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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수용시설 피해생존인들 “한국은 ‘시설공화국’… 상설조사기구 필요”

 

오는 26일, 2기 진화위 조사 기간 종료
국회서 ‘과거사법 등 제·개정 토론회’ 진행
중단 없는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 위해
과거사법 개정 또는 별도의 특별법 제정 필요성 제기
피해생존인들 “억울함 풀 수 있도록 정책 마련해달라”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을 규명해 온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화위)의 조사 기간이 오는 26일 종료된다. 이에 전국 각지에 있는 형제복지원, 영화숙·재생원, 성지원, 칠성원, 동명원 등 수용시설 피해생존인들이 국회로 모였다.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 피해생존인 당사자 단체 및 연대단체와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등은 ‘수용시설 피해생존인의 존엄한 삶을 위한 과거사법 등 제·개정 토론회’를 14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중단 없는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아래 과거사법) 개정 또는 별도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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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시설 피해생존인의 존엄한 삶을 위한 과거사법 등 제·개정 토론회’가 14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 김소영

 

한시적 기구인 진화위… 신청 기반 조사, 배·보상 체계 부재 등 한계 뚜렷

진화위는 권위주의 통치 시에 일어났던 중대한 인권침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등 국가폭력의 진실을 규명하는 독립적인 조사기관으로, 과거사법에 근거해 2005년 처음 출범했다.

진화위는 상시적인 국가기관이 아닌 활동기간이 정해져 있는 한시적 기구이다. 1기 진화위는 2010년까지 활동했고, 그 후 10년 만인 2020년 12월 10일 과거사법 개정을 통해 2기 진화위가 재출범했다.

진화위의 재출범은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의 투쟁으로 얻어낸 성과였다. 이들은 국회 앞에서 927일간 농성한 끝에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과거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진화위를 다시 꾸릴 수 있게 했다.

2기 진화위는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등 주요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국가 사과와 배상, 재발 방지 조치 등을 권고했다. 지난 2월에는 부산 영화숙·재생원 사건에 대해서도 진실규명 결정을 해 공식적으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에도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 진화위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서 진실규명 사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진실규명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때’를 제외하면 피해생존자나 유족 등이 직접 진실규명을 신청해야 조사가 이루어졌다. 과거사법 시행일로부터 ‘2년 이내’라는 진실규명 신청 기간 역시 제한적이다. 배·보상을 위한 법령도 없어 진화위의 권고에도 피해생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 이주언 변호사 “상설조사기구 설치하고 직권조사 확대해야”

영화숙·재생원 사건을 지원하는 이주언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도 토론회에서 직권조사 부족과 신청주의의 벽 구제 기능 미흡을 2기 진화위의 한계로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다수 피해자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신청 기반 조사에 의존해 실질적 진실규명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집단시설수용 피해자들이 사회적 낙인·트라우마로 인해 신청 자체가 어려운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청 기한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진실규명 결정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내려졌더라도 배·보상을 위해 또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피해 사실을 법원에서 다시 입증하기 때문에 고통이 반복된다는 문제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구조적 접근 부족, 피해자 배제,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음 등을 한계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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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언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이 변호사는 중단 없는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해 집단수용시설 피해자에 대한 별도의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그는 “특별법에 따른 상설조사기구를 설치하여 진화위가 운영되지 않을 시에는 해당 상설조사기구가 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법을 제·개정할 시 신청에 의한 조사가 아니라 직권조사를 확대하고 전수조사 방식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보상 체계에 대해서는 “진실규명 결정이 있을 때마다 지난한 소송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은 피해생존자들에게 가혹하다”며 “별도의 법률을 마련하기보다는 진실규명 결정과 함께 보상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보상의 기준과 지급을 결정하거나, 피해생존자를 대표한 단체와 중재 절차를 거쳐 중재안을 만들고 위 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소송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고 제시했다.

