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보조금 횡령 및 거주인 제압복 착용 등의 혐의: 가해자들에게 벌금 300만 원 선고, 1차 행정처분(경고).
- 2017년, 거주자 감금 및 무면허 의료행위: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에 의해 고발, 가해자 약식벌금 200만 원 선고, 2차 행정처분(시설장 교체).
- 2020년, 이용자 폭행 및 폭언 등의 인권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시에 시설폐쇄와 법인설립허가 취소 등 권고. 서울시 가해자 5명 외에 신고의무 위반한 종사자 1명 과태료 부과 예정. 3차 행정처분(시설폐쇄 및 법인설립 취소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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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5의5] 장애인복지시설 행정처분기준(제44조의6 관련). 국가법령정보센터 자료 갈무리.
중증장애인거주시설 ‘루디아의 집’(경기도 가평군 소재)에서는 2014년~2019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장애인학대 사건이 확인됐다. 이에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는 지난 4일 시설폐쇄 및 법인설립 취소를 예고했다. 장애인복지법에서는 거주인에 대한 인권침해로 3차 행정처분을 받으면 시설폐쇄를 하도록 정해져 있다. 사회복지사업법 제26조에는 ‘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반복적 학대 관련 범죄가 발생한 때’는 법인 취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서울시와 금천구의 결단이라기보다는 당연한 행정처분의 귀결이다.
그러나 해당 장애인거주시설과 거주인 부모들은 시설폐쇄와 법인설립 취소가 지나치다며 서울시와 금천구에 행정처분 유보를 요구하고 나섰다. 행정처분에 불복하겠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여러 차례 문제시설로 판명 난 곳에서 부모들은 왜 시설폐쇄를 극구 반대하고 나서는 것일까?
- 일부 거주인 부모들 “타시설 전원은 거주인 제2차 인권침해”
시설폐쇄 소식이 들리자 ‘가평 루디아의 집 정상화 촉구를 위한 보호자 연대(아래 보호자연대)’는 6일, 가평 루디아의 집에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보호자연대는 거주인 부모를 중심으로 꾸려진 단체다. 탈시설운동 단체에서는 “시설폐쇄가 예고됐을 때 부모들의 반대가 극심한 것은 주로 있는 일이지만, 이처럼 ‘보호자연대’를 꾸려 조직적으로 입장을 내보이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서울시와 금천구에 보낸 ‘호소문’에서 인권위의 결정으로 “루디아의집 장기이용 중증장애인, 보호자와 신고당사자는 크나큰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며 행정처분 유보를 요구했다. 그 이유로 보호자연대는 ‘거주인들의 평균 입소기간은 8~10년 이상으로, 일정한 신체적 생활 패턴이 형성되어 있어 타시설로의 전원 시 발생할 환경부적응과 2차 인권침해 염려’를 들었다. 무엇보다 이들은 시설폐쇄로 종사자 43명의 일자리가 단절되며, 전원 시에 거주인의 적응기간동안 가족의 소득생활이 어려워져 생계위협 등이 예상되기에 시설폐쇄는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가평 루디아의 집 정상화 촉구를 위한 보호자 연대’는 지난 10일 루디아의 집 행정처분 유보를 요구하는 호소문(건의문)을 서울시와 금천구에 보냈다.
보호자연대는 이미 루디아의 집 스스로 자정노력과 사건 조기종결 대책을 마련했다고도 주장했다. 이번 인권침해 사건도 내부 직원의 제보로 밝혀진 만큼 자정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거주시설 인권침해 사실은 내부 직원의 제보로 밝혀지기에 이를 자정노력의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
이날 보호자연대는 △가해 교사들에 대한 신속한 징계 조치 △재발방지를 위한 주기적인 인권교육 강화 △시설 내 CCTV 추가설치로 인권침해 예방 △정기적인 보호자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직간접적인 생활교사와의 소통으로 인권침해 모니터링 시행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한편, 루디아의집 측은 9일 홈페이지에 인권침해 사실에 대한 사과와 함께 “인권침해 예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올렸다.
