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의 정립전자에서 발생한 대규모 비리·횡령 사건 해결에 광진구청이 서울시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자 장애계가 책임방기라며 규탄에 나섰다.
한국소아마비협회 산하 정립전자는 1989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최대 규모의 장애인 근로사업장으로, 직원 160여 명 중 100여 명을 장애인으로 고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초 정립전자 원장과 본부장이 구속 기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는 정립전자 간부와 전 구의원을 비롯해 관련자까지 총 12명이 추가로 불구속 기소됐다.
기소 내용을 보면 정립전자는 타회사에 업체 명의를 빌려주거나 공공기관과 직접 수의계약을 체결한 뒤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형태로 2013년~2015년까지 계약대금 348억 원을 편취했다. 그 뒤 정립전자 대표 등 임직원은 하도급 대가로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1억7800만 원의 금품을 받고, 허위 근로자 등재, 거래 업체와의 허위 거래 등으로 14억2036만 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
한국소아마비협회와 산하시설의 비리·횡령은 과거 1990년, 1993년에도 잇따라 발생했다. 그리고 2004년엔 정년퇴임을 앞둔 관장의 변칙적 임기연장 등으로 장애인들이 231일 동안 점거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는 동일한 기관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비리·횡령사건은 구조적 문제라며, 서울시와 광진구청을 상대로 사태를 방기한 이사진에 대한 전원 해임과 시설의 민주적 운영을 요구했다. 이후 서울시는 특별감사를 통해 보조금 횡령 등을 추가 확인하고, 서울시는 광진구청에 보조금 중단과 환수, 시설장 교체 등에 대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광진구청은 정립전자의 노숙인 일자리 보조금 환수 외에는 직접 집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의 공문을 서울시에 발송했다. 이에 서울장차연은 “최일선에서 관리감독하고 바로잡아야 할 행정당국이 본연의 책임을 방기하고 너무도 안일하고 무책임하며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강한 의구심과 함께 광진구청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19일 오전 광진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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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서울 광진구의 한국소아마비협회 산하 정립전자에서 발생한 대규모 비리·횡령 사건 해결에 대해 광진구청이 서울시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며 19일 광진구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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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재원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정립지회장은 “(광진구청은) 시에서 감사한 것이기에 나머지는 시에서 직접 집행하라고 공문을 올렸다고 한다. 책임권한은 시군구청장 모두 갖고 있기에 시가 책임지라는 거다. 너무 황당했다”라고 밝혔다. 김 지회장은 “사회복지현장에 20년 있었지만 어떤 경우에도 중간 과정을 건너뛰고 직접 집행되지 않는다. 기관이 시에 반납할 게 있다면 먼저 구에 반납하고 구가 시에 반납한다. 20년 동안 광진구청이 그렇게 하는 거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 그에 대한 근거를 먼저 대라"라고 지적했다.
박경석 서울장차연 공동대표는 “광진구는 서울시가, 서울시는 광진구가 해야 한다며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면서 "그러는 동안 수십 년째 반복되는 한국소아마비협회에서 일어난 모든 피해는 장애인이 입었다. 일하는 장애인들은 죄없이 정리해고 위기에 처했고, 회관을 이용하던 중증장애인은 인권모독과 수많은 탄압 속에서 지내왔다.”라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이어 "그런데 광진구청, 서울시청 공무원들은 검찰수사 끝나고 구속 처리된 지 2개월이 지났는데도 책임회피만 할 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기자회견 후 서울장차연은 광진구청 측과 면담했다. 면담에 참여한 김재원 지회장은 “보조금 중단에 대해 광진구청은 서울시에서 1분기 보조금을 이미 내려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서 “서울시, 광진구청과 삼자대면할 것을 요구했다. 다음 주까지 이에 대한 답변을 듣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서울시는 행정명령 집행을 둘러싼 권한 다툼에 대해 법률자문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담당자는 “행정처분 등 지도감독 권한은 일차적으로 광진구에 권한이 위임되어 있다.”면서 “잘못된 선례가 나오면 앞으로 불이익 관련한 모든 처분은 시에서 이행하라는 관례를 남길 수도 있다”며 광진구 측 입장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따라서 법률자문 검토가 늦어지면서 정립전자 측에 보조금 중단에 대한 통지가 나가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임금 체불이 발생할 수 있어, 1월 임금이 지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2월 내로 법률 검토를 마치고 자치구 이행명령 등을 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