- 토론자들 “과거사법 개정 또는 별도의 특별법 제정 필요”

토론자로 나선 김일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2기 진화위의 활동을 통해 권위주의 정권기 집단수용시설 문제에 대한 최초의 정부 차원 진상규명 노력이 진행됐다”고 성과를 언급하면서도 “민간 시설, 특히 (정부나 지자체와의) 명시적 위탁계약이 존재하지 않는 시설에 대해 적극적 조사가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법 제·개정 방안을 현행 과거사법 개정과 특별법 제정으로 나누어 제안했다. 그는 “현행 과거사법에서 집단 수용시설 문제는 ‘그 밖의 인권침해 사안’ 정도로 규정되어 있다”며 “만약 과거사법 틀 내에서 3기 진화위 출범을 고려한다면 진실규명 대상으로서의 집단수용시설 문제가 가진 위상과 고유성을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은 이미 2기 진화위 조사보고서를 통해서도 권고된 바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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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진화위 상임위원인 이상훈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전 진화위 상임위원인 이상훈 변호사는 토론회에서 언급된 두 가지의 법 제·개정 방안에 대해 “절충적인 입법안으로 현행 ‘3·15의거 참여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이 별도 특별법을 제정하되 특별법에서 조사 기구를 진화위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은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위원회 구성을 이끌어 낸 뉴질랜드의 ‘레이크앨리스 사건’을 설명하며 집단수용시설 문제를 다룰 상설 독립 부서 설치 시설수용이 국가폭력임을 명시, 소송 제기를 넘어선 배·보상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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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주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손석주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는 “전 국민 집단수용시설 피해 조사를 포함한 강력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손 대표는 “대한민국은 ‘시설공화국’이었다. 누군가는 시설에 잡혀갔고, 가족이 시설에 수용됐다. 지금도 그렇다. 지방정부는 그 지역의 피해생존인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 국민이 과거의 집단수용시설 피해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고, 자신이나 가족이 피해를 당한 경험이 어떠한지, 지금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생존자들 “억울함 풀 수 있도록 정책 마련해달라”

이날 토론회에서는 집단수용시설 피해생존자들이 참석해 자신의 피해를 증언했다.

최성봉 씨는 초등학교 2학년 무렵 강제로 부산 칠성원에 수용됐다. 최 씨는 “사람이 죽으면 시신은 방에 며칠씩 방치돼 있었다. 부산 시립병원에서 검시관이 오기 전까지 가마를 덮어두기만 하고 아무 조치 없이 시신을 보관했다. 검시관이 하얀 가운을 입고 와서 검사를 하고 다음 날이 되면 시체들이 사라졌다. 이런 일상적인 죽음과 학대는 아동들에게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안겼다”고 이야기했다.

칠성원뿐만 아니라 영화숙·형제복지원에도 강제로 수용된 최 씨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룬 방송과 영상을 우연히 접하면서 뒤늦게 진화위의 존재를 알게 됐다. 진정기간이 마감된 2025년 3월에서야 진화위와의 면담을 가졌다. 하지만 칠성원은 아직 공식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영화숙에 대한 진정을 먼저 했지만, 자료가 부족하여 인정되지 않았고 형제복지원에 대한 진정도 시기를 놓쳐 처리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최 씨는 “피해가 너무도 명확하지만 아직까지 공식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과거 고통을 겪은 사람들을 위해 조사를 보다 신속히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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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학원·새소망보육원·형제복지원·여광원·성지원 등에서 인권침해를 겪은 피해생존인 정한영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정한영 씨는 선감학원·새소망보육원·형제복지원·여광원·성지원 등 여러 시설에 수용돼 수없이 많은 폭행과 성폭력을 당해야 했다. 정 씨는 “선감학원은 모든 피해자가 인정될 수 있게 미접수 피해자도 결정문에 포함되었지만, 형제복지원 사건은 그렇지 않았다. 미접수 피해자 모임을 통해 진화위 관계자를 만나서 직권조사 요청을 드렸으나 ‘모든 피해자를 한꺼번에 조사해야 한다’며 국회 입법 필요성만을 설명하고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정 씨는 “나는 과거사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세상에 묻히면 안 된다는 것만은 잘 안다. 이들이 모두 진상규명을 받고 수십 년간 가슴에 응어리진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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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참가자들이 주먹 쥔 손을 높이 들며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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