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로 함께 크는 학교 통합놀이터를 만들자
김남진 사무국장 /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무장애연대가 처음 통합놀이터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 2005년 즈음이었고 실제 통합놀이터를 처음 조성한 것은 2015년(서울어린이대공원 꿈틀꿈틀놀이터)이다. 거의 10년여가 흘러서야 어린이의 놀 권리,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함께 놀 권리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장애 때문에 놀이터에 갈 수 없고, 장애가 있으면 놀 수 없는 놀이터밖에 없는 것이 당연했던 우리 사회가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 것 같았다. 물론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았고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그런데 통합놀이터 확산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집 근처 도보 5~10분 이내로 접근할 수 있는 ‘집 앞 놀이터’가 있다면, 조금 떨어진 곳의 중규모 놀이터로 ‘동네 놀이터’가 있을 것이고, 아예 원거리를 차량 이동해서 나들이처럼 갈 수 있는 ‘테마 놀이터’ 등 거리, 규모, 목적 등에 따라 놀이터에도 구분이 생긴다. 이들 다양한 놀이터가 골고루 통합놀이터로 개선되어야만 통합놀이터 운동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사진1. KAC 하늘꿈지락놀이터 1호 서울신원초 통합놀이터.
흙이 깔린 운동장에 원형의 놀이기구와 미끄럼틀, 철봉이 세워져있다. >
그리고 또 하나 학교 놀이터가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감염병으로 학교도 놀이터도 자유롭게 나가 뛰어놀 수 없는 시기이지만, 초등학교 운동장 한쪽에는 거의 대부분 놀이터가 있다. 모래밭과 정글짐이나 시소 같은 간단한 놀이시설 두어 점으로 채워진 곳이 많고 구석에 있다 보니, 요즘처럼 ‘바쁜 아이들’이 학교 놀이터에서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놀이터는 더욱 더 모든 학생들에게 접근 가능하고 열린 곳이어야 마땅하다. 놀이터에 갈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투리시간에, 등하교길에 머물러 함께 어울리는 공간이다. 당연히 장애 학생이건 비장애 학생이건 하께 어울리는 놀이터여야 한다.
그래서 2019년과 2020년에 한국공항공사의 후원으로 두 곳의 초등학교 놀이터를 통합놀이터로 조성하는 사업을 했다. 놀이터를 만드는 것은 놀이시설 회사의 카탈로그를 보고 놀이기구를 골라서 설치하면 끝나는 아주 간단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장애연대가 통합놀이터를 만드는 과정에는 반드시 사용자의 참여가 필수이다. 통합놀이터의 사용자는 어린이이다. 장애 어린이도 있고 비장애 어린이도 있다. 학교 놀이터이니 당연히 학교 학생이어야 한다. 초등학교에 통합놀이터 만드는 과정에는 학교 선생님이나 직원들의 요구나 필요사항을 수렴하는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과정은 어린이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디자인단을 먼저 꾸린다. 약 20명 내외로 4~5 모둠을 구성하고 놀이터 디자인을 위한 워크숍은 4~5회씩 진행했다.
<사진2. 학생 참여 어린이디자인단 워크숍.
사람들이 연필을 들고 큰 종이를 둘러싸고 있다.
종이에는 여러가지 그림과 [좋아하는 놀이를 골라 볼까요?]라는 글씨가 써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 하나가, 학생들과 선생님, 직원분들에게 통합놀이터에 대해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다. 무작정 놀고 싶은 놀이터를 구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 친구, 비장애 친구에 대해서 서로 이해해보는 과정, 장애뿐 아니라 나이, 신체능력, 크기, 성격 등 다양한 친구들의 특성을 생각해서 놀이터에서 소외되는 친구가 없도록 만들기 위해 상상하고 구상하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그렇게 나온 어린이들의 아이디어는 전문가의 손을 거쳐 통합놀이터 디자인으로 탄생한다.
서울신원초등학교의 경우 놀이터 공간이 매우 좁았지만 미끄럼틀과 휴게공간을 결합한 아지트가 탄생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친구가 타워 위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휠체어에서 분리되지 않고 타워 위층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옳았지만, 여건 상 그렇게 하지 못한 아쉬움은 크다. 서울양원초의 경우에는 교문에서 교실까지 통학로 동선과 완전히 떨어진 운동장 반대쪽에 놀이터가 있었고, 주차장으로 가는 차량 동선과 겹치게 되어 아예 통합놀이터 위치를 변경했다. 학교 측은 과감히 놀이터에 스탠드와 운동장 일부를 내어주었다.
<사진3. KAC 하늘꿈지락놀이터 2호 서울양원초 통합놀이터
네 개의 미끄럼틀이 설치되어있다. 3개는 일반 미끄럼틀이고, 오른쪽 끝의 미끄럼틀은 원형모양이다.>
학교에 통합놀이터를 만들면서 안타까운 것은 굉장히 제약이 많다는 것이었다. 놀이터보다 놀이터와 운동장, 음수대 같은 시설물들 곳곳에 있는 턱을 제거하고 동선을 연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놀이터에서는 지형이나 공간적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까, 규모가 작을 때 휠체어 접근을 어떻게 해결할까, 활동성이 큰 아이들과 정적인 아이들의 공간을 어떻게 배치할까, 디자인에 참여한 아이들의 욕구가 다 반영되지 않을 때 어떻게 설득할까…. 하나하나가 더 나은 통합놀이터를 만드는 과정이기에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늘 배움이 있었다. 이론이나 논리보다 거기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더 많이 배웠다. 우려 속에 내놓은 놀이터에서 그래도 서로 협력하며 부족함을 채워가며 함께 노는 아이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 어른들이 계속 통합놀이터를 만들고 확산시켜야 하는 책임을 느낀다.
■ 통합놀이터 법개정 추진단 참여단체
-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단법인 두루,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세이브더칠드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재단법인 동천
■ 통합놀이터 법개정 추진단 활동
- 2018년 3월 마로니에공원 통합놀이터 조성 촉구 기자회견
- 2018년 8월 마로니에공원 휠체어그네 설치
- 2018년 12월 통합놀이터 관련 법 개정 추진단 결성
- 2019년 5월 팝업통합놀이터 '함께, 오래' 같이 놀자!! 행사
- 2019년 11월 통합놀이터 관련 법 개정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 (국회의원회관 / 공동주최 김영호 국회의원)
- 2020년 8월 21일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의안번호 2103158 / 대표발의 김영호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