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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시설 떠나게 해달랬더니 쪼개기만 했다

2016년 04월 08일(금)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

- 장애인단체 “서울시는 탈시설 개념부터 명확히 하라”… 시설탈출과 자립 외치며 실상은 시설 소규모화

지난달 2일 대구에서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 한 30대 여성이 집에서 자고 있는 열 한 살짜리 딸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딸은 지체장애와 뇌병변장애 등 선천성 복합장애를 앓고 있었고, 살인혐의로 구속된 여성은 양육하기 힘들었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지난 4일 부산 기장에서는 경찰관이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들을 죽이고 스스로 목을 맨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도 있었다.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이렇게 온전히 가족이 떠맡거나 사회복지시설이 떠맡는다. 장애인이 가족, 시설 등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시설에서는 자유가 없다. 미국 발달장애인 당사자 자조단체 연합회는 ‘시설’에 대해 다수가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과 살거나, 운영진이 정한 식단, 취침시간에 따라야 하며 나를 보조할 사람을 선택하거나 해고할 수 없는 곳 등으로 정의했다. 

자유가 없는 곳에서 인권침해가 반복됐다. 1987년 세상에 알려진 형제복지원 뿐 아니라 1989년 대전종합복지원, 1991년 대전 신생원, 1998년 양지마을 사건 등 시설폭력 문제는 계속 있어왔고 2000년대 들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판 도가니 사건으로 불린 인강원, 지난 1월2일 송전원 사건까지 사회복지시설의 의문사·(성)폭행 등 범죄는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위계를 가진 폐쇄구조에서 통제수단은 폭력이기 쉽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은 지속적으로 ‘탈시설’을 주장한다. 지난 2008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탈시설에 대한 욕구를 조사했고, 2009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탈시설 정책을 약속했다. 지난 2009년 탈시설을 주장하는 장애인들이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63일간 농성을 하는 등 목소리를 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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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이 서울시의 탈시설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지난 2013년 서울시는 인권증진 기본계획을 통해 탈시설화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2017년까지 관할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 약 3000명 중 600명에 대해 탈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실제로는 탈시설이 아닌 시설 소규모화를 추진하고 있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이 5일 서울시청 앞에 모여 이를 비판했다. 

서울시 탈시설 정책, 시설 소규모화 

서울시가 발표한 ‘2015년 서울시 탈시설 기본계획’의 골자는 시설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의 요양보호기능 강화, 시설의 소규모화와 가정적인 분위기 제공 등이었다. 지난 2월 서울시 탈시설 모델개발 TF 회의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탈시설 범위는 일반거주 형태의 독립생활과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자립생활주택 뿐 아니라 시설에 의존해야하는 그룹홈, 체험홈 등도 포함돼 있다. 

발달 장애인 3~4명이 한 집에 살면서 시설에서 나온 직원의 관리를 받는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의 경우 법적으로도 소규모 ‘시설’로 분류된다. 장애인들이 자신의 일정을 직원들과 함께 짜고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대규모 시설 건물에서 벗어나 소규모 시설로 장소만 옮긴 것이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소규모화 정책’은 기존 시설을 돕기 위한 예산인 ‘시설기능보강사업비’를 통해 진행된다. 

예산의 규모를 봐도 문제다. 장애인거주시설에 투입되는 총액은 2016년 약 1000억원으로 탈시설 예산 약 20억원의 50배가량이고, 시설 숫자도 2014년 43개에서 2015년 45개로 증가했다. 탈시설을 내걸었지만 실상은 시설지원규모가 커지고 있다. 

반면 미흡한 서울시의 탈시설 정책 대상자조차도 430명 수준으로 전체 44개 시설 3000여명 중 15% 수준에 불과하다. 여전히 ‘시설을 통해’ 장애인들을 관리하는 것이라며 “탈시설 개념부터 명확히 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립생활주택 사업 예산을 총 5000만원으로 확대해 100채의 주택을 확보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올해 자립생활주택 사업비는 3970만원(55채)로 지난해 예산에서 동결됐다.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시설을 해체하거나 거주인 규모를 축소할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시설만 쪼개면 탈시설이 아니라 시설이 유지되는 것”이라며 “오히려 기존의 시설을 강화하고 촘촘하게 유지해 시설들의 자산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삶

2015년 9월 유엔총회에서 ‘지속가능한 개발목표’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Leave no one behind)’ 삶을 선언했다. 장애인들이 시설에 갇혀있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사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집, 활동보조, 돈. 탈시설의 목적은 자립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시설 소규모화가 아닌 이 세 가지를 위해 있어야 한다는 게 장애인단체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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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 탈시설 모델개발 TF회의에서 장애인들이 서울시 탈시설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채현식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보통 시설에서 활동보조인 한명이 최소 다섯 명의 장애인을 케어하고 있는데 사실 두명도 돌보기 어렵다”며 “두 명이 화장실을 간다고 해도 한명이 참아야 하는데 다섯 명에서 많게는 여덟 명씩 돌보는 상황에서 규율이 있고 통제를 강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도 자녀의 자립을 걱정한다. 28세 장애자녀를 둔 유재숙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울타리부모회장은 “주간보호시설들도 마흔살정도 되면 다닐 수 없다”며 “기존 시설들을 열심히 알아봐도 시설에서는 잘해준다고 하지만 (거주인들) 눈빛에는 희망이 없어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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