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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폐지 요구에 정부는 아직도 ‘똑같은 핑계’
차기 정부에 장애등급제 폐지 위한 제언 공유 토론회 열려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아직도 ‘중·경 단순화 필요’ 되풀이
 
등록일 [ 2017년04월03일 19시51분 ]
 
 
'장애등급제 폐지'는 정치색을 막론하고 각 정당 예비 대선 후보들이 약속하는 등 당연한 미래가 되었다.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적폐 청산'이 최대 과제가 될 새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적폐'를 청산하고 어떤 '미래'를 그려야 할까.
 
바로 이러한 질문에 실마리를 제안하는 토론회가 마련되었다. 3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및 개인 맞춤형 장애인 복지 서비스 실현 방향 모색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양승조 의원, 김상의 의원, 전혜숙 의원이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박근혜 정권에서 진행되어왔던 '장애등급제 개편'에 대한 비판과 차기 정부의 과제를 제안하는 자리였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차기 정부에 바란다: 장애등급제도 어떻게 폐지할 것인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장애등급제 폐지 그 이후… '획기적 예산 마련안' 필요하다
 
박경석 장애등급제·부양의부제폐지 광화문공동행동 상임대표는 박근혜 정권의 장애등급제 '개편'이 다양한 방면에서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표는 그 근거로 △장애계와 합의한 사안들이 장애등급제 폐지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 △장애등급제 폐지 요구의 근거에 대한 몰이해 △'감면 할인 제도'를 방패 삼아 '중·경 단순화' 유지 △의학적 기준이 대세인 '서비스 종합 판정 체계' 등을 들었다.
 
박 대표는 예산 확보 없이 등급제만 없애려 하기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예산에 대한 계획 없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2013년 GDP 대비 장애인복지지출을 살펴보면, 한국은 0.61%로 이는 OECD 평균인 2.11%에 비해 1/4 수준이다. 2017년 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전체 예산은 1.9조 원으로, 이는 정부 총예산 대비 0.4%, 복지부 전체 예산에 비해서도 3.4%에 불과하다. 박 대표는 "수용시설 폐지에 따른 예산을 개인별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자립생활 지원 예산으로 조정한다는 전제 아래 4배 정도 인상된 5조 원 수준으로 2020년까지 인상해야 한다"라며 "장애인연금과 장애수당도 OECD 평균에 맞춰 현재보다 4배 정도 인상된 3조 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별 지원 체계'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서비스가 다양화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박 대표는 "개인별 지원 체계의 핵심은 당사자가 필요한 만큼 욕구에 맞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다양화하자는 것"이라며 "중증장애인이 거주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서 24시간을 스스로 채워나갈 힘을 가지도록 권한을 주는 것"이 정책의 궁극적 방향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지원이 안정적이고 균등하게 지원될 수 있으려면 전달체계의 공공성 강화가 필수적이다. 박 대표는 "한국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이 없다. 이는 많은 학술적 연구를 통해서도 지적된 부분"이라며 활동보조 서비스 운영의 현실을 예로 들었다. 그는 "지금처럼 100% 가까이 민간기관의 시장경쟁에 장애인 서비스 제공을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공적 기관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전달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단순한 제도 개선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패러다임의 문제"라며 "'심신장애자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의 구시대적 패러다임을 넘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Leave No One Behind)'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법률, 즉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박경석 대표(왼쪽)와 김기룡 총장(오른쪽)
김기룡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총장은 등급제 폐지 이후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개인예산제도'를 제안하며 이 제도를 최근 도입한 호주의 사례를 소개했다. 개인예산제도는 서비스 공급자에게 예산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용자인 장애인 당사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예산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예산을 받은 개인은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만큼' 사용할 수 있어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예선제도를 실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예산. 호주는 개인예산제도 시행 초기에 일부 지역 또는 일부 연령대에만 국한하여 적은 예산이 소요되었으나, 2019년에 이 제도를 본격적으로 실시하면 약 65억 호주달러가 소요되며, 모든 호주인을 대상으로 실시할 경우 136억 호주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한다. 김 총장은 "호주 정부는 이러한 추산 후, 제도 도입 당시 확보된 예산만으로는 제도 실행이 어려우리라 판단, 기존 조세를 활용한 기금 충당 방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호주 정부는 안정적 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해 소득세율을 상향 조정하여 추가 확보된 세수를 '개인예산제도 기금'에 투입했다. 김 총장은 "호주의 경제부처 '생산성위원회'가 개인예산제도의 경제적 효과를 직접 조사한 결과, 개인예산제를 도입했을 때 국가가 부담해야 할 복지비용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정부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이용하여 국민을 직접 설득했고, 이를 통해 안정적 기금 마련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끌어냈다"고 전했다.
 
