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장애인들은 학령기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중 중학교 졸업 이하 학력이 절반을 넘는다. 이로 인해 학령기를 놓친 성인장애인들에게 평생교육은 절실하지만, 그 필요성에 비해 충분한 보장은 받지 못하고 있다. 2019년 기준(장애인평생교육 중장기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전체 국민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36%가 넘는 반면, 전체 등록 장애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0.2%에 불과하다. 장애계의 오랜 투쟁으로 장애인평생교육은 2017년부터 ‘평생교육법’의 적용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저조한 참여율과 부족한 지원으로 인해 이제는 법 개정의 논의를 넘어,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2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국회의원 연구단체 약자의 눈(대표의원 김민석) 주관으로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필요성 및 법안 내용 쟁점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토론회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되었다.
토론회에서는 김기룡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가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방향 및 주요 내용’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조민제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정책위원장과 서미화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정부 및 시도 측 토론자로는 차영아 교육부 학생지원국 장애학생진로평생교육팀 팀장, 신은주 서울특별시 평생교육국 평생교육과 평생교육지원팀 팀장, 그리고 김덕희 서울특별시교육청 평생교육진로국 평생교육과 과장이 참석했다.
2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약자의눈’ 주최로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 필요성 및 법안 내용 쟁점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되었다. 사진제공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 특수교육법→ 평생교육법 이관했지만 실질적 변화는 없어
먼저 김기룡 교수는 발제를 통해 장애인평생교육의 변천 과정을 설명했다. 장애인평생교육은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민간 차원(장애인야학, 장애인복지시설 등)의 비제도권 시기를 겪었다. 그러다 2007년, 마침내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아래 특수교육법)에 장애인평생교육 지원 근거를 최초로 마련했다. 이후 2017년, 통합적인 장애인평생교육 지원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평생교육법이 개정되면서 장애인평생교육 관련 법률이 ‘평생교육법’으로 이관되어 일원화되었다. 김 교수는 “지금은 평생교육법 개정 이후 장애인평생교육이 조금씩 제도화되는 시기”라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평생교육은 저조한 참여율을 보이며, 획기적인 변화 없이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장애인의 평생교육 참여율이 저조한 원인으로 ‘장애를 고려한 적절한 인적·물적 지원의 부족’을 꼽았다. 2019년 기준(특수교육연차보고서) 전국의 평생교육기관은 4,169개에 달하지만, 장애인평생교육 기관의 수는 308개(7.4%)밖에 되지 않는다. 장애인평생교육을 지원하는 예산도 개정된 법이 시행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장애인평생교육 관련 법체계가 갖추어져도 십수 년 전보다 장애인평생교육 예산은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라며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이외에도 김 교수는 평생교육법에서 국가 장애인평생교육지원센터 외 시·도 장애인평생교육 지원센터가 없는 점, 장애와 관련한 전문성을 가진 지원인력 배치 근거가 없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평생교육법의 효과성, 타당성, 그리고 구조의 문제를 고려하면, 현재 평생교육법에 장애인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평생교육 지원 내용을 담는 것은 맞지 않다”며 장애인평생교육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고 체계적 지원을 위해서는 별도의 장애인평생교육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장애인평생교육법의 제정 방향으로 △국가의 책무 강화 △장애인평생교육의 기회 확대 △질 높은 평생교육 구현 △맞춤형 평생교육 지원 △장애인평생교육 지원 체제 구축을 제시했다. 특히 국가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에 대해 김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장애인평생교육 진흥 계획을 수립 및 운영하고 별도의 장애인평생교육 정책심의위원회를 설립하며, 기존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를 별도의 원으로 독립시켜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원’으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인평생교육 지원체제 구축 방안에 대해 김 교수는 “국가를 비롯한 시·도 및 시·군·구 수준의 촘촘한 체계를 구축하고, 누구나 언제든지 편리하게 평생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원스톱 장애인평생교육 지원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 교수는 이러한 제정 방향을 반영해 장애인평생교육법안에 △장애인평생교육을 권리로써 명시 △장애인평생교육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규정 △장애인평생교육 전달체계·이용·심의 체계 △다양한 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설치운영 및 지정 근거 △장애인 학습자의 특성 및 요구를 고려한 지원체계 △평생교육-고용-복지가 연계된 지원 체계 등을 주요하게 담아야 한다고 전했다.
김기룡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가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방향 및 주요 내용’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 예산 지원하는 법도 불투명… 법 제정으로 명확한 근거 확보해야
그러나 김 교수는 입법 추진과정에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아래 보조금법)’로 인해 발생할 문제를 우려했다. 현행 보조금법으로는 국가가 직접 장애인평생교육 시설에 교부금을 지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국가가 직접 장애인평생교육 시설에 예산을 지원할 수 없어서, 불가피하게 교육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시설에 예산을 지원하는 복잡한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라며 보조금법도 함께 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현행 평생교육법에서 예산지원의 법적 근거가 부족한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김덕희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과 과장은 “평생교육법 제20조의2 1항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시·도교육감은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을 설치 또는 지정·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지원을 규정하는 동조 3항에서는 예산지원의 주체에서 시·도 교육감을 제외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만을 규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그러다 보니 매년 예산을 확보하고 심사하는 과정에서 법적 근거가 없어 직원들이 힘들게 일하고 있다”라며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을 통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청중으로 참석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 또한 서울시교육청의 의견에 동의하며 “예산지원의 주체를 바로 하라며 교육부를 1년 동안 쫓아다녔다. 결국 교육부가 ‘예산지원에 대한 조항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시도교육청을 포괄한다’고 해석해 주었지만, 현장에서는 씨알도 안 먹힌다”라며 관련 지침을 만들지 않고 현장의 혼란을 가중한 교육부를 비판했다.
조민제 위원장은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에 동의하며, 장애인 평생학습도시의 지정대상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시·군·구를 대상으로 장애인 평생학습 도시를 지정하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 지역의 장애인평생교육 현장은 매우 열악하다. 시·군·구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시·도까지 대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법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서미화 위원은 김 교수의 발제 내용에 대부분 동의하면서 장애인평생교육이 낮은 참여율을 보이는 것에 대해 “프로그램 개발뿐 아니라, 장애인이 아예 교육기관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구조가 문제”라며 “평생교육법으로 법률을 이관할 때는 통합교육을 하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기본적 환경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장애인평생교육이 인권의 관점으로 실효성 있게 현장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법 제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견들에 차영아 교육부 학생지원국 장애학생진로평생교육팀 팀장은 예산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견 없이 “장애인평생교육법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굉장히 공감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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