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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의 ‘기회’ / 박진

등록 :2018-12-24 18:11수정 :2018-12-24 19:55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며칠 전 노들장애인 야학의 박경석 교장은 퇴근 시간에 저상버스를 타려다 버스기사에게 “이 시간에 장애인이 버스를 타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말을 들었다. 화가 난 그와 활동보조인은 버스 앞을 가로막고 운전기사에게 사과하라고 외쳤다. 기사는 경적을 울리며 경찰을 불렀고 자초지종을 들은 경찰은 기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승객들은 경찰과 박경석 교장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경찰의 설득으로 기사가 내려서 사과를 한 뒤에야 상황은 정리되었다. ‘인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라고 하지만 박경석에게는 한가한 소리다. 휠체어 장애인인 그에게 인권은 쟁취해야 할 것들이다. 자연스럽게 주어진 적이 없다. 저상버스가 도입되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는 모든 과정에서 그는 늘 투쟁했다. 박경석에게 공정한 사회는 무엇일까?

 

한국 사회는 공공부문 비정규직(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문제를 풀어갈 때 난관에 봉착했다. 사용자인 정부가 결정하면 해결될 문제인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공채를 통해 선발된 정규직 노동자가 반발했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은 역차별이라 규정했고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결과의 평등이 시대적 흐름이던 시기는 지났다’고 주장했다. ‘기회의 평등’을 강조했다. 평균 경쟁률 몇십 대 일을 뚫고 들어온 이들에게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다 정규직이 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들 다수가 헬조선이라 불리는 가공할 경쟁의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은 사람이기에 탓할 수만은 없다. 다리 하나가 부러진 의자에 사람들을 앉히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 말하는 사회가 1차적 책임인 것은 맞겠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 ‘기회의 평등’은 정말 평등한 것인가? 어떤 업무에 십여년 종사한 사람들의 경력이 수학과 영어 문제 잘 푼 사람의 실력보다 못하다, 평가할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화제의 드라마 <스카이(SKY) 캐슬>은 서울 근교 숲속에 세워진 유럽풍 석조저택 단지에서 벌어지는 사교육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현실과 가깝게 묘사되었다 한다. 아파트 한채 값의 코디네이터가 학생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리하며 서울대 의대 합격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학부모들은 차라리 수능이 그래도 점수로 결정되는 것이니 그것이 오히려 가장 공정하다고 한다”고 말했던 대목이 떠올랐다. 교육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 신뢰를 확보하자는 의도였겠지만 수능이 정말 공정하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드라마를 보면 입시제도에 앞서 인간사회 자체가 공정하냐는 회의가 몰려온다. 그렇다. 믿고 있는 공정이란 것은 무엇인가? 공정은 ‘공평하고 정당함’이라 풀이된다. 공평과 정당함의 기준은 무엇일까?

 

미국의 교육학자 파커 J. 파머는 저서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에서 자기 자신의 문제를 이렇게 짚는다. “지난 50년 동안, 미국에서 백인이 아니고 이성애자가 아니며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을 ‘타자’로 만드는 경향의 위험성에 대해 글을 쓰고 발언”해왔던 그는 스스로 ‘타자’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고 ‘타자’는 그의 망상 안에서 ‘정상’ 범주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에게만 적용됐음을 고백한다. 흰 것만이 아름다운 사회에선 그 피부색이 타자가 될 때만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발견해야 할 것은 내 안의 타자다. 타자와의 연대는 그래서 자신과의 연대이며 우리 사회 모든 소수성과의 화해가 아닐까. 그러니 쓸데없이 기회의 평등이나 공정을 요구할 때가 아니다. 그 시간에 박경석과 함께 장애인도 퇴근 시간에 버스를 탈 수 있다고 함께 외쳐야 한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75644.html#csidx4a0517111ab36eb8e41b313c8141633 onebyone.gif?action_id=4a0517111ab36eb8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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