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No Attached Image

[서문] ‘시작’을 만들고 ‘다음’을 조직한 ‘전사들의 노래’

 

[기획연재] 장애해방운동가 생애기록 ‘전사들의 노래’

 

2001년 8월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버스를 점거한 장애인 활동가들. 버스 위에는 “장애인도 버스를 타고 싶다!”고 적힌 현수막이 펼쳐져 있고, 버스 창문에도 “장애인도 버스 타고 싶다”는 글자가 커다랗게 적혀 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2001년 8월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버스를 점거한 장애인 활동가들. 버스 위에는 “장애인도 버스를 타고 싶다!”고 적힌 현수막이 펼쳐져 있고, 버스 창문에도 “장애인도 버스 타고 싶다”는 글자가 커다랗게 적혀 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2000년대 들어 시민사회운동은 급격한 쇠퇴기에 접어들었지만, 2001년 장애인이동권 투쟁으로 시작된 ‘변혁적 장애인운동’은 지난 20년간 놀라운 성과를 거둬들였다. 이들은 ‘장애에 대한 사회적 개념’을 이야기하며, 장애인 차별의 원인은 ‘장애가 있는 신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있다’고 외쳤다. 즉, 휠체어 탄 사람이 버스를 타지 못하는 것은 그가 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휠체어 탄 사람도 탑승할 수 있는 저상버스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사회의 문제이며, 장애인이 수용시설에 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는 복지서비스와 소득보장 정책 등 그 모든 것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증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차별 없이, 평등하게 지역사회에서 한 사람의 존엄을 보장받으며 살아가기 위한 ‘그 모든 것들’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장애인운동은 이 사회의 기본값이 비장애인 중심사회라는 것을 일깨우며 사회의 기본값을 뒤흔드는 싸움을 해왔다.

그 싸움이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여전히 충분하진 않지만 대부분의 지하철 역사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저상버스가 일부 도입됐다. 활동지원서비스와 장애인연금으로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이는 장애인수용시설 전면 폐쇄를 외치는 탈시설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1년 장애인 활동가들이 사다리와 쇠사슬을 목에 걸고  지하철 철로를 점거하고 있다. 옆에는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2001년 장애인 활동가들이 사다리와 쇠사슬을 목에 걸고  지하철 철로를 점거하고 있다. 옆에는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20년간의 놀라운 변화의 시작은, 대부분의 처음이 그러하듯 초라했다. 싸움을 시작할 어떠한 종잣돈도 없던 시절, 그들이 가진 것은 고작 ‘불구’로 낙인찍힌 몸뚱아리 하나였다. 돈도 ‘빽’도 없는, 불쌍하고 때로는 ‘병신’ 취급받던 이들은 지하철 철로를 점거하고, 장애인이 탈 수 없는 버스를 낚아채서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그곳에 묶었다. 점거는 지역사회에 존재하지 않던 ‘장애인의 자리’를 만들어내는 중증장애인들의 주된 싸움 방식 중 하나였다. 그들은 “권리들을 가질 권리”를 요구하며 배제와 차별의 근거가 됐던 불구의 몸, 바로 그 신체로 세상을 향해 싸움을 걸었다.

버스를 탈 수도, 식당에 밥 먹으러 갈 수도, 학교에 배우러 갈 수도 없는 것이 차별임을 깨닫고 문제제기를 한 사람, 장애가 있는 내가 문제가 아니라 장애가 있는 사람을 배제하는 사회가 문제임을 알아챈 사람, 이는 사회 전체를 바꾸는 일이었기에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내 곁의 사람들을 조직하여 함께 해야 하는 일임을 깨달은 사람. 그들이 ‘싸움의 시작’을 만들어냈다.

때론 시작을 하는 것, 그 ‘다음’을 만들어내는 것은 자연스러움이 아닌 의도된 사건이다. 그것은 의지와 결단, 우연이 겹쳐졌을 때야 가능하다. 비마이너가 올해 만난 여섯 명의 싸움꾼들(박길연, 박명애, 박김영희, 박경석, 노금호, 이규식)은 그러한 사건을 일으킨 자들이다.

왼쪽에서부터 노금호, 박길연, 박김영희, 박명애, 박경석, 이규식이 도로 위에 서 있다. 그림 훗한나 왼쪽에서부터 노금호, 박길연, 박김영희, 박명애, 박경석, 이규식이 도로 위에 서 있다. 그림 훗한나 

비마이너는 이제까지 주로 사건을 보도해왔으나, 이제 그 ‘사건을 일으켰던 사람들’의 삶을 쫓아가 보려 한다. 이 저항서사를 통해 기록되지 않음으로써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었던 소수자들의 삶과 장애인운동사를 기록하고, “차별받은 존재가 저항하는 존재가 되는 일”(홍은전, 『그냥, 사람』)을 이 사회의 기억으로 남기고자 한다.

