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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혁명의 시작 / 박경석

등록 :2017-04-20 18:05수정 :2017-04-20 20:48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피고인은 피고인 집 안방에서 다른 가족들이 없는 틈을 이용하여 집 안에 보관하고 있는 망치로 잠자고 있던 피해자의 후두부를 3회 힘껏 가격하고, 목 졸라 그 자리에 사망하게 하였다.”

 

2015년 8월26일 재판부는 친족살해 사건에 대하여 아버지인 피고인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녀가 중증장애인이고, 피고인이 수십년간 정성스럽게 보살폈다는 점을 정상 참작했다. 피고인은 자신이 죽고 난 뒤 남은 가족들에게 중증장애인 아들이 짐이 될 것을 걱정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했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통해 최저생활을 보장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가족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가족에게 ‘부양의무’가 있다고 보고, 법 적용을 제한했다. 국가는 이 ‘부양의무자 기준’을 근거 삼아 가난한 이들을 방치하고 감시해왔다. 중증장애인 아들에 대한 부양의무를 졌으나, 그 부양의 의무를 다하기에는 힘에 부친 늙은 아버지는 자기 자식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이런 장애인에 대한 친족살해 사건은 한두 번이 아니며, 우리 사회에서 반복해서 일어나는 비극이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새벽에 망치로 맞아죽어야 했던 비극의 당사자 그 아들, ‘중증장애인’은 누구인가. 그들의 삶은 어떠한가.

 

세월호가 침몰하던 다음날, 4월17일에는 장애인수용시설에서 30년을 살다 ‘탈시설’ 한 장애인 송국현이 집에서 홀로 불타 죽은 사건이 있었다. 혼자서 일상생활을 해나가기 어려웠던 그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을 찾아가 호소도 해보았지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당시 활동지원서비스는 1·2급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장애 3급이었다. 그의 사정에도 국가는 외면하였고, 그렇게 송국현이 죽었다.

 

송국현, 그가 30년간 살아왔던 곳은 우리가 잘 아는 대표적인 장애인거주시설이다. 시설이라는 곳은 어떤 공간인가. 시설은 중증장애인의 자유를 제약하고 수용하는 곳이다. 하지만 국가는 그곳을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최근 대구시립희망원의 인권침해 문제가 계속 밝혀지고 있다. 대구천주교유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이 희망원에서 수용인들이 수년에 걸쳐 하나씩 죽어갔다. 지난 7년간 시나브로 309명이 죽었다. 시설은 국가권력이 중증장애인을 폐기물 취급하며 교묘하게 통제·관리하기 위해 고안한 곳, 복지라는 이름을 걸친 수용시설이다. 그들은 그곳을 ‘희망원’, ‘형제복지원’으로 불러댄다.

 

시설이 아니라 이곳 지역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이들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광화문 지하도에서 1700여일을 농성하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규정하여 ‘가난을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 쉽게 전가해 버린 국가권력, 장애등급제를 무기로 중증장애인의 삶을 파괴하는 국가권력. “이게 나라냐”라고 외쳤던 촛불광장의 구호처럼 국가권력을 향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외침이다. ‘문제로 정의된 사람이 그 문제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혁명은 시작된다’는 올해 4월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구호처럼, 우리는 국가권력에 맞서 ‘가난’과 ‘장애’를 새롭게 정의하려고 한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 그리고 장애인수용시설을 폐지하고 아무리 심한 장애가 있어도 이곳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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