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상모-2차논평] 법대로 하면 임차상인 모두가 쫓겨난다.
[맘상모-“우장창창-리쌍”사건에 대한 2차 논평]
법대로 하면 임차상인 모두가 쫓겨난다.
“법대로”라는 리쌍의 입장이 정의가 될 수 없는 이유
▶ “법대로”의 함의
7월 7일 새벽, 리쌍이 우장창창에 강제집행을 시도한 지 3일이 지났다. 리쌍은 법원에 곧바로 추가집행 신청을 했고, 우장창창은 망가진 가게를 추스르며 장사를 하고 있다. 용역들은 리쌍측이 운영하다 폐쇄한 “쌍포차센터”에 여전히 상주하고 있고, 긴장은 계속 되고 있다.
우리는 “법대로 해”라는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굳이 영화 속의 이야기나 “법보다 주먹이다” 같은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법대로 해”는 “더 이상의 대화는 없다. 내 맘대로 할게”의 의미를 품고 있다. 약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쓰이는 경우보다는, 강자가 추구하는 뭔가를 위해 법의 힘을 빌릴 때 주로 사용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법대로”라는 말 이후에는 더 이상의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법대로”는 이미 하나의 결론인 것이다.
리쌍이 얘기하는 “법대로”, 그리고 맘상모가 얘기하는 “법보다 사람이다”. 우장창창-리쌍 사건을 둘러싼 논쟁에서 무엇이 법인가는 이미 명확하다. 그렇다면 그 법이 과연 정의일까?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들의 몫이다.
▶ 법대로 하면 대한민국 상인 모두가 쫓겨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법)은 2002년에 처음 시행되었다. 제정 당시 이 법이 보호하는 것은 간단히 요약해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원래는 더 오래오래 해야 하지만, 일단 최소한 5년은 같은 장소에서 할 수 있도록 보호하겠다”이다.
하지만, 이 법은 누구의 권리도 보호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다 쫓겨났다.
상가법은 특이하게도 애초에 생겨날 당시부터 누구는 법이 적용되고, 누구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것을 가르는 기준은 “환산보증금”이라는 특이한 개념이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월세*100)]으로 계산하는데, 이것이 기준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서울기준으로 우장창창의 분쟁이 생겼던 2013년 당시 3억이었고, 현재는 4억이다) 아예 상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굳이 환산보증금 제도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지는 않겠다. 왜 상인들은 다 쫓겨나는지만 살펴보자.
통상 상가임대차는 1년, 혹은 2년씩 계약을 한다. 그리고 이후 “계약 갱신”이라는 방법으로 계약을 이어간다. 당연히 창업하는 사람들은 장기간 영업을 원할 것이고, 상가법은 임차상인들에게 “5년간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형태로 이를 보호하고 있다.
우장창창과 같이 2년 계약을 하는 사례를 예로 간단히 살펴 보자.
①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인들의 경우, 2년 뒤 건물주가 계약갱신을 하기 싫다 하면 다 쫓겨났다. 2013년 우장창창처럼 말이다. 그리고 계약기간 중 건물주가 바뀌면 그나마 2년도 못 채우고 쫓겨났다.
② 상가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상인들도 건물주가 재건축을 할 거라고 말만하면 법에 보장된 갱신요구 기간을 보장받을 수 없었다. 실제 재건축을 하던 안하던 전혀 상관 없었다. 그렇게 다 쫓겨났다.
결국 건물주가 맘만 먹으면 임차상인들을 얼마든지 1년, 혹은 2년 만에 다 내보낼 수 있었고, 이것은 당연히 합법이다. 그리고 억울하다 얘기하면 리쌍처럼 용역을 대거 고용해 폭력적으로 몰아낼 수 있다. 이것도 당연히 합법이다.
리쌍-우장창창의 분쟁이 생긴 2013년, 맘상모가 생겨났고 상가법이 개정되었다. 5년간의 계약갱신요구권이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모든 임대차로 확대되었고, 재건축을 이유로 한 갱신거절도 최초 계약 당시에 언제 어떻게 재건축 할지 사전고지를 해야만 할 수 있게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③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의 경우, 여전히 건물주가 바뀌면 2년도 못 채우고 쫓겨났다. 심지어 이래 저래 불안해서 10년짜리 계약을 했어도 건물주가 바뀌면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바로 쫓겨났다.
④ 계약갱신 요구권이 모든 임대차에 적용되었지만, 어차피 5년이 지나면 다 쫓겨났다. 5년이면 충분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게 묻고 싶다. 직장생활을 5년 하면 할 만큼 한 것인지, 그리고 왜 다른 나라들은 기간에 제한이 없거나 10년이 넘는 기간을 보장하는지 말이다.