김 총장은 "한국 역시 호주의 사례를 참고하여 '장애인복지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라며 "복권기금이나 국민건강증진기금 등을 통해 일부 조성하고, 일부는 복지부 예산으로 충당한다면, 등급제 폐지 이후 개인예산제도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들, 같은 변명만 되풀이
 
두 발제자의 제안에 대해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큰 방향에서는 동의하나 세부적 내용에서는 이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라며 현행 등급제 개편안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동관 국민연금공단 장애인 서비스지원팀 부장은 "장애등급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등에 대해 총론적으로는 공감을 표한다"라면서도 "발표내용이 대부분 정책적인 부분이라 정책당국이 아닌 시범사업 수행기관에서 의견을 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라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신 부장은 "장애등급제 개편 사업 지원을 위해 1, 2차 시범사업을 수행했고, 이 사업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도 일정 부분 있었다"라며 “3차 시범사업 역시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복지코디(조사원) 채용 시 사회복지사, 특수교사 등 자격자를 채용하여 업무 전문성을 확보하고, 장애인식교육을 실시하며 새로운 판정도구 검증을 위한 실무교육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되는 시범사업에 대한 수용적 태도를 보였다.
 
임을기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과장은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방향은 이미 정해졌는데, '등급제 폐지'에 너무 매몰되다 보니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확대는 놓친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라고 밝혔다. 임 과장은 "반복해서 말하지만, 장애등급제 개편안에서 활동보조와 같은 일상생활 지원에는 중·경증 구분 없이 일괄적으로 종합판정체계에 따른 지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라며 "다만, 종합판정체계에 따라 운영할 필요가 없거나 효용성이 작은 감면·할인 혜택 등을 적용할 때 중·경증 구분이 필요해 남겨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과장은 개인예산제에 관해서도 "외국 제도를 볼 때 평면적으로 보기보다 각 사회의 현실과 문화를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개인예산제를 도입했다가 자칫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양을 줄이는 결과를 낳진 않을지 함께 생각해주길 바란다"며 우려를 표했다.

신동관 부장(왼쪽)과 임을기 과장(오른쪽)
박경석 대표는 이러한 정부부처 관계자들의 이야기에 "지금까지 등급제 폐지를 위해 정부와 협상하며 해왔던 이야기를 또 해야 하나"라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박 대표는 "이미 지난 2013년, '장애판정체계기획단'에서 '장애등급에 따라 할인율에 차등이 있는 제도는 장애인복지서비스 총량이 감소하지 않는 범위에서 소득 기준 등 기타 조건을 고려하여 단일 감면율 적용방안 등을 검토한다'고 합의했다"라며 감면 할인 등의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중·경 단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박 대표는 '등급제 폐지에만 매몰되어 개인별 서비스 확장은 놓쳤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해진 예산 안에서 나누다 보니 당연히 누군가의 서비스가 올라가면 피해 보는 집단이 생기는 것"이라며 예산 확대 없이 ‘껍데기 바꾸기’식의 복지부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한국 장애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5%이지만 예산은 전체 예산의 약 0.4%밖에 안 되는 현실에서 예산을 올리라는 말이 그렇게 비현실적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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