인터뷰이는 지난 20년간 활동해온 장애인단체 대표단들을 중심으로 성별과 지역적 안배를 고려해 선정했다. 그러나 시간과 자원의 한계로 인해 충분히 많은 이들을 만나지 못했다. 우리는 장애인운동을 만드는 많은 훌륭한 활동가들을 알고 있다. 이 기록이 ‘다음’을 초대하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

이들은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 그 자신이기에 가능했던 부분들도 있었으나, 수많은 실패와 이별, 절망 속에서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노라고, 고백한다. 그렇기에 이것은 지난 시간을 함께했던 동지들과 만들어낸 빛나는 ‘우리의 기록’이기도 하다. 노래로 치자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합창쯤 될까.

함께 함이란 다음을 만들어내는 행위이고, 이것은 나의 행위에 당신이 응답했을 때에야 가능했다. 휠체어를 굴리며, 때론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갈지자로 휘청이며, 비관하면서도 보다 나은 내일을 갈망했던 ‘전사들의 노래’를 시작한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1. “이재명과 민주당, 예산 응답해야” 전장연 64번째 출근길 지하철 시위

      “이재명과 민주당, 예산 응답해야” 전장연 64번째 출근길 지하철 시위   전장연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광화문역에서 제64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이재민 29일 오전 8시, 출근이 한창인 시간에 장애인들이 또다시 지하철에 모였다...
    Date2025.09.30 Views154
    Read More
  2. 국민의힘,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또다시 막아

        국민의힘,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또다시 막아   25일 장애인야학의 학생과 교사들이 국회 앞에 모여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국민의힘이 정부조직법 등 여야 쟁점 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으로 통과를 저지하...
    Date2025.09.26 Views141
    Read More
  3. 장애인들 “오세훈표 ‘아주 보통의 하루’? ‘아주 차별적 하루’에 불과”

      장애인들 “오세훈표 ‘아주 보통의 하루’? ‘아주 차별적 하루’에 불과”   16일 배포된 서울시 보도자료 일부. “서울시, 장애인의 ‘아주 보통의 하루’가 당연한 일상 되는 서울 만든다”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6일 ‘2530 장애인 일상활...
    Date2025.09.25 Views134
    Read More
  4. 장애노인은 ‘장애인일자리’ 참여 시 진단서 내라?

        장애노인은 ‘장애인일자리’ 참여 시 진단서 내라?   최윤정 씨와 변호인단이 법원 앞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노인연대   중증 뇌병변장애인인 최윤정 씨는 2020년부터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생계를 이어오다 2024년 갑작스럽게 일자...
    Date2025.09.23 Views151
    Read More
  5. [속보] “김동연 도지사 나올 때까지”…경기장차연 도청 농성 시작

      [속보] “김동연 도지사 나올 때까지”…경기장차연 도청 농성 시작   경기장차연 활동가들이 도청 로비에 모여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이재민 경기도 의회라고 적힌 현판 밑에 경기장차연 활동가들이 모여있다. 사진 이재민   18일 오후 1...
    Date2025.09.22 Views129
    Read More
  6. [보건복지부] 장애예산 4900억원 증액 들여다보니, 대부분…

    [보건복지부] 장애예산 4900억원 증액 들여다보니, 대부분…   지난 3일, 이재명 정부의 첫 정부 예산안이 심의를 위해 국회로 송부됐다. 비마이너는 각 부처의 예산안을 입수해 이재명 정부가 공언한 ‘촘촘한 사회안전매트’가 장애인의 권리에 입각해 제대로 ...
    Date2025.09.22 Views334
    Read More
  7. 장애인거주시설 무연고자 544명, "탈시설 원해도 우선순위 밀려"

      장애인거주시설 무연고자 544명, "탈시설 원해도 우선순위 밀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서미화의원실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5년간(2020년~2024...
    Date2025.09.15 Views191
    Read More
  8. 추석 선물 사고, 진보적 장애인운동에 연대해요!

