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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는 권리다” 치료받을 권리조차 차별 받는가?

장애인의 의료 접근성과 건강권 보장 위한 사회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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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건강권을 촉구하는 장애인들 모습. ⓒ에이블뉴스DB

【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 장애인에게 의료는 단순한 서비스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생존의 조건이며, 사회가 인간의 존엄을 인정하는 최소한의 증거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이 병원에 가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불편하며 때로는 불가능하다.

의료기관의 접근성 부족, 진료 과정에서의 차별, 동행자 부재, 정보 전달의 미비, 이동권 결핍 등 장애인이 의료를 이용하는 과정은 다층적인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17.3%가 최근 1년간 병의원에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2020년 32.4%에서 개선된 수치지만 여전히 비장애인 대비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의료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보편적 제도'라는 이상과는 달리, 장애인에게 의료는 언제나 선택 가능한 권리가 아니었다.

장애인의 건강검진 수검률은 장애 유형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 국립재활원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건강보건통계'에 따르면, 일반 건강검진 수검률은 안면장애가 74.3%인 반면, 자폐성장애는 42.9%에 그친다. 특히 암검진 수검률은 자폐성장애가 6.7%, 지적장애가 32.1%, 뇌병변장애는 30%에 불과했다.

미충족 의료의 주요 원인으로는 이동의 어려움(36.5%)과 경제적 부담(27.8%)이 가장 많았으며, 시간 부족, 동행자 부재, 의료진의 장애 인식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증 뇌병변장애인처럼 일상 이동 자체가 어려운 이들에게 병원 방문은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다.

의료현장의 인식 부족도 문제다. 많은 장애인이 진료과정에서 의료진의 무지 또는 편견, 의사소통의 어려움, 검사나 처치의 표준화된 절차가 장애 특성을 배려하지 못하는 점 등을 호소한다.

예를 들어 시청각장애인은 진료정보에 접근하기 어렵고, 발달장애인은 복잡한 의료설명을 이해하는 데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배려는 제도적으로 부족하다.

의료기관 내 수어통역사 배치 현황과 과제

청각·언어장애인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통역해주는 수어통역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2021년 기준, 수어통역사가 상주하는 의료기관은 전국에 단 2곳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청각·언어장애인은 수어통역센터의 의료통역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020년 기준, 전국 수어통역센터는 197개소이고, 수어통역사는 976명이었다. 그러나 수어통역센터나 수어통역사에 대한 구체적인 배치 기준이 없어 시도별로 수어통역 인프라의 편차가 크다. 예를 들어 수어통역사 1명당 등록 청각·언어장애인 수는 전국 평균 428.5명으로, 강원은 183.9명, 대구는 1,321.8명으로 최대 7.2배의 차이를 보였다.

또한 2020년 수어통역센터가 지원한 의료통역은 총 19만6,601건으로, 청각·언어장애인 1인당 연간 지원건수로 환산하면 0.47건에 불과하다. 이는 청각·언어장애인이 의료기관에서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23년 한국수어 활용 조사'에 따르면, 수어를 주된 의사소통 방법으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의 83%가 의료기관에서 수어통역 서비스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의료기관 내 수어통역사 배치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의료기관 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현황

장애인의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환경의 개선도 필수적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현황조사'에 따르면, 의료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92.2%, 적정설치율은 83.0%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시설 평균 설치율인 89.2%와 적정설치율 79.2%보다 높은 수치로, 의료기관의 편의시설 설치가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세부 항목별로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점자블록의 설치율은 50.95%, 적정설치율은 45.71%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시설의 보완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또한 공공부문의 적정설치율은 73.5%로, 민간부문의 79.8%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는 공공기관의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더 필요함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무인단말기(키오스크)의 보급률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립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보급 대수는 2021년 21만 33대에서 2023년 53만 6,602대로 약 155% 증가했다.

하지만 정보접근성과 장애인 편의성에 대한 개선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동부 높이’ 기준 준수율은 4.0%,‘음성 등 대체 콘텐츠 제공’ 항목은 10.5%, 시각장애인을 위한 터치스크린 명확성 항목은 12.2%에 불과했다.

이는 대부분의 키오스크가 휠체어 사용자나 시각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항이다. 2023년 한국소비자원이 의료기관 키오스크 60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85%가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한 높이에 설치되었고, 80%는 점자 표기나 음성안내 기능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장애인 편의증진법'에 따라 의료기관 등 공공시설 내 키오스크 설치 시 ‘정당한 편의 제공’을 의무화하였고, ‘장애인 키오스크 접근성 지침’을 2023년 12월에 발표해 ① 점자 안내, ② 음성 출력 기능, ③ 휠체어 접근 가능한 높이(1220mm 이하), ④ 단순한 UI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음성안내 기능, 화면 확대 및 명확한 색상 대비 외에도 터치스크린 대신 버튼식 대안, 보조 인력 배치, 사전 예약 대면 서비스 제공 등의 보완이 병행되어야 키오스크 도입이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접근성’을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건강은 권리다, 자비가 아니다' 정책적 제안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기반 공공의료기관 내 장애친화 진료환경 확대 적용 ▲중증장애인을 위한 방문진료·이동진료 서비스 확대 ▲의료진 대상의 장애 인식개선 교육 의무화 ▲장애유형별 진료 가이드라인 및 의사소통 지원체계 마련 ▲건강검진과 예방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맞춤형 정보 제공 ▲의료기관 내 수어통역사 배치 기준 마련 및 전문 교육 확대 ▲수어통역센터의 기능 강화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수어통역 서비스 개발 지원 ▲의료기관의 편의시설 설치 실태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 및 개선 방안 마련 ▲의료기관 키오스크의 접근성 개선을 위한 법적 기준 준수와 사용자 중심의 설계 도입을 제안한다.

장애인의 건강권은 개인의 자립과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자, 국가가 시민에게 책임져야 할 사회적 권리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권리는 의료 체계의 여백 속에 방치되어 왔다.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고, 의료 접근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형식적 평등”을 넘어 구체적 차이에 기반한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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