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서울역서 농성 돌입 “색동원 성폭력 사건 해답은 탈시설”
색동원 사태 근본적 해결 촉구 위한 농성 시작
‘침묵하지 않겠다’더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지자체·정부
장애인들 “시설폐쇄 및 입소자 자립지원 하고, 탈시설 정책 추진하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3일 오후 2시 서울역 대합실에서 ‘색동원 문제 해결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권리 쟁취 농성 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김소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13일 설 연휴를 맞아 서울역 대합실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농성에 돌입했다. 시설장이 시설 거주 장애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혐의가 제기된 인천시 강화군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전장연은 이번 사태의 해법은 ‘탈시설’에 있다며, 색동원 입소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자립지원은 물론,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통해 정부 차원의 탈시설 정책을 본격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해바라기나 여기나 똑같다”… 전원 조치로 반복된 시설 학대 사건
최근 색동원 거주인 33명 가운데 26명이 다른 시설에서 전원 돼 온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전체의 78.8%에 이르는 규모다. 이들 26명 중 19명(73.1%)은 학대 피해가 발생했던 시설에서 전원된 이들로 확인됐다. 결국 색동원 입소자 상당수가 ‘학대가 발생한 시설 → 또 다른 시설’로 옮겨진 뒤 다시 학대에 노출된 셈이다. (관련 기사: 학대시설 거쳐 또 색동원으로… 끊이지 않는 ‘시설 뺑뺑이’)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시 옹진군 장애인거주시설 ‘해바라기’다. 이곳에서는 2014년 10월과 2015년 1월, 폭행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당시 ‘인천 해바라기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인 의문사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이었던 장종인 활동가는 현재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색동원 공대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장 활동가는 이날 “10년 전에도 해바라기 입소자들 전원의 자립지원을 요구했지만, 시설이 폐쇄되는 과정에서 옹진군과 인천시는 이를 묵살했다. 결국 입소자들은 다른 시설로 전원됐다. 그중 두 분이 색동원에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몇 해 전 색동원 인권실태 전수조사 당시 그 두 분을 만났다. 어떻게 지내시냐고 묻자 ‘해바라기나 여기나 똑같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하셨다”며 “10년 전에는 지역사회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번에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그 때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탈시설 투쟁을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장애인을 비롯한 시민들 150여 명이 참여한 결의대회 현장. 사진 김소영
‘침묵하지 않겠다’더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지자체·정부
미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강화군과 인천시 등 지자체의 무책임한 대응을 지적했다. 강화군은 색동원 사건이 공론화된 지난해 9월 이후 줄곧 ‘수사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인천시 역시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소 활동가는 “지난 12월 여성 입소자들에 대한 심층조사가 진행됐다. 이는 공대위가 지난해 9월부터 요구해 온 사안이지만, 당시 강화군과 인천시는 ‘아직 의혹만 있을 뿐인데 어떤 근거로 조사하느냐.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 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색동원 입소자들에 대한 심층조사는 지난해 12월 여성 입소자를 대상으로, 올해 2월에는 남성 입소자를 대상으로 각각 진행됐다. 그러나 강화군과 인천시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공대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미소 활동가는 이어 “최근 언론 보도로 복지부가 강화군에 해당 심층조사 결과 보고를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며 “정부는 이 사건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정작 색동원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미진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https://cdn.beminor.com/news/photo/202602/29429_55809_1334.jpg)
김미진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또 전원 시키겠다는 복지부… 장애인들 “시설폐쇄 넘어 탈시설 입법으로”
김미진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활동가도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는 지자체와 정부를 규탄했다.
복지부는 지난 11일 색동원 휴지 절차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휴지를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타시설 전원 계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혀, 피해자들을 다시 시설로 보내겠다는 입장을 재차 드러냈다. 차전경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 역시 12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탈시설을 일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김미진 활동가는 “피해 이용인을 다시 시설로 보내는 것은 폭력을 반복하는 일”이라며 “가해자가 절대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구조, 그 권력이 작동하도록 방치해 온 정부와 지자체의 무책임, 통제와 단절이 일상화된 공간이 맞물리며 폭력은 더욱 견고해지고 반복돼 왔다”고 비판했다.
김 활동가는 “의사소통이 어렵다거나 장애 정도가 중하다는 이유로 탈시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말라. 그건 정부와 지자체의 무능력이지 장애인이 무능력한 게 아니”라며 “더 이상 당사자 뒤에 숨어서 변명하지 말라. 시설폐쇄와 가해자 처벌은 당연한 절차다. 그동안의 침묵과 방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탈시설·자립지원체계를 즉각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들은 탈시설 권리를 명시한 법 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국회는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탈시설 권리를 담은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성폭력 혐의가 제기된 시설장 김 씨의 구속 여부는 설 연휴 직후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9일 오전 10시 30분과 11시, 김 씨와 거주인 폭행 혐의를 받는 시설 종사자 1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각각 진행할 예정이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두 사람의 구속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9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