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부양의무제 단계적 완화 안돼…전면 폐지해야"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장애인·빈민단체 모임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은 서울 광화문역 지하 노숙농성 5주년을 일주일 앞둔 14일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즉각 전면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후 청와대 인근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부양의무제 단계적 폐지안'은 폐지가 아니라 완화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부양의무제란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빈민·장애인이어도 직계가족 등 부양의무자에게 일정한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부는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은 2018년 10월에 폐지하고, 생계·의료급여의 경우 가구 특성으로 구분해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올해 11월부터 수급자와 부양의무자 가구 양쪽 모두에 노인이나 중증장애인이 있는 경우 생계·의료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을 받지 않는다. 다만 부양의무자 가구는 소득·재산이 하위 70%에 속하는 경우로만 한정했다.
2019년 1월부터는 수급자 가구 특성과 상관없이 부양의무자 가구에 소득·재산 하위 70% 중증장애인이 있는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2022년 1월부터는 소득·재산 하위 70% 노인이 포함된 가구까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이 부양의무제 '폐지'가 아닌 '완화'라면서 강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노인이나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가구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조건 없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대선 후보 시절 부양의무제 폐지를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경제부처와 협의를 통해 복지제도를 현실적 수준에서 완화하겠다'고 한다"면서 "빈민과 장애인에게 복지제도는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부터 효자치안센터 인근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한다. 18일 오후에는 광화문광장에서 '농성 5주년 집중결의대회'를 열고 광장에서 노숙농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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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8/14 17:2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