과 경기에 있는 각 지자체에 협조 공문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볼 때는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굉장히 소극적인 행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자체를) 설득하고, 안 된다고 하면 그 이유를 해결해줘야 하는 상황인데 그런 부분들이 보이지가 않는다.

Q.  경찰이 색동원장 김 씨외 다른 종사자들도 조사 중이라고 들었다. 긴급 주거지원이 늦어지는 것이 문제는 없나?

종인: 종사자들에 의한 학대도 굉장히 광범위하게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남성 거주인들은 아직 색동원에 남아 있다. 색동원에 있다는 이야기는 폭행 가해자들일 수도 있는 종사자들과 아직 분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분리조치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 조사가 끝났다. 학대 의심 정황만 있어도 바로 분리조치를 해야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대로 끝나면 폭행은 없었던 걸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경찰 조사의 신빙성이 낮다.

인천광역시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장종인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 사진 김소영

인천광역시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장종인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 사진 김소영

색동원 거주인들 자립 대신 시설로? ‘시설 뺑뺑이’ 우려

한편 색동원 거주인 33명 중 19명이 부평 미신고시설이나 인천 해바라기 등 학대가 발생했던 시설에서 색동원으로 옮겨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색동원 거주인들이 피해가 발생한 시설을 떠나 또 다른 시설로 옮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시설 뺑뺑이’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색동원 거주인들에 대해 자립욕구조사를 실시하고, 자립을 희망하는 거주인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탈시설을 지원하겠다고 방향을 정했다.

Q. 매년 거주시설 학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왜 계속 시설수용을 방치하고 있나?

종인: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행정은 중증장애인은 거주시설에 살아야 한다고 하는 고정관념에 묶여 있기 때문에 잘 안 된다. 공무원 행정이라는 것이 기존에 있었던 길을 그냥 따라 가는 걸로 특화되어 있다. 우리는 거주시설로 전원 조치했던, (행정이) 답습해 왔던 경로가 아닌 자립생활 중심으로 해결하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본인들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Q. 탈시설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도 명시된 권리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왜 수용하지 못하나?

미소: 탈시설 가이드라인에서는 인권침해를 떠나 시설수용이 장애인 복지 정책으로 돼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시설수용 자체를 감금으로 보고, 그곳에서 살았던 (혹은 사는) 사람들을 생존자라고 칭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정부는 여전히 시설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장애인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하는 곳이 시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인권침해 사건이 생겼을 때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형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Q. 정부는 본인이 희망하지 않으면 자립을 지원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한 의견은?

미소: 다들 어렸을 때부터 시설에서 사셨던 분들인데 그분들에게 시설 말고 다른 삶을 살겠냐라고 하는 질문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이 든다. 그분들에게 너무나 상상할 수 없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을 선택하기는 (당연히) 어렵다.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계속 ‘당사자의 의사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 ‘의사가 없는데 어떻게 강제로 하냐’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것을 역으로 보면 이분들의 시설에서의 삶 역시 이분들이 선택한 게 아니다. (시설에 들어갈 때는) 이분들이 선택해서 들어간 게 아닌데, 자립과 관련해서는 계속 욕구를 묻는 것은 너무 모순적이다.

Q. 정부는 당사자 본인 의견보다 보호자 의견을 더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종인: 「장애인복지법」에도 보호자의 결정을 참고하게 되어 있을 뿐이지, 보호자의 결정이 절대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데는 없다. 근본적으로 정책의 결정 주체는 보호자가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의 몫인데 보호자의 결정이라고 하는 것 뒤에 정부와 지자체가 숨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지자체는 보호자가 원치 않는데 어떻게 하냐고 이야기하는데 그러면 보호자의 의사가 있다면 당사자의 의사는 영원히 묵살되어도 괜찮은가. 특히 거주시설 장애인 대부분이 지적발달장애인인데 이들의 의사결정은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는가. 그와 관련해서 누가 지적발달장애인의 의사결정권을 보호자에게 무한히 부여했는가. 정부와 지자체가 인권적 측면에서 결정하고 선택해야 된다. 

비마이너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미소 활동가. 사진 이재민

비마이너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미소 활동가. 사진 이재민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탈시설”과 “전원자립”

공대위는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명확하게 ‘탈시설’과 ‘전원자립’을 목표에 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 공대위원장은 “전원자립생활을 목표로 색동원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복지부가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Q. 정부의 대책이 왜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미소: 색동원 사건은 지금까지 정부가 시설 인권침해 문제가 생겼을 때 개선책이라고 했던 것들이 얼마나 무의미했고 실효적이지 않았던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추측컨대 색동원에서 범죄가 일어난 기간은 최소 10년 이상이다. 그런데 우리가 1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건들을 접했나. 그때마다 정부가 CCTV 강화하고, 인권실태조사하고 인권지킴이 만들어내고 했다. 그런데 그것이 제대로 작동됐다고 하면 10년 동안 색동원에서 이렇게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아무도 모를 수 있었을까 질문하고 싶다.

Q. 그럼 정부는 어떤 약속을 하는 것이 필요한가?

미소: 이것은 명확하게 국가가 (장애인의 삶을) 책임지지 못했고, 국가가 책임지고 이분들의 삶을 지원할 것이라는 발표가 필요하다. 이분들에게 시설에서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보장하겠다는 발표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시설의 문제라고 하는 지점들, 격리되고 집단적으로 수용되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것들이 보편적인 삶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분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시설보다 더 나은 삶을 찾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책의 방향을 밝히고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9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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