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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에서 장애아동 보조시트 못 쓰게 해…대체 왜?

 

 

착석 보조기기 수년간 반복적으로 사용 제한 당해
“아이 안고 있어야 했다”…장애아동 가족 인권위에 차별진정 제기
반복되는 장애인 항공 이동권 차별…“국가 차원 제도 개선 필요”

 

10일 오전 국가위원회 앞 기자회견 사진. 현수막에는 “항공기 이용에서의 장애아동용 보조기기 사용제한”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장호경

10일 오전 국가위원회 앞 기자회견 사진. 현수막에는 “항공기 이용에서의 장애아동용 보조기기 사용제한”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장호경

중증 뇌병변장애아동이 비행기 이용 과정에서 수년간 반복적으로 보조기기 사용을 제한당한 일이 발생했다. 이에 피해 장애아동 가족과 장애인단체들은 장애 특성에 맞는 편의와 안전을 제공할 의무가 있는 항공사가 보조기기 사용을 제한한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제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등은 10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공사와 관계기관을 상대로 인권위에 차별진정을 제기했다. 장애인단체들은 해당 항공사의 행위가 장애인의 보조기기 사용권과 이동권, 안전권을 침해하는 차별 행위라고 주장했다. 

보조시트 없이는 앉을 수도 없는데…항공사는 사용 제한

진정인 측에 따르면 피해 아동(2012년생)은 사지마비성 중증 뇌병변장애로 인해 목과 허리를 스스로 지탱할 수 없다. 부모는 피해 아동이 비행기 좌석에 안전하게 앉을 수 있도록 별도의 좌석을 구매해 보조시트를 설치한 뒤 비행기를 이용해 왔다. 

보조시트는 목과 허리를 지탱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앉은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착석 보조기기다. 일반적으로 좌석에 보조시트를 설치한 뒤 이용자가 앉고, 그 상태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한다. 

피해 가족은 2014년경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매년 제주를 오가며 비행기를 이용해 왔다. 그동안 항공사로부터 관련한 제재나 사전 안내를 받은 적은 없었다. 

장애아동이 보조시트에 앉아 가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진정인 측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보조시트를 사용해 비행기를 이용해 왔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법무법인 디엘지

장애아동이 보조시트에 앉아 가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진정인 측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보조시트를 사용해 비행기를 이용해 왔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법무법인 디엘지

그러나 2020년 12월 A항공사 측은 이륙 직전 “FAA(미국 연방항공청) 인증스티커가 없다”, “자사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보조시트를 수하물로 처리했다. 결국 피해 아동은 비행 내내 적절한 안전장치 없이 보호자의 품에 안겨 이동해야 했다.

2021년 피해 가족은 A항공사를 이용하면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FAA 인증을 받은 보조시트를 새로 구매했다. 또 여행 전 A항공사 담당자에게 보조시트 사진을 보내 “기내 사용 가능”이라는 확인도 받았다. 그러나 실제 탑승 당일 항공사 측은 “안전벨트 구조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시 보조시트 사용을 거부했다. 

2025년에는 다른 항공사를 이용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됐다. B항공 역시 보조시트의 기내 반입을 거부했고, 대체 안전장비도 제공하지 않았다.  

보호자가 장애아동을 비스듬히 안고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다. 진정인 측은 비행 내내 이 자세로 아이를 안고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법무법인 디엘지

보호자가 장애아동을 비스듬히 안고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다. 진정인 측은 비행 내내 이 자세로 아이를 안고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법무법인 디엘지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 기자회견에서 “항공사들은 갈 때마다 국제규정과 안전지침을 들이밀며 보조기기를 강제로 빼앗아 화물칸에 실어버렸다”며, “아이는 비행기 안에서 중심을 잡지 못해 바닥으로 맥없이 흘러내렸다. 결국 비행이 끝날 때까지 아이를 가슴에 꼭 안고 타야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아이가 흘러내릴 때 아빠로서 제가 느낀 무력감과 피눈물 나는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기업의 편의주의 행정이 장애인 가족들의 가슴에 얼마나 큰 대못을 박고 있는지 똑똑히 보아야 한다”고 전했다. 

피해 가족은 이 같은 일이 특정 항공사의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 수년간 반복된 구조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피해 가족을 대리하고 있는 홍가연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승객이 자신의 착석 보조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국내 항공사는 그런 절차가 없다”며 “항공사는 보조장비를 갖추고 있지도 않고, 승객이 가져온 장비도 받지 않는다.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이며 교통 차별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비행기 이용 차별 사건제도 개선 필요해

한편, 최근 비행기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차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올해에만 항공사의 장애인 승객에 대한 차별 사건이 4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 동반자가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 사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교를 이용하지 못해 기어서 내려와야 했던 사례, 발달장애인이 불안 행동을 보였다는 이유로 항공 이용을 제한받은 사례 등이다. 

초록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활동가는 “이 모든 사례의 본질은 항공사가 장애인 승객과 함께 이동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간편한 방식으로 배제하고자 한다는 것”이라며 “비용과 편의를 이유로 장애인의 이동권을 제약하는 것이 차별이 아니면 무엇이 차별이냐”고 비판했다.

또한 “한 곳의 항공사와 개선 방안을 논의하면 며칠 지나지 않아 다른 항공사에서 또 다른 차별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장애인의 항공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기준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이번 차별진정을 통해 △항공기 내 장애인 개인 보조기기 사용 기준 마련 및 제도화, △장애인 보조좌석 및 대체 안전장비 구비 의무화 △항공사 장애인 응대 매뉴얼 및 직원 교육 강화 등을 요구하며, 장애인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강력한 시정권고를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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