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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 삶의 질을 추구할 권리는 없는가?

장차법 활용하기_ 차별에 대응하기

글. 이인영/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1과 조사관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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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늘면 자연히 사람들은 삶의 질을 추구하게 된다. 조금 더 좋은 음식과 주거환경, 그리고 문화적 삶, 건강 등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러한 욕구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장애를 가진 몸이지만 지금의 건강상태를 좀 더 좋게, 지속할 수 있기를 바라고, 가족・친구와 함께 문화나 관광활동을 즐기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안전을 위해서라고 해도 차별이 될 수 있다

최근 장애인 차별에 대한 법원의 판결들이 눈에 띈다. 장애인 놀이기구 탑승을 거부한 사건에 대해 놀이공원 측이 패소한 판결이 대표적이다. 장애인들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사건인데, 일반적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에 대해서는 계약자유의 원칙에 의해 상호 의사의 합치가 되지 않을 때 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놀이기구 탑승도 일종의 계약일 수 있는데, 이미 놀이시설 이용티켓을 판매해놓고 일부의 놀이기구 탑승을 제한하는 것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이 판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장애를 이유로 구체적이지 않은 위험만으로 놀이기구 탑승을 거부하지 말라는 것이다. 장애를 이유로 제한・배제・분리・거부하는 사건들의 대부분은 장애인이 위험하다는 이유인 경우가 많다. 장애인 당사자의 ‘안전’이라는 명분을 갖는데, 아무리 그 목적이 선의라고 해도 구체적이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위험만으로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한다면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정이다.

 

문화・체육・관광활동에서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면 차별이다

최근 아이돌스타들의 인기공연과 관련된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자주 접수된다. 장애청소년들도 그 나이 또래와 마찬가지로 아이돌스타 공연에 대한 열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정당한 편의제공의 경우에 공연객석의 수에 따라 편의제공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서 소규모 공연장은 제외될 수 있으나, 300석 이상의 공연의 경우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줄 의무가 있다. 공연장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설편의, 장애인석, 수화통역을 동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 편의제공이다.

체육시설도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제공을 지원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체육시설에 한정돼 있는 것이 한계다. 건강과 체육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증가하는데, 지역 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은 많지 않다.

관광시설에서의 정당한 편의도 많은 장애인의 관심사다. 2017년 9월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개정되기는 했으나 안타깝게도 시행령에서 2025년으로 두고 있고, 숙박시설의 경우 4·5성급 호텔과 휴양콘도미니엄으로 국한시키고 있어서 있으나 마나한 조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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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요금정책, 예매방법이 다른 것은 차별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와 달리 봐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요금정책에 대한 문제나 예매방법과 관련된 문제인데, 장애인 할인정책을 가지지 않는 것은 차별로 보지 않는다. 문화소외계층의 문화향유권을 증진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러한 요금정책은 적극적 조치로 차별의 논의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이러한 정책이 장애인만이 아니라 국가유공자, 청소년 등의 대상까지 포함되는 경우가 있어 특별히 장애인에게만 할인을 해주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기도 하다.

또 한 가지는 장애인에 대한 예매방법을 달리하는 경우다. 할인요금을 적용받는 대상의 경우 그 대상이 맞는지를 확인하려는 요금정책 때문이기도 하고, 휠체어 좌석의 경우 좌석이 한정된 반면에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하게 할 경우 휠체어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이 그 좌석을 선점하게 될 경우에 정말로 휠체어석이 필요한 장애인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휠체어석의 경우 별도로 전화를 통해 예약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그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우리 사고의 발전을 앞서가는 경우도 있다. 시・청각장애인에게 화면해설과 자막서비스는 비장애인 관람권과 충돌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장애인 영화관람권을 강하게 요구하기 어려웠는데, 2017년 12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관람권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시연이 있었고, 이로 인해 법원이 시각장애인에게 화면해설을, 청각장애인에게 자막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장벽에 부딪히더라도 도전이 필요하다

모처럼 가족, 친구 혹은 지인들과 마음이 맞고 시간이 맞아도 장애인은 선뜻 함께하기가 어렵다. 어떤 장애물로 인해 어디에서부터 가로막힐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매표소나 출입구에서부터 접근이 안 되거나, 설혹 입구를 잘 통과했다고 해도 특정 구역에 접근이 안 되거나, 화장실 이용이 안 되는 등 그 가능성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출발 자체가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중도에 어떤 장애물을 만난다 하더라도 도전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이 자꾸 다녀야 세상의 그 불편함을 알 수 있고, 알릴 수 있으며, 변화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설혹 문화재이고, 자연적 산물이고, 엄청난 비용이 초래돼 당장 개선이 어렵다고 해도 도전해보고 납득할 수 있는 이유인지를 정확히 알아봐야 한다. 집 밖을 나가는 것이 산 넘어 산, 고행의 길이 될지라도 그 길에 나설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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