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폐쇄하고 지역에서 살자!” 장애계 ‘양대법안 제정연대’ 출범
292개 시민단체 모여 ‘장애인권리보장법·탈시설지원법 제정연대’ 출범
김부겸 국무총리, 탈시설로드맵 전면 검토? 장애부모와 이간질하는 정부
반복되는 장애인 학대 ‘솜방망이 처벌’, 양대법안 제정 더욱 절실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장애인수용시설 폐지를 쟁취하기 위해 2017년 8월 21일, 광화문에서 농성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새로운 마음으로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하기 위한 연대를 출범합니다!” _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
20일 오후 3시, ‘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연대’가 여의도 이룸센터 농성장 앞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출범식은 줌과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되었으며, 줌 동시 접속자가 최대 450명에 달할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 292개 시민단체 모여 ‘장애인권리보장법·탈시설지원법 제정연대’ 출범
현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장애운동단체들은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컨테이너 농성장을 설치하고 158일째(20일 기준) 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 연내 제정을 위한 농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은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를 보장하고, 지역사회 완전 통합과 발달·중증장애인의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보장을 목표로 작년 12월 10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68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회에서는 논의되지 않은 채 발의 8개월 차인 지금에서야 국회 소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를 사회적 개념으로 확장하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지키기 위한 법률이다. 장애계가 지난 10년간 법 제정을 촉구한 끝에, 지난 2일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정부는 탈시설로드맵을 발표하며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장애계는 탈시설 용어 사용조차 기피하는 정부가 반쪽짜리 탈시설 정책과 장애인권리보장법을 내놓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기열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정부는 탈시설로드맵을 준비할 당시 탈시설을 탈시설이라고 부르지 못했다. 현재는 거주시설을 거주시설이라고 부르지 않고 있다. 기존 시설을 유지하고 기능보강을 위한 예산을 더 투입하겠다고 한다”라며 “탈시설 정책은 거주시설 개편이 아니다. 큰 시설이 작아진다고 해도, 공동생활가정은 여전히 시설이다. 전국에서 장애인거주시설이 제일 많은 경기도에서는 작은 시설들이 늘어나고 있다. 10년 내 모든 장애인거주시설을 폐쇄하는 탈시설지원법, 그리고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될 때까지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권달주 전장연 공동대표는 “아직 한국의 장애인정책은 시혜와 동정에만 기대는 장애인복지법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끝자락에 탈시설로드맵을 내놓고,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한다고 한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졸속법안이 되지 않도록, 제대로 제정해 장애인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권 공동대표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법률이다. 그러나 한국은 협약의 내용과 달리, 장애인거주시설 안에 3만 명의 장애인들이 갇혀 있다. 이제는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진정한 탈시설과 자립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부겸 국무총리, 탈시설로드맵 전면 검토? 장애인 부모와 이간질해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장애인거주시설 전수조사 결과, 거주시설 내 이용자의 장애정도는 중증장애가 98.8%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장애유형의 경우 발달장애가 80.1%로 가장 많았다. 시설에서 3개월 이상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는 비율은 88.6%로 높았다. 평균 입소기간은 18.9년으로 매우 길었다.
최명진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지난해 장애인거주시설 전수조사원으로 시설에 방문한 경험을 나누며, 탈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공동대표는 “당시 제가 만난 시설 장애인분들은 사람으로서의 삶이 아닌, 꾸역꾸역 살아지는 삶을 살고 계셨다. 시설에서의 불편함과 답답함을 이야기하기 위해 30분 동안 애를 쓰시는 장애인 당사자의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며 “지역사회 그 어느 곳에서도 발달장애인을 받아주지 않으니 갈 곳이 없다. 가족에게 돌봄과 교육이 온전히 떠맡겨진 상황에서 장애인 가족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그렇다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시설에 갇혀 살 수는 없다. 더 이상 탈시설을 늦춰선 안 된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사람답게 함께 살 수 있도록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양대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탈시설로드맵 발표 후, 일부 장애인가족들은 탈시설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며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장애인 가족을 안심 시켜주는 대신 장애계와 이간질을 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와의 면담에서 ‘탈시설 로드맵에 대한 우려에 대해 전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장애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은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들이 김 국무총리에게 직접 탈시설은 사형선고와 같다는 말을 전달했다고 한다. 정부는 이분들에게 탈시설에 대해 안심하게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서비스를 제대로 보장하겠다고 말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우리에게 이런 의견을 전달하면서 ‘과격하게 탈시설 투쟁을 하지 말라’며 이간질한다. 정부는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 뒤에 숨지 말고 제대로 된 예산을 책정해서 탈시설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반복되는 장애인 학대와 ‘솜방망이 처벌’, 탈시설·자립 체계 구축 필요
최근 장애인거주시설 직원에 의한 집단적인 장애인 학대가 있었지만, 가해한 직원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지난 7월 23일,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여주라파엘의집 거주인 학대사건에서 가해자 2명에 대해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로 인해 구속수사를 받던 2명의 가해자는 풀려나게 됐다. 작년 12월 29일, 장애인복지법에서 장애인학대신고의무자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이 신설되어 6월 30일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해당 조항은 적용되지 않았다.
시설 학대에 대해 일부에선 폭력 없는 시설을 만들기 위한 여러 방안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엔 근본적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은폐하기 쉽고, 위계구조로 짜인 시설 구조 속에서 폭력은 발생한다. 따라서 시설을 폐쇄하고 지역사회에서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지원체계 구축이야말로 근본적 해결방안이 된다. 양대법안 제정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은 탈시설을 규정하고 그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 인권침해가 있는 거주시설에 대한 강력한 재제조치도 중요하게 담고 있다”라며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에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탈시설지원법은 국회에서조차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연대하고 힘을 함께 모아 양대법안 제정을 쟁취하자”고 외쳤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