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20주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20주년 선언문
2002년 9월 1일, 노들센터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존중받으며 차별받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자립생활’이라는 개념조차 낯선 시기였지만 그때부터 노들센터는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정착시키기 위해 중증의 장애를 가진 이들의 삶을 공감하고 지원하며, 자립생활 권리 확보를 위해 노력해 왔다, 배제와 차별로 얼룩진 기존 장애인 복지 정책의 틀을 전환시키는 활동을 해 오며, 장애인 당사자의 삶이 권리로서 보장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 환경, 사회문화적 환경들을 바꿔 가는 활동에 전념해 왔다. 노들센터는 지금껏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자립생활운동의 가장 선두에 섰으며. 그동안 묵묵히 현장을 지켜왔던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더욱더 진보적인 활동으로 연결해 나갈 것을 다음과 같이 다짐하고자 한다.
당사자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삶에 대한 상상력을 새롭게 확장할 것이다.
우리는 장애가 장애인 개인의 문제라는 인식에 반대한다.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권리보장은 국가의 책임으로서 헌법 제34조에도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다양한 장애를 가진 이들의 삶에 대해 차별을 가하며 장애인을 보호와 통제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보편적인 권리조차 박탈해왔다. 장애인 삶의 주체는 장애인 당사자이다. 더불어, 자신들이 가진 다양한 정체성과 사회적으로 놓인 조건이 차별로 인식되어 저항하는 이들 또한 당사자이다. 당사자성 운동은 수많은 연대의 고리로 확장될 수 있다. 우리는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주체라는 분명한 방향에 기반하여, 연대의 고리를 확대하는 자립생활 운동으로 이어나가 장애인이 빼앗긴 목소리와 권리를 되찾는데 함께 할 것이다.
장애인의 삶은 투쟁의 연속이며, 일상 속 저항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다.
장애인의 모든 일상의 순간은 투쟁의 연장선이자 치열한 저항의 현장이다. 장애인은 공기처럼 무수한 차별적 현실을 마주하며, 시설과 보이지 않은 골방에 갇혀 낙인찍힌 존재로 살아왔다. 정상과/비정상을 나누는 야만적인 비장애 중심의 사회 속에 장애인의 삶은 드러나지 않았다. 장애를 가진 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적합하지 않은 몸으로 규정되어 분리와 소외 속에 비정상적인 존재로 구분되어 세상에 없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이에 노들센터는 자립생활운동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이란 폭력적인 구분을 거부할 것이며, 장애인을 배제하고 통제했던 사회에 균열을 일으키고자 한다. 지난 20년 동안 노들센터는 다양한 현장에서 권익옹호 활동을 펼쳐왔듯이 저항의 현장에서의 도전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장애인이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고, 저항해왔던 경험이 다시 힘찬 움직임으로 계속 연결해 나갈 것이다.
함께 살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
비장애 중심의 지역사회는 장애인에게 고립의 공간이자 배제의 공간이다. 누구나 마음대로 일어나서 식사하고 샤워하고 친구를 부르고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자립 공간이 마련되려면 지역사회 변화가 필요하다. 노들센터는 지역사회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권익옹호 활동, 지역주민 인식 개선 캠페인, 턱 없는 가게 만들기 등 활발하게 활동을 전개해 왔다. 우리가 함께 숨 쉬고 있는 지역사회가 변해야 안정적인 자립생활이 가능하다. 노들센터는 자립생활이 온전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지역 운동에 관심을 높이고 새로운 활동의 방향성을 확립하고자 한다. 이에 노들센터의 거점 지역인 종로구 지역 특성에 가장 취약한 지점에서 자립생활 운동을 확산시킬 것이며, 평등한 지역사회가 될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다.
모든 시설은 폐지되어야 하며, 시설 사회를 향해 맞서 싸울 것이다.
사람을 쓸모없음과 쓸모있음으로 구분하여 분리와 배제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가두는 시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시설 안에서는 무엇도 선택할 수 없고, 단면적인 경험만 강요당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 안에 갇힌 개인의 삶의 시간은 멈춰 있으며, 시설은 우리 사회가 숨기고 보이고 싶지 않은 참담한 배제의 공간으로 작동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사람을 집단적으로 가둬 버리는 모든 시설을 반대한다. 누구든 지역사회에서 산책하고 배우고 이동하며 친구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시설화된 사회를 철폐하기 위해 동료를 조직하고, 투쟁하며 탈시설화된 지역사회를 만들 것이다.
연대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자립생활운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진보적 자립생활운동은 차별에 저항하며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활동이다. 노들센터는 진보적 자립생활운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턱을 낮춰 누구에게나 열린 사회를 지향한다. 이것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과 연대하며 함께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 할 과제이다. 우리는 약한 존재를 지워버리는 사회를 향해 공적 제도의 권리가 확장될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과 역할 수행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투쟁을 할 것이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20년 동안 진보적 자립생활운동 현장에서, 장애인 일상의 현장에서 인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진보적 자립생활운동의 거점은 장애인 개개인의 삶이며, 우리는 그 거점을 중심으로 장애인운동을 이어왔다. 이제 우리는 위의 다짐을 바탕으로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며 새로운 활동을 모색하여, 다시 다양한 현장 속에 스며들어 투쟁의 역사를 기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