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애인시설 살인 사건은 한국에서도 현재 진행형,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의 혐오를 끝장내어야 한다! - 일본 장애인시설 “쓰구이야마유리엔” 살인 사건에 붙여 - |
7월 26일 새벽 2시, 일본 가나가와 현 사가미하라 시에 위치한 장애인시설 “쓰구이야마유리엔”에 한 괴한이 난입해 흉기를 휘둘러 19명이 사망하고 26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일본 현지에서도 전후 최악의 살인 참사라며 충격에 빠트린 이 사건의 용의자는 해당 시설에서 근무했었던 20대 청년으로, 범행 직후 경찰에 자수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꼭두새벽에 일어난 이 참사로 인하여 세상을 떠나게 된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 참사의 희생자 대부분이 장애인이었고, 제대로 된 저항을 할 수 없는 대상을 상대로 한 이 참상은 규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용의자 개인에게만 온갖 비난을 퍼 붓다 못해 이를 빌미로 정신 장애인을 비난하거나 차별하려는 것은 절대 지양해야 한다. 우리는 용의자 자체보단 그 용의자가 만들어 지게 된 사회적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용의자가 사회적 소수에 속하는 장애인을 극도로 혐오하며 살인사건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는 평상시에도 “장애인은 차라리 죽는 편이 가족에게도 편하며, 전국 장애인 시설을 돌며 장애인을 죽이겠다.”며 지인에게 얘기했으며, 참사가 일어난 해당 시설에서도 거주하던 장애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하다 지난 2월 해직된 상황이었다.
중의원 의장 공관에 보낸 자필 편지에는 장애인 470명을 말살하겠다면서 “나의 목표는 중증 장애인들이 활동이 힘들면 보호자 동의를 얻어 안락사 할 수 있는 세계다.”고 적어 놓았다.
이 용의자를 통해 한국보다 장애인 복지가 비교적 좋은 편인 일본 사회에서도 장애인을 비장애인보다 뒤떨어지는 존재, 가족에겐 짐이 되는 존재, 비장애인과 똑같이 자립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시설에 대량으로 모아 놓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서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이 보편적으로 존재했다는 알 수 있다. 즉, 장애인이란 사회적 소수자를 동등한 존재가 아닌 낮은 존재로 취급하는 사회 속에서, 장애인을 혐오 하고 차라리 죽여야 한다며 극단적 행위를 저지른 괴물이 등장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참상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도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인터넷 게시물에서는 일상처럼 장애인을 혐오하고 비하하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우장창창의 싸움을 지지하는 장애인의 정치적 목소리에 누군가에게 이용당한다며 장애인은 생각이란 걸 하지 못하는 존재처럼 비하 당하기도 했다. 여성혐오의 대표적 사례인 강남역 10번 출구 부근 살인 사건도 경찰이 앞장서서 ‘정신 질환자’를 들먹이며 정신장애인들을 강제 입원시키려 하는 등의 탄압을 하며 진정한 사건 해결 없이 넘어가려고 했다. 비단 장애인뿐만 아니라 현실과 온라인을 구분 짓지 않고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역시 팽배하다.
세상이 바뀌려면 용의자 개인에게 온갖 비하 발언을 일삼고 그 용의자만 엄벌한다고 바뀌지 않는다. 진정 그런 괴물이 된 개인을 더 만들지 않으려면 그 괴물을 만든 사회를 뜯어 고쳐야 한다. 이는 차별이 팽배하고 언제든지 그런 괴물이 나올 수 있는 한국 사회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사회에서도 통용되는 이야기이다. 즉, 일본의 비극은 전세계 모든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비극이기도 한 것이다.
지금도 세계 어느 곳에서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위협받고 살해당한다. 전 세계 어느 사회든 끊임없이 부추기는 차별과 혐오의 소용돌이를 끊지 못한다면 사회적 소수자의 일상은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떠나간 사람들을 가슴에 새기고 세계 어느 곳이든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우고, 마침내 그 사회를 사람이 사는 사회로 변화시켜야 한다. 지구 어느 곳에 살든 장애가 있든 여성이든 성소수자든 흙수저든 그 존재가 차별과 혐오가 되는 세상을 마감하고,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고 평등하게 살아 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고 투쟁할 것이다.
2016. 7. 27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