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성락원 진상규명 못하는 사이, 공익신고자는 직무정지
거주인 물고문, ‘단무지 조롱’ 밝혀진 경산 성락원
가해 직원은 그대로 성락원에… 공익신고자는 직무정지
공익신고자 “무책임한 관리자, 경산시가 성락원 사태 원인”
4차례 이뤄진 전수조사, 발달장애인 이해 없는 조사원 대부분
거주인을 물고문하고 단무지를 억지로 먹이는 등 심각한 장애인 인권침해가 발생한 경산 성락원 문제가 답보 상태다. 경산시가 성락원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이, 공익신고자는 지속적인 탄압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네 차례 이뤄진 ‘성락원 인권실태 전수조사’도 사실상 면피용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경산 성락원 인권침해 진상규명 및 탈시설 권리 쟁취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성락원대책위)는 28일 오전 11시, 경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한 진상조사와 공익신고자 보호를 촉구했다.
경북 경산시 소재 성락원(사회복지법인 성락원)은 장애인 154명(정원 200명)이 수용된 초대형 장애인요양시설이다. 지난 5월 거주인 물고문 사건이 알려졌지만, 피해 장애인은 기본적인 분리·보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시설에 남겨져 있었다. 이처럼 거주인을 학대한 가해자 처벌 및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사이, 3개월 만인 지난 8월 또 다른 학대 피해가 알려졌다.
현재 처음 물고문 피해를 당했던 장애인은 임시보호시설에 분리 전원됐지만, 다른 거주인들은 가해 직원이 계속 근무하는 곳에 방치돼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 6명 중 직무정지 된 2명의 직원을 제외하고 4명은 여전히 성락원에서 일하고 있다.
가해 직원은 버젓이 근무하고 있지만 공익신고자는 탄압받고 있다. 지난 8월 추가 학대 피해를 신고한 공익신고자 ㄱ 씨는 공익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무기한 대기발령을 받았다. 학대 가해 직원이 거주인에게 단무지를 억지로 먹이며 조롱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찍은 것과 학대 정황을 녹취한 것이 ‘불법’이라며 ㄱ 씨를 고소한 것이다. 이 고소를 빌미로 성락원은 ㄱ 씨에게 ‘출근금지명령’을 내렸다.
ㄱ 씨는 기자회견에서 “불법 녹취의 징계는 직무정지인데 장애인 학대와 폭행, 그리고 방임에 대한 징계는 무엇인가? 성락원 원장은 제가 제시한 증거를 확인하지도 않고 가해자가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가해자를 두둔하고 있다”라며 “잘못된 관리자와 책임을 지지 않는 책임자(경산시)가 지금의 성락원을 얼마나 좀먹고 있는지 깨닫게 됐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공익신고자 탄압에 경산시는 뒷짐만 지고 있다. 경산시는 공익신고자에 대해서는 권한이 없으니 국민권익위원회의 판단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성락원대책위는 “경산시는 공익신고자를 오히려 고통에 내몰고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라며 “시설범죄 대부분이 공익신고를 통해 제보된다. 경산시가 공익신고자를 보호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공익신고에 나서지 말라’는 노골적인 메시지다”라고 규탄했다.
성락원 내·외부적으로 장애인 학대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것은 지난 8월 네 차례에 걸쳐 이뤄진 ‘성락원 인권실태 전수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성락원 154명의 거주인(2020년 1월 기준) 중 89.6%(138명)는 발달장애인(지적장애)이다. 그러나 성락원대책위에 따르면 전수조사에 참여한 조사원 대부분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나 조사경험이 없다. 그러다 보니, 거주인과 짧은 면담 후 ‘소통 불가’로 결론짓거나 형식적인 문답에 그쳤다. 성락원대책위는 전수조사로 인권실태를 파악할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성락원대책위는 “거주인의 비언어적 표현과 음성언어로만 조사가 이뤄지는 것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인권유린 의심사례에 대해 심층조사를 포함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성락원대책위는 경산시 복지문화국장과 사회복지과장 등 관계자와 면담을 했다. 경산시는 면담에서 ‘공익신고자 불이익 금지 및 업무복귀와, 고발된 가해자 업무 배제’ 등을 성락원과 협의해 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성락원대책위는 “시설과 협의할 게 아니라 경산시에서 성락원에 통보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라고 응수했다.
출처: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