가로수길, 홍대, 연남동, 경리단길, 서촌, 북촌 등 동네가 뜨면 건물값이 오르고, 상대적으로 매매나 재건축이 많이 일어난다. 임대료도 많이 오른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상인들이 대거 쫓겨나는 현상이 생기는데, 이를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 현상이라 한다. 이는 물론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이 때 상인들은 상권을 형성하면서 만들어진 영업가치를 고스란히 잃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권리금”이다. 상권이 없는 곳에서 새롭게 생겨날 수도 있고, 기존에 상권을 일구었던 상인에게 지급하기도 하는 돈이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주고 받는 것이고, 시장경제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다른 나라에도 다 있는 개념(sales of business, goodwill, keymoney 등)이다.
임차상인이 쫓겨나면서 권리금을 잃는 피해가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2015년 관련법이 생겨났다. 임차상인을 내쫓고 건물주가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하는 등 권리금을 “약탈”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임차상인이 다음 상인에게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법으로 보장한 것이다. 바뀐 법대로라면 건물주도 자신이 직접 장사를 하려면 시세대로의 권리금을 이전 상인에게 지급해야만 하는 것이다. “약탈”이라는 표현이 거북하신 분들은 2013년 당시 리쌍이 우장창창에 보상한 금액이 권리금 시세에 턱없이 못 미쳤음을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어쨌든 개정법(일명 상가권리금약탈방지법)을 통해 5년 넘게 영업한 가게들도 다음에 들어올 상인에게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또한 건물주가 바뀌어도 기존의 계약기간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모든 임대차에 확대 되었다. “5년은 최소한 장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상가법의 취지가 맘상모의 활동을 계기로 두 차례 개정을 통해 13년만에야 비로소 어느 정도 완성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⑤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인이나, 5년 넘게 영업하고 있는 상인들은 월차임을 100%, 200% 인상해 달라는 요구를 감당할 수 없으면 쫓겨났다.
⑥ 두 차례 법이 개정되었음에도 임차상인들을 “합법적으로” 내쫓는 방법들은 정말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 부분은 몇몇 임대인들에게 악용될 여지가 있기에, 굳이 여기서 밝히지는 않겠다. 하지만 장담하건데, 맘상모가 만약 건물주가 되어 나쁜 맘을 먹는다면, 대한민국 임차상인들을 모두 다 합법적으로 내 쫓을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모든 임차상인은 건물주가 마음만 먹는다면 다 쫓겨난다. 그리고 이는 모두가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서 “법대로” 진행된다. 백여명의 용역, 포크레인, 소화기 등도 물론 “법대로”다. 그렇기에 임차상인은 그야말로 “건물주의 선의”에 기댈 수 밖에 없고, 과장하면 “노예”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 리쌍의 호의는 2013년에 끝났다.
이제 사건의 본질을 바로 보자. 우장창창-리쌍 사건에 대해 인터넷에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는데, “맘상모가 장애인들을 이용해 감성팔이 한다”는 식의 대꾸할 가치조차 없는 악성 댓글들을 제외하고, 고민들이 느껴지는 하나의 흐름이 있다. “리쌍은 법으로는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돈을 2013년에 1억 8천만원이나 우장창창에 줬고, 가게를 한번 옮기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리쌍 건물에서 5년 이상 영업한 거 아니냐”는 것이 그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2013년에 리쌍이 호의를 베풀었다고 치자. 그래도 우장창창 입장에서는 막대한 손해를 입은 사실은 변함이 없다. 더구나 새롭게 옮긴 지하 공간은 시설비도 새로 든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다. 같은 건물이라도 1층에서부터의 5년을 계산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부족한 법이지만 5년간 장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고, 심지어는 2015년 개정된 법을 통해 다음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우장창창은 계속 장사하고픈 마음밖에 없었기에, 다음 임차인에게 가게를 양도하려 하지도 않았고, “주차장 용도변경에 협력한다 했던 합의를 이행하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하자. 리쌍과 우장창창의 분쟁은 4년간 이어져 온 것이 아니다. 정확하게 두 차례의 분쟁이 있었고, 2013년 “선의”를 보였던 리쌍은, 이번에는 전혀 그러지 않은 것이다. 계속 “대화하자”는 우장창창의 요구에 용역, 소화기, 포크레인으로 답한 것이다.
