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건강보험, 국민기초생활보장 등 복지급여 부정수급을 막는다며 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부정수급 강제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복지 수급자들의 권리가 축소될 우려가 큰 이번 방안을 두고 빈민단체가 반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부정수급에 대응하기 위한 복지부 차관 직속 기구로 ‘복지급여 중앙조사단’을 꾸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조사단 담당 공무원에게는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며 행정법규 위반 사건을 강제로 수사하고 검찰로 송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보건복지부는 복지 급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며 이번 방안의 도입 이유를 밝혔다. 현재 복지부는 복지급여조사담당관 산하에 8명의 공무원을 두고 부정수급 등을 조사하고는 있으나 강제 수사 권한은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사단이 어떤 복지 급여의 부정수급을 조사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으며, 행정자치부 등 정부 부처와 관련된 내용을 계속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빈곤사회연대는 5일 정부의 이러한 방안이 자칫 복지 수급자들의 수급권을 박탈할 우려가 크다는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빈사연은 현재 한국의 복지 상황이 매우 열악해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언급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한국의 복지 지출 비중은 2016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상대빈곤율도 14.4%로 OECD 평균 11.4%보다 높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추정에 따르면 한국의 비수급 빈곤층은 400만 명에 이른다.
부족한 복지 총량 때문에 정부는 이미 까다로운 수급 자격을 두고 부정수급도 엄격하게 색출하고 있다는 것이 빈사연의 주장이다.
또한 빈사연은 부양의무자 소득 증가로 부정수급으로 몰린 수급자의 사례를 들어 “부양의무자의 소득에 대해 매달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복지부는 이를 두고 신고의 의무를 운운하며 ‘부정수급자’로 취급한 것”이라며 “행정의 문제, 제도의 문제를 수급자의 부정인 것처럼 거짓말해서는 안 된다.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은 자신들의 행정적 업무방기를 수급자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빈사연은 “가난과 장애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복지 수급자에게 엄포를 놓고 공포에 시달리게 하는 것이 복지인가”라며 “보건복지부가 진정 빈곤 해결에 의지가 있다면 복지수급자들을 예비범죄자화하며 복지 권리를 박살낼 위험을 안고 있는 현재의 논의를 당장 멈추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400만 사각지대와 405만 건강보험 체납자들의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경찰' 도입 논의는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제기되어 왔다. 정부는 2013년 12월 포털사이드 다음(DAUM) 아고라에 '복지부정 꼼짝마'라는 토론방을 개설하고, 부정수급 예방 대책에 대한 각계 전문가 의견을 올렸었다. 이 때 이미애 한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정수급예방을 위한 국민감시체계 활성화'라는 글을 통해 부정수급조사관에게 법률적 조사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부정수급조사관의 원활한 조사활동을 위해서 사법경찰권의 부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부정수급조사관에게 사법경찰권 외에도 허위신청의심자의 금융거래정보,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정보, 조세납부정보, 재산변동정보 등에 접근하고 검토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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