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와 경북광역이동지원센터 부름콜은 2월 20일부터 16개 관제지역 이용자를 대상으로 타 시·군 이동 시 병원 이용 외 차량 운행을 중단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중증뇌병변 장애인 B 씨는 병원에 가는 장애인콜택시를 예약할 때, 운전기사에 진료예약문자를 보내야 했다. 사진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경상북도가 ‘코로나-19 감염 확산 예방’을 명목으로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 이용 제한을 단행하여 장애계가 항의에 나섰다. 그러자 경상북도는 뒤늦게서야 각 시·군에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이용 활성화 협조 요청을 보냈다.
경북도와 경북 광역이동지원센터 부름콜(장애인콜택시)은 지난 2월 20일부터 16개 관제지역 이용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확산 예방’을 이유로 다른 시·군 이동 시 병원 이용 외 차량 운행을 중단하였다. 그러나 장애인 이용자는 사전에 이동제한 조치에 관해 어떤 의견수렴이나 정보도 받지 못했다. 예약을 위해 부름콜 상담원과 통화할 때에서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을 뿐이다.
경북의 경우,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시외 저상버스와 시·군을 연계하는 지하철이 없고, 기차 운행 구간 또한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장애인콜택시만이 사실상 시외 이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인데 이러한 장애인의 이동수단을 경북도가 일방적으로 묶어버린 것이다.
경산에서 포항으로 이사할 예정이던 A 씨는 부름콜을 예약하려 했지만, ‘병원 방문 시에만 이용할 수 있다’라며 신청을 거부당했다. 결국, A 씨는 지인에게 차량 지원을 부탁해 포항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중증뇌병변 장애인 B 씨 또한 활동지원서비스 갱신에 필요한 진단서를 떼기 위해 서울 S 병원에 방문할 계획이었다. 동대구역까지 이동하는 콜택시를 예약하려고 했지만, 부름콜은 B 씨에게 진료예약 문자를 요구했다. 동대구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차량을 예약할 때도 진료확인증과 병원 영수증을 요구받았다. 결국 B 씨는 콜택시 이용을 위해 개인정보가 담긴 ‘병원 진료 안내 문자’를 장애인콜택시 기사에게 보내야 했다.
B 씨는 “나는 단지 장애인일 뿐 확진자도 아닌데 왜 이동 제한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면서 “비장애인 시민에게는 대중교통 감축 운행만 시행할 뿐 이동을 제한하지는 않았다. 이는 장애인을 잠정적 확진자로 간주하는 차별행위이며 시민권 침해일 뿐”이라면서 경북도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이에 지난 26일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경북장차연)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일부 시·군에서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운행중단과 이용 제한 조치에 항의하며 즉각 철회하라는 항의서한을 보냈다. 26일 기준 청도군과 영천시는 관내 이용까지 제한하다 확진자가 줄자 해제했으며, 청송군은 여전히 관내 지역 이동까지 금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심봉주 경북 교통정책과 주무관은 30일 비마이너와 통화에서 “처음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서 취한 조치였다. 비장애인 시민도 외출을 자제하는 상황이었다”라면서 “지금은 완화됐다고 판단해 이동 제한을 풀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동제한 조치 전에 의견수렴이나 정보 제공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심 주무관은 “경북도는 부름콜 예약만 받고 차량 운행 관리는 경산시에서 담당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경북도는 경북장차연 요구와 관련해 30일 각 시·군에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이용 활성화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특별교통수단 운행 기사와 콜센터 직원에게 마스크 지급과 안전대책 마련하여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관내·관외 운행 추진 △시내버스 감축 운행 시 저상버스 노선이 감축 또는 중단하지 않도록 조치 △직원 대상 교육 실시 및 교통약자에 관한 민원응대 철저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과 특별교통수단 운영관리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경북도가 30일 각 시·군에 보낸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이용 활성화 협조 요청’ 공문. 사진 경상북도
- 장애계 “특별교통수단, 대중교통이지만 민간에 의해 운영… 공공성 강화가 해답”
경북장차연은 이번 사태가 특별교통수단이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을 위해 도입된 ‘대중교통’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성을 상실한 채 온전히 민간위탁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광역이동지원센터 운영과 위기 대응을 위해 향후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북장차연에 따르면 경북도는 광역이동지원센터를 민간장애인단체에 위탁했고, 이미 23개 시·군 가운데 20곳에서 민간단체·업체가 이동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각 시·군마다 운행 대상, 범위, 요금 등 운영체계가 제각각이다. 언제든지 각 시·군과 위탁기관 사정, 판단에 따라 강제로 운행을 종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터져 버린 것이다.
경북장차연 측은 “결국 청도군, 청송군, 영천시 등 일부 시·군에서 관내 이동까지 원천 금지하는 일이 벌어졌다”라면서 “그런 가운데 경북도는 각 시·군 운행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재난 상황에 대응할 어떤 의지도 계획도 찾아볼 수 없었다”라고 꼬집었다.
박재희 경북장차연 활동가는 “경북도는 코로나-19 등 위기상황 대응에서 민간운영체계가 공공성에 얼마나 취약한지 단적으로 보여줬다”라면서 “광역이동지원센터 통합관리·운영에 실패한 경북도에 특별교통수단 운영·관리 공공성 강화 대책 수립을 끝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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