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 투쟁 마친 탈시설 운동가들… 경찰, 폭력적으로 연행 및 체포
탈시설 운동가 3명, 혜화동성당 고공농성 종료
투쟁으로 복지부 장관·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면담 성사해
경찰, 고공농성자들 강압적으로 연행 및 체포
검찰, 체포·압수수색 영장 발부… 현재 동대문서에 구금 중
장애인의 시설 밖 자유로운 삶을 누릴 권리를 왜곡하고 폄훼해 온 천주교에 탈시설권리 보장을 촉구하며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성당 종탑에 올랐던 탈시설 운동가 3명이 2일 오후 4시 농성을 종료했다.
15일 간의 투쟁 끝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및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과의 면담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면담은 각각 9일 오후 3시, 7일 오전 11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박초현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아래 탈시설연대) 서울지부 대표와 민푸름·이학인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땅을 제대로 딛기도 전에 경찰에 의해 폭력적으로 체포됐다.
이들이 자진퇴거 및 경찰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박초현 대표를 포함해 모든 고공농성자들에게 수갑을 채운 뒤 경찰 승합차에 강제로 태워 연행했다.
이날 동원된 경찰 100여 명은 3명의 탈시설 운동가들이 내려오기 전부터 혜화동성당의 정문과 후문을 막아섰다. 경찰이 정문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 중이던 집회 참가자들을 피해 후문으로 종탑에서 내려온 운동가들을 빼내려는 시도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
심지어 경찰들은 혜화동성당 사무장과 함께 종탑 위로 올라가 위협적인 상황을 조성했다. 이학인 활동가는 좁고 높은 종탑 꼭대기에서 경찰들을 마주해야 했다. 먼저 내려와 있던 박초현 대표와
민푸름 활동가에게는 수갑이 채워졌고 핸드폰도 강제로 압수당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탈시설연대 측은 경찰에 ‘고공농성자들이 구급차를 타고 녹색병원으로 가 진료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이를 거부하고 연행을 강행했다. 현장에 있던 장애인들이 “체포가 먼저가 아니라 진료가 우선”이라고 크게 외쳤지만 이 또한 묵살했다. ‘고공농성자들의 이야기를 잠시라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장애인들의 요구도 거부했다.

결국 종탑 아래에서 고공농성자들을 기다리던 장애인들은 경찰 승합차에 탄 박초현 대표와 민푸름·이학인 활동가를 제대로 마주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단 10초의 시간도 허락하지 않은 경찰은 오후 4시 50분에 고공농성자 3명을 체포해 성당을 빠져나갔다.


경찰의 연행 이후 혜화동성당 정문 앞으로 다시 모인 장애인들 앞에서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가 발언에 나섰다.
“동지들이 고공농성을 시작하면서부터 우린 매일 저녁 혜화동성당에 모여 우리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세상에 들으라고 우리는 말했습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 시설에서가 아니라 지역에서 시민으로 당당하게 살고 싶다’는 그 얘기를 골백번도 더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아직도 너무나 조용합니다.
저는 우리의 싸움이 천주교에 균열을 일으킨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종탑에 올라간 것은 커다란 권력에 대한 우리의 돌팔매질이었습니다. 우리의 돌 던지기가 그들에게는 아주 하찮고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것은 우리의 분노의 시작이었습니다.
물은 흘러갑니다. 흘러가는 물은 아래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대는 탈시설로 흐를 것입니다. 탈시설로 가는 이 흐름을 막고 있는 천주교. 우리는 그 물꼬를 트는 일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탈시설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우리는 끊임없이 달려갈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권력들과 싸워야 할 것입니다. 동지들, 우리 동지들이 종탑에 내려왔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입니다. 탈시설, 그날을 위해 오늘을 잊지 맙시다. 천주교가 우리에게 했던 것 잊지 맙시다.
우리의 동지들 3명이 종탑 위에서 추위와 바람과 힘듦을 견뎌내면서 다졌던 그 의지. ‘탈시설 보장’이라는 현수막이 없어지고 동지들이 달아둔 탈시설연대 깃발이 떼어지고 경찰들이 종탑에 있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우리 동지들은 이제 그곳에 없지만 우리의 의지는 혜화동성당 종탑에 그 흔적을 남겨놨다고. 그 의지를 잊지 말고 탈시설을 쟁취해 냅시다.”

재 박초현 대표와 민푸름·이학인 활동가는 경찰이 지정한 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동대문경찰서에 구금되어 있다. 검찰은 탈시설 운동가들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공동주거침입)·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미신고집회)·옥외광고물법 등을 위반했다며 체포영장과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청구했다.
박 대표와 민 활동가, 이 활동가는 내일(3일) 오전부터 경찰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7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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