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원 성폭력 사건, 이재명 정부가 나서라… “시설 중심 정책 바꿔 탈시설 추진해야”

27일 오후 2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종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종이 피켓에는 “이재명 정부는 색동원 피해 장애인 자립지원 대책 마련하라”, “이재명 정부는 색동원 집단 성폭력 사건 해결하라”라고 적혀있다. 사진 김소영
인천시 강화군의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 사건 해결을 촉구하며 강화군청과 인천시청을 찾아갔던 장애인들이 이번에는 청와대로 향했다. 이제는 이재명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27일 오후 2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300여 명의 참가자와 함께 색동원 폐쇄 등 행정처분과 탈시설 정책 추진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후 이들은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시설장 김 씨를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을 찾아 수사 결과의 공개와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결의대회 현장. 3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청와대 사랑채 인근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 김소영
“시설 내 성폭력, 국가의 시설 중심 정책이 만든 구조적 문제”
지난 4월 시설장에 의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색동원 사건과 관련해 서울경찰청은 9월 24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설장 김 씨는 지난 10여 년간 여성 입소자들을 상대로 성적 학대를 저질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사에 착수한 지 10개월이 지났음에도 수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강화군청은 지난해 12월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실시했지만, 개인정보 보호, 수사에 미칠 영향 등을 이유로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행정처분과 관련해서도 강화군·인천시 등 지자체와 보건복지부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에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관련 기사: 색동원 성폭력 명백한데 지자체·복지부 ‘수사부터’… 공대위 “폐쇄 근거 이미 충분”)
색동원 성폭력 사건의 최초 신고자 ㄱ 씨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 고은영 변호사는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강화군을 두고 “정보 전체를 은폐하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권리 차단”이라며 “현재 이 사건 피의자는 범죄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내부 기관 종사자들 역시 피의자를 옹호하고 있어 피해자에게는 자신의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절박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피해자의 알권리는 단순한 알권리가 아니라 생존권이다. 피해자가 자신이 입은 피해의 범위와 가해자의 책임을 명확히 알아야만 진실을 규명할 수 있다. 지자체의 침묵은 가해자에게 시간을 주고 피해자에게는 절망을 주는 명백한 2차 가해”라며 “강화군은 검토라는 비겁한 단어를 버리고 심층조사 결과보고서를 즉각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은영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그의 뒤에는 “이재명 정부는 인천판 도가니 색동원 사건 해결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 김소영
조하 전국여성장애인폭력피해지원상담소및보호시설협의회 상임대표는 “여성장애인이 겪는 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성별과 장애, 시설화와 빈곤, 사회적 고립이 겹겹이 중첩된 구조적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조하 대표는 “색동원은 보호의 공간이 아니라 삶 전체가 통제되는 권력의 공간이었다. 먹고 자는 것, 이동과 외출, 의료와 일상의 결정까지 시설장의 판단과 종사자들의 통제에 맡겨진 구조 속에서 시설장과 종사자들은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해 왔다. 이러한 위계적 관계 속에서 성폭력과 학대는 반복됐고, 피해를 말하는 순간 삶의 터전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은 여성장애인들에게 침묵을 강요해 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피해자의 안전보다 가해 시설의 운영을 우선하는 이 비정상적인 행정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정부는 시설 수용 중심 정책을 폐기하고 탈시설 정책을 시행하여 실질적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 체계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조하 전국여성장애인폭력피해지원상담소및보호시설협의회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조하 전국여성장애인폭력피해지원상담소및보호시설협의회 상임대표와 장종인 공대위 위원장이 청와대 공공갈등조정비서관실 관계자에게 대정부 요구안을 전달했다. 조하 대표와 청와대 관계자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이날 공대위는 이재명 정부에 △피해여성거주인 심층조사 결과 공개 △색동원 성폭력사건 해결을 위한 범정부 대책위 구성 △색동원 입소장애인 전원 탈시설 지원 및 지역사회 자립지원 △색동원 시설폐쇄 및 법인 설립허가 취소 행정처분 △가해자가 시설장일 경우 즉각 분리 및 업무 배제 근거 마련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침해 전수조사 실시 △탈시설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 2.0 수립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을 요구했다.
법률 지원 나선 한국여성변호사회 “서울경찰청, 전수조사 및 구속 수사 실시하라”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청와대 사랑채에서 서울경찰청까지 행진한 뒤, 서울경찰청 앞에서 ‘색동원 사건 수사 결과 발표 및 엄중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경찰 조사 단계부터 재판 단계까지 피해자들에게 법률 지원을 하는 한국여성변호사회의 원의림·이경하 변호사가 발언자로 나섰다.
원 변호사와 이 변호사는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여성가족부와 협력해 17명의 피해자를 위한 전담 법률 지원단을 구성했고, 변호사 1인당 피해자 2명을 개별 매칭해 대리하기로 했다”며 “서울경찰청은 단 한 명의 피해자도 누락되지 않도록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가해자의 증거 인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즉각 구속 수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찰청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주먹 쥔 손을 높이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서울경찰청 앞 계단에 놓인 국화꽃과 종이 피켓들. 피켓에는 “서울경찰청은 색동원 성폭력 가해자 지금 당장 구속하라”등이 적혀있다. 사진 김소영
이날 기자회견은 참가자들이 국화꽃을 서울경찰청 앞에 놓으며 철저한 수사와 수사 결과 공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9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