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계단체가 8일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 제한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저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밥을 먹을 수조차 없는 중증 장애인입니다. 활동지원서비스로 하루 10시간 활동지원을 받아 왔지만, 지난해 만 65세가 됐다는 이유로 활동지원이 끊겼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노인요양활동지원을 받고 있지만, 하루 4시간 여의 지원만 받을 수 있습니다. 밥 해주고, 청소해주고, 씻겨주다 보면 4시간은 턱없이 부족해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지적장애가 있는 조카가 저를 돌봐주는 실정입니다.
저는 노인성질환이 아닙니다. 노인성 질환으로 노인요양을 받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장애인이지 않습니까? 장애인에게 필요한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한 것입니다.”
서울시 은평구에 거주하고 있는 68세 최선자 씨. 지체장애 1급으로 혼자서는 생활이 불가능한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아왔다. 월 600시간의 활동지원으로 최씨는 삶을 꾸려왔다.
하지만, 만 65세가 된 이후 그의 삶이 바뀌어 버렸다.
활동지원서비스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 대상자로 넘어가면서 월 100시간, 하루 4시간 남짓의 시간만 지원받고 있다. 하루 20시간은 혼자 생활해야 하는 상황.
▲ 만 65세 연령제한으로 활동보조 지원이 중단된 당사자 최선자 씨가 발언하고 있다. |
최 씨의 활동지원 시간이 줄어든 이유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법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 때문이다. ‘수급자였다가 65세 이후에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장기요양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 사람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은 신청자격을 갖는다.’는 규정으로 인해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
법에 따라 만 65세가 되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장애인활동지원이 중단되고 노인장기요양으로 전환 된다.
문제는, 기존에 받았던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시간이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넘어가면서 대폭 줄어든다는 것. 장애인을 위한 활동지원서비스가 아닌 노인을 위한 장기요양서비스를 받게 되면서, 이들은 지원 시간이 줄고 결국 줄어든 시간만큼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지원서비스에 대한 연령제한을 “고령의 중증 장애인을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현대판 고려장’”이라 비판했다. 더불어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 제한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나이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한하는 지금의 규정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는 “64세 364일 된 사람과 65세 1일 된 사람의 차이가 무엇인가.”라며 “나이로 기준을 나눠 이 사람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이 사람은 못 받는 것은 연령차별.”이라고 지적했다.
▲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
뿐만 아니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다가 만 65세가 넘어 강제로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선택권,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요양보험과 활동지원서비스는 각각의 성격이 다르기에 필요한 지원이 돼야 하지만, '나이'를 기준으로 이용 제한이 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김 변호사는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가 본인에게 적합한 제도를 선택해서 지원 받을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이 올바른 제도.”라며 “나이제한으로 서비스를 차단하는 것은 당사자의 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있고, 이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결정 침해.”라고 꼬집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장애계 단체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연령에 의한 활동지원 서비스 대상 제한 폐지 내용이 담긴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요구안을 국회에 전달했다.
▲ 활동지원 65세 연령제한을 풍자하는 '중증 장애인 고려장'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