      추석 선물 사고, 진보적 장애인운동에 연대해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2025 추석 선물 특별판매’ 포스터.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라고 적혀 있는 커다란 현수막 앞에 활동가들이 주먹을 쥐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
    Date2025.09.09 Views140
    Read More
  9. 전장연 오늘부터 지하철 긴다…“정청래 면담 안 하면 다시 지하철 행동”

        전장연 오늘부터 지하철 긴다…“정청래 면담 안 하면 다시 지하철 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지하철 바닥을 기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Date2025.09.09 Views288
    Read More
  10. [속보] 전장연, 남태령역서 지하철 바닥 기며 권리예산 호소… 무정차 중

    [속보] 전장연, 남태령역서 지하철 바닥 기며 권리예산 호소… 무정차 중   이형숙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휠체어에서 낙상한 채 스크린도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전장연 63차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다시 시작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활동가...
    Date2025.09.05 Views178
    Read More
  11. 진보적 장애인운동에 연대하고 싶다면? 19일, ‘대항로’로!

      진보적 장애인운동에 연대하고 싶다면? 19일, ‘대항로’로!   2025년 대항로 후원행사 웹선전물. 2025년 대항로 후원행사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가 오는 19일 서울시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다. 후원행사는 노들장애인야학 학생 무상급...
    Date2025.09.02 Views162
    Read More
  12. 기재부 “촘촘한 사회안전매트” 예산…장애인 권리는?

      기재부 “촘촘한 사회안전매트” 예산…장애인 권리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2026년 예산안 및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세 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기획재...
    Date2025.09.02 Views324
    Read More
  13. 장애계,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구체적 실행계획·예산 확보 부재”

      장애계,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구체적 실행계획·예산 확보 부재”   2025 대선장애인연대 모습.ⓒ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총)이 29일 장애인정책리포트 458호를 발간, 제21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제시...
    Date2025.08.29 Views298
    Read More
  14. 장애인은 출입조차 어려운 편의점, 직접 경사로 가져와 들어가 보니?

    장애인은 출입조차 어려운 편의점, 직접 경사로 가져와 들어가 보니? CU편의점 마로니에공원점 입구. 계단에 스티로폼 경사로와 이동식 경사로가 놓여 있다. 계단 위에는 두 명의 휠체어 이용 장애인 활동가들이 있다. 사진 김소영 21일 오후 2시, CU편의점 마...
    Date2025.08.28 Views203
    Read More
  15. [속보] 기재부 “장애인권리예산 재검토 하겠다”… 농성 철수

      [속보] 기재부 “장애인권리예산 재검토 하겠다”… 농성 철수   27일 오후 6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그의 왼쪽에 정다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무총장이 서 있다. 사진 전장연 27일 전국장애인차별철...
    Date2025.08.28 Views142
    Read More
  16. 기재부 무응답… 전장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첫날 휠체어서 낙상

      기재부 무응답… 전장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첫날 휠체어서 낙상   휠체어에서 떨어진 박경석 전장연 대표. 휠체어 또한 파손됐다. 사진 전장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활동가들이 18일 7시 30분, 4호선 삼각지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
    Date2025.08.20 Views130
    Read More
  17. 전장연 고용노동청 잠시 점거…“근로지원인 예산 확대하라”

      전장연 고용노동청 잠시 점거…“근로지원인 예산 확대하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출입구에 전장연 활동가들이 붙인 "근로지원인 예산 보장하라" 스티커가 붙혀져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19일 오전 9시 30...
    Date2025.08.20 Views137
    Read More
  18.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 윤곽, 장애계 “기대 반 우려 반”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 윤곽, 장애계 “기대 반 우려 반”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발표했다. 모두 발언을 하는 이재명 대통령,ⓒMBC 유튜브 캡쳐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이재명 ...
    Date2025.08.19 Views187
    Read More
  19. 내부 고발로 장애인 학대 정황 드러난 복지시설 “원주시 책임 다하라”

    내부 고발로 장애인 학대 정황 드러난 복지시설 “원주시 책임 다하라”   원주시 A복지원 장애인 학대 해결 및 탈시설권리 쟁취 연대회의는 18일 오후 2시 원주시청 앞에서 ‘A복지원 장애인 학대 해결 및 탈시설권리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원주시 A...
    Date2025.08.18 Views172
    Read More
  20. 전장연 "필요한만큼 활동지원 달라" 72일간 연금공단 농성 마무리

      전장연 "필요한만큼 활동지원 달라" 72일간 연금공단 농성 마무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활동지원을 필요한만큼 달라"며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진행한 무기한 농성을 8일 종료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에이블뉴스 이슬기...
    Date2025.08.11 Views15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