- 장애계 “장애인의 지역사회 삶, 당연한 권리로 인식해야”
장애계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친다. 서울시의 시설폐쇄 예고 발표 다음 날인 지난 5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8개 장애인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거주인 11명과 거주인 54명 전원에 대한 탈시설-자립생활을 요구했다. 시설폐쇄를 넘어 법인 취소도 재차 요구했다.
보호자연대는 거주인 전원에 대한 탈시설을 주장하는 장애인단체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보호자연대 일원인 이아무개 씨는 장애계의 주장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탈시설-자립생활 좋다. 하지만 현재 거주인들에게 더 나은 환경과 시설이라는 건 (장애계의)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냐?”며 “지역사회에서 더 나은 삶이라는 게 누구의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탈시설-자립생활은 구호에 불과하다. 장애자녀 부모들이 겪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루디아의 집에 오기까지 많은 부모들이 다른 시설에서 수많은 거절을 당한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부모들은 루디아의 집에 오기 전에 수없는 입소 거절을 감수해야 했는데, 이제 와서 다른 시설로 옮기라니 부모에게 그 고통을 반복하라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며 “시설폐쇄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유보라도 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애계는 부모들이 시설폐쇄에 앞장서 반대하는 것은 그동안 부모에게 돌봄에 대한 책임이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부모들은 시설폐쇄가 이뤄진다고 하면 대부분 ‘죽을 때까지 아이를 누가 책임지느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장애자녀 돌봄에 대한 부모의 부담감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조 활동가는 부모들이 지니는 불안감은 공적 지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민간에 복지를 위탁한 채 이에 대한 모니터링과 관리·감독은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들의 불안한 마음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거주인들이 시설에 입소했던 10년 전과는 지역사회의 지원체계가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조 활동가는 “그러나 정부가 달라진 지원체계에 대해 장애자녀를 둔 부모에게 제대로 전달하거나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문제시설’에서라도 자녀를 돌봐야 한다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활동가는 “부모들에게는 탈시설-자립생활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지역사회에는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주거방식, 지원체계가 마련돼 있다”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인식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5일 서울시청 정문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8개 장애단체는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한 루디아의집 시설거주인의 전원 탈시설지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허현덕
- 금천구 “시설폐쇄 불가피”… 서울시도 “이용인 욕구 파악해 탈시설-자립지원 계획”
부모들의 움직임에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와 금천구는 부모들의 불안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시설폐쇄는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상윤 금천구 장애인복지팀장은 “시설폐쇄는 중대한 사안이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여러 차례 문제시설로 판명되어 시설폐쇄는 불가피하다”며 “부모들과 시설 측에서 자정노력을 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1~2차례 행정처분을 받은 이후에도 자정노력은 없었다. 3차례 행정처분을 받고서야 부랴부랴 자정노력을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당장은 임시 전원을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거주인을 장애인자립생활주택이나 지원주택 등으로 자립생활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서울시의 계획에 금천구도 지속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미화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팀 주무관은 “시설폐쇄 반대가 현재 거주인과 부모들의 공통된 의견인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시설폐쇄 행정처분과는 별개로 현재 거주인들에 대한 일차적인 보호조치가 있어야 하기에 임시 전원을 진행한 후 이용인의 욕구를 파악해 탈시설-자립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지난 6일 작성한 ‘루디아의집 후속대책 보고’에 따르면, 3월에는 시설 거주인 54명에 대한 임시전원 계획·시행을 하고, 4월에는 이용인 전원 탈시설 욕구조사 시행, 5월에는 자립지원(지원주택, 자립생활주택) 현황 파악 및 추가예산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6월에는 이용인 거주 전환 지원 등을 진행하고, 동시에 시설폐쇄와 법인설립 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서울시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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