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승인 2016.08.24 15:00
- 자신의 권리 직접 찾아가는 ‘새로운 이정표’… 8월 24일 한국피플퍼스트 출범
▲ 24일 한국피플퍼스트는 국회 정론관에서 출범과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어 국회 정문 앞에서도 국민들을 향한 목소리를 높였다. ⓒ정두리 기자 |
“I wanna be known to people first(나는 우선 사람으로 알려지기를 원한다.)”
1974년 미국 오리건주에서 개최된 발달장애인 자기권리주장대회에 참가한 당사자의 발언이다.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권리를 존중받으며 살아가기 위해 외쳤던 목소리는 전 세계에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외치는 권리 옹호 운동 ‘People First(피플 퍼스트)’로 퍼져나갔다.
▲ 한국피플퍼스트는 이날 직접 손 글씨와 그림으로 만든 손팻말에 자신들의 주장을 표현했다. ⓒ정두리 기자 |
그리고 한국에서도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조직하고 자신의 이야기에 직접 목소리 내며, 스스로 권리를 찾아가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그들의 이름은 ‘한국피플퍼스트’. 24일 한국피플퍼스트는 국회 정론관에서 출범과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어 국회 정문 앞에서도 국민들을 향한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전국 17개 시·도 발달장애인 자조단체가 참여해 직접 작성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요구안’을 발표하고 정부와 국회에 발달장애인 권리신장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한국피플퍼스트는 이날 직접 손 글씨와 그림으로 만든 손팻말에 자신들의 주장을 표현했다.
또한 국회 정론관에서의 기자회견에 이어 국회 앞에서는 유행가 가사를 개사한 ‘내 장애가 어때서’라는 노래를 부르며 세상을 향한 자신들의 의지를 전했다.
“스스로 나에 대한 사회의 부당함을 말하고, 권리를 찾고 싶다”
현재 국내에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이 제정·시행되고 있으며,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설립과 거점병원 지정 등 지원 들이 확대 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발달장애인법에서 정하고 있는 의사소통 지원과 스스로 자신의 권익 보호와 사회참여 제고를 위한 자조단체결성 지원에는 사회적 관심이나 정부의 지원이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법적 규정과 지원을 떠나 우리 사회는 발달장애인을 ‘부족한’ 존재로만 바라볼 뿐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이에 한국피플퍼스트는 사회의 부당함에 대한 고발과 함께 권리 찾기 운동을 자신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뤄가겠다고 선언한 것.
▲ 한국피플퍼스트추진위원회 김정훈 전국위원장. ⓒ정두리 기자 |
한국피플퍼스트추진위원회 김정훈 전국위원장은 “발달장애인은 학창 시절부터 장애라는 이유로 왕따와 집단 괴롭힘에 시달려 왔다.”며 “친구와 선생님 모두 가해자였고 직장과 사회에서도 차별이 계속된다.”고 자신의 경험을 통한 사회의 차별적 태도를 고발했다.
이어 “일자리와 교통수단,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도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아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발달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같은 권리를 행사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바로 한국피플퍼스트의 출범 이유인 것.
이날 한국피플퍼스트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아 ▲생활시설에 발달장애인을 가두지 마라 ▲발달장애인에게 오래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달라 ▲활동보조시간을 필요한 만큼 늘려 달라 ▲발달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여가활동을 할 수 있게 해 달라 ▲길을 잘 찾을 수 있게 알기 쉬운 안내 표지판을 만들어 달라 ▲장애인연금을 올려 달라 ▲발달장애인을 구타하지 말라 ▲노력하고 일한 만큼 월급을 달라 ▲대통령은 발달장애인과 자주 만나서 대화하라 ▲발달장애인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요구안’을 발표했다.
당사자들이 의견 내고 만들어가는 활동 “발달장애인 사회활동에 새로운 이정표”
특히 한국피플퍼스트의 출범은 그들의 요구안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조직하고 출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스스로 모으고 사회에 전하기 위한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주장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 한국피플퍼스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주장을 글로 적어 놓은 종이. ⓒ정두리 기자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대표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로써 자신들의 권리를 직접 주장하는 이 자리는 매우 소중하다.”며 “사회에서 차별받고 소외당하며 살아왔던 이들의 목소리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사회 활동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감격스러움을 표현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서울협의회장 역시 “시혜와 동정 속에서 살아왔던 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고 환경을 촉구하는 첫 발을 뗐다.”고 의미를 정의하며 “우리 사회의 노력이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의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한 정치권의 약속도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됐다고 하지만 이들을 지원할 전문기관도 정부의 지원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당사자들이 직접 고민하고 작성한 권리보장 요구안 발표에 정부와 국회가 직접 귀 기울 일 수 있도록 노력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 운동 ‘피플퍼스트’…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UN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 선출되기도
한편 피플퍼스트 운동은 1974년 미국 오리건주에서 개최된 발달장애인의 자기권리주장대회에 참가한 발달장애인이 사람들이 자신을 ‘mentally retarded(정신 지체)’로 부르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I wanna be known to people first(나는 우선 사람으로 알려지기를 원한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 한국피플퍼스트는 이날 직접 손 글씨와 그림으로 만든 손팻말에 자신들의 주장을 표현했다. ⓒ정두리 기자 |
발달장애인의 경우 전문가, 부모 등의 대리인에 의한 권리보호에 치중된 경우가 많아 장애인당사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옹호하는 활동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던 것.
1970년대부터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발달장애인의 자기권리옹호운동이 부각되며 미국,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일본 등 43개국에서 피플퍼스트가 설립돼 운영 중에 있다.
피플퍼스트를 통해 발달장애인당사자들은 직접 회원으로 가입해 조직을 운영하며 스스로 자기주장하기 운동, 피플퍼스트 대회 등의 권리옹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 각 정부의 발행물을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글과 그림으로 변환해 발행하는 ‘이지리드(Easy Read)’사업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정보접근권보장과 소득창출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최근 UN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첫 발달장애인 위원인 Robert Martin (피플퍼스트 뉴질랜드 자문위원) 위원이 선출되는 등 국제사회에서도 발달장애인의 권익신장이 중요한 의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피플퍼스트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사회참여 방법이 다각화되고 있다.
정두리 기자 openwelc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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