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제6차 회의를 끝으로 제1기 종합조사 고시개정전문위원회(아래 고시위원회, 2019년 9월~2020년 6월)가 활동을 마쳤다. 고시위원회를 통해 장애등급제 폐지 후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아래 종합조사)’에 1구간 해당자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복지부는 C계수 조정안을 통해 1구간 해당자를 만들어내는 땜질식 대책을 제시했다. 활동지원시간 삭감에 대해서도 ‘이의신청 제도를 적극 활용하라’며 기존 정책을 대책으로 내놔 논란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제6차 고시위원회에서 최중증 취약가구 장애인이 1구간이 되도록 가구환경영역에 적용되는 C계수(0.2496 신설)를 조정하는 방안을 최종 제시했다. 고시위원회 자료 캡처
- C계수 0.2496 신설해 1구간 수급 가능하도록 조정
지난 제4차 고시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11월에 종합조사를 받은 활동지원 수급자 중 1구간(월 480시간)에 해당하는 사람은 전국에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구간(월 450시간)에는 18명이 있다. 성인 5명, 아동 5명은 기능제한(X1)에서 최고점수를 받고 가구환경(X3)에서도 대부분 최고점수를 받았으나 사회활동(X2)에서 점수를 받지 못해 1구간에 이르지 못했다. 반면, 사회활동(X2)과 가구환경(X3)에서 만점을 받은 사람은 기능제한(X1)에서 최고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이에 제5차 회의에서는 두 가지 해결 방안이 제시됐다. 1안은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최중증 취약가구 장애인이 1구간이 되도록 가구환경영역에 적용되는 C계수(0.2496 신설)를 조정하는 방안이다. 현재 가구환경영역에 적용되는 C계수는 X1 점수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2안은 종합점수 산식에 기본점수 30점을 부여하여 갱신조사자의 구간을 전체적으로 1단계 상향하는 방식이다. 이는 신규조사자는 제외하고 갱신조사자에게만 적용하는 것으로 제안됐다.
2019년 7월~11월에 종합조사를 받은 이들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1안의 경우 1구간 수급자는 14명이 되고, 기존 2~8구간에서도 약간의 구간 상승이 발생했다. 그러나 전체 수급자 수는 변화가 없었다. 예산은 현재보다 0.05%가 추가로 필요했다. 2안의 경우, 2구간에 있던 18명이 전부 1구간으로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구간 외’를 포함하여 모든 구간에서 등급 상승이 발생했다. 이는 현재보다 23.37%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전체 활동지원수급자 수가 분석자료의 4배임을 고려하면 1안에는 약 9억 5000만 원, 2안에는 4424억 6000만 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제6차 회의에서 복지부는 최중증장애인의 구제 방안을 1안으로 최종 제시했다. 예산이 가장 적게 드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종합조사 영역별 배점, 활동지원 급여구간 및 월 한도액 기준은 유지한 채, 종합점수 C계수 조정을 통해 임시방편으로 1구간 해당자만 만들겠다는 것이다.
2019년 7월~11월에 활동지원 갱신조사를 받은 수급자 중 산정특례를 적용받은 이들은 19.52%(2,47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욱찬 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 자료 캡처
- 활동지원 하락하면 이의신청 제도 이용하라?
지난달 22일 열린 장애등급제 폐지 후 1년을 평가하는 토론회에서 오욱찬 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이 발제한 내용에 따르면 2019년 7월~11월에 활동지원 갱신조사를 받은 수급자 중 산정특례를 적용받은 이들은 19.52%(2,47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자료는 제4, 5차 회의에서도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제6차 고시위원회 회의에서 복지부가 제시한 자료에는 종합조사 갱신대상자(18,295명) 중 상승 10,130명(55.4%), 동일 6,958명(38%)으로 93.4%가 상승하거나 동일하다. 하락자는 1,207명(6.6%)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토론회에서 권병기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과장이 주장한 급여 하락률 6.6%와 동일하다. 6.6%는 15개 구간 중 1구간(월 30시간) 이상 하락한 이들의 비율이다. 즉, 구간 내 시간(월 1~29시간) 하락률 12.92%에 대해서는 하락한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중중증애인의 경우, 활동지원시간 1시간이 생존과 직결된 만큼 구간 내 하락도 논의가 되어야 하지만, 복지부는 장애계의 요구에도 구체적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날 자료에는 ‘산정특례적용자 총 1,207명에게는 최소 30시간에서 최대 150시간 급여시간을 보전했다’고 밝히고 있다. 즉, 하락자 중에는 최대 월 150시간 삭감된 경우도 발생했다는 의미다. 최중증와상장애인의 경우, 이는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단 한 문장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분석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복지부가 주장한 대로 자연발생적인 것인지, 종합조사의 구조적 문제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자료에는 4구간 이상 급여구간 상승자는 392명(2.2%), 하락자는 38명(0.2%)이라고 제시하며, 4구간 이상 급여 하락자의 수치는 미미함을 강조했다. 산정특례적용 된 장애유형에는 발달장애인(지적장애, 427명, 35.4%)이 가장 많았다. 이어 지체장애 247명(20.5%), 뇌병변장애 174명(14.4%), 자폐성장애 147명(12.2%), 시각장애 143명(11.8%), 기타 69명(5.7%) 순으로 나타났다.
제6차 고시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복지부가 제시한 자료에는 종합조사 갱신대상자(18,295명) 중 상승 10,130명(55.4%), 동일 6,958명(38%)으로 93.4%가 상승하거나 동일하다. 하락자는 1,207명(6.6%)에 불과했다. 고시위원회 첨부자료 캡처
복지부는 제6차 회의에서 하락폭이 큰 장애인의 경우, 1회(3년)의 산정특례가 끝난 후에는 이의신청 제도를 통해 개별적 구제 조치를 강화한다고 제시했다. 현재 활동지원 이의 신청은 결정결과를 통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할 수 있다. 이의 신청이 제기되면 수급자격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인정할 경우 연금관리공단에서 재조사가 이뤄지게 된다. 즉, 현재에도 있는 제도를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다. 다만 차이점은 ‘재조사 전담반’을 운영해 강화하겠다는 것뿐이다.
- 자세한 정보제공 없이 진행된 깜깜이 고시위원회
복지부는 앞선 논의로 고시개정을 하고, 10월경 현장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고시위원회는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을 위원장으로 장애인단체 6명, 전문가 5명, 정부 관계자 2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다. 그러나 장애계 고시위원으로 활동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복지부의 일방적 계획을 강요하는 깜깜이 고시위원회였다고 비판했다.
박 이사장은 “종합조사에서 1구간이 없는 문제는 전체적으로 1구간씩 상승(1안)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장애계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산 때문이다”라며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인정조사에서 종합조사로 이동하면서 발생한 산정특례자에 대한 대안이다. 복지부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적 구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풀어내려고 한다.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적 구제로 하겠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 방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고시위원회의 논의는 여전히 예산의 문제에 갇혀서 합리적인 제안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자세한 정보제공 없이 이뤄진 깜깜이 고시위원회였다. 일방적인 복지부의 결정을 강요하는 자리였다”며 “이로써 고시위원회 협의 사항은 끝났지만, 1~5구간이 떨어진 사람들뿐 아니라 구간 내에서 시간이 하락한 사람들에 대한 분석 자료를 세세히 분석하고 다시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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