이것이 맘상모가 리쌍에게 대화를 요구하는 핵심이다. 2013년에 만나서 얘기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왜 합의문을 이행하지 않았는지? 왜 법의 허점을 기막히게 찾아가면서 그냥 나가라고만 하는지? 좀 이야기를 해 보자는 것이다.
호의를 두 번이나 베풀라는 것이냐고? 그렇지 않다. 개정법에 따르면 이미 2013년의 리쌍의 행위는 호의가 아닌 약탈에 가깝다. 그나마 법이 미비할 때였으니 호의였던 것이다. 그리고 합의문 이행을 거절했을 때 당신들의 호의는 이미 빛이 바랬다. 오해하지 말라. 호의를 두 번 베풀라가 아니다. 약탈을 두 번이나 하지 말라는 것이다.
▶ 법도 법이지만 사람이 문제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수 많은 일들은 결국 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지난 5월 17일, 서울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에 강제집행이 진행 되었을 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설득과 다른길이 없는지 고민해보자고 했는데, 강제집행이 무어냐!! 절대로 이곳에 합의없는 강제철거는 없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집행은 당연히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 그리고 박원순 시장으로 인해 시행사와 시공사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시 박원순 시장의 행동에 대해 응원과 비판의 목소리가 혼재했지만, 우장창창과 맘상모처럼 악의적인 비난을 받지는 않았다. 박원순 시장이 이야기했던 것과 맘상모가 지금 이야기 하는 것이 무엇이 다른가? 한 번도 만나서 얘기해 보지 못한 건물주에게 “강제집행 방식이 아닌, 대화 좀 하자”는 것이 그렇게 비난 받을 일인가?
▶ 연예인 건물주에 대한 임차인의 을질이라고?
맘상모는 불합리한 법과 제도로 인해 억울하게 쫓겨나는 임차상인들이 모여서 결성되었다.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 못지않게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는 사실 쉽지 않다. 우리가 살던 세상은 수십 년 동안 “건물주가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상에서 맘상모가 주장하는 것이 당연히 낯설 수는 있다. 하지만, 맘상모의 활동과 궤를 같이 하며 지난 3년 사이 두 번이나 상가법이 개정되었고, 지난 총선에서 각 정당들이 일제히 임차상인 문제에 대한 공약을 비중있게 발표했고, 20대 국회 1호법안으로 홍익표 의원이 상가법 추가 개정안을 발의했고, 각 지자체에서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종합대책 등을 앞 다투어 내놓는 현실은, 맘상모의 이야기가 비단 연예인 건물주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님을 반증한다.
맘상모가 운영하는 인터넷 공간들을 보라. 법이 보호해 주지 않는 임차상인들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언론이 있나, 돈이 있나? 그저 건물주에게 만나자고, 대화를 하자고 호소하는 것이 다다. 가게 앞에서, 건물주의 집 앞에서, 건물주를 만날 수 있는 곳에서 상생을 외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대화가 안 되고 강제집행이 진행된다면 이에 맞서 싸우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다다.
※ 30층에 사는 건물주에게 작은 확성기로 상생을 외치는 홍대 닭갈비집 사장님의 모습. 좀 만납시다.
리쌍-우장창창 분쟁은 건물주의 직업이 연예인일 뿐, 맘상모가 싸워온 다른 사례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단지 건물주가 연예인이라서 언론이 더 주목한 것 뿐이다. 언론플레이라고? 언론이 주목하는데 어떻게 대응을 안 할 수 있나? 을은 목소리도 못 내는가? 집 앞에서 외치는 상생의 확성기가 단지 언론이라는 마당에서 일부 진행될 뿐이다. 정확하게 하자. 맘상모는 언론의 주목에 부족하지만 대응을 할 뿐이다. 오히려 건물주가 연예인이라서 만나기도 어렵고 더 힘들다.
▶ 이제 리쌍의 입장을 밝혀라.
리쌍의 입장이 궁금하다. 리쌍인 척 입장을 대변하는 몇몇 기사들과 악의적 댓글들이 아닌 그 뒤에 가려있는 그들의 진짜 이야기가 궁금하다. 리쌍은 이제 자신들의 입장을 당당히 밝혀라. 오늘(7월 10일) 오전 9시, 우장창창 서윤수 사장은 리쌍을 직접 만나고 싶다며, 개리의 집을 방문했다. 경비실을 통해 방문 의사를 전했으나 방문은 성사되지 못했고, 지금까지 5시간 째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서 개리를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의 강제집행 없이,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우장창창의 의지의 표현이다.
추가적인 강제집행이냐, 대화냐. 리쌍의 선택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