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문구가 쓰인 팻말. 사진 박승원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장애인활동지원 65세 연령제한 긴급구제 권고를 내린 세 지자체 중 서울시가 가장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고, 경기도가 가장 소극적이라고 6일 밝혔다.
현행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활동지원법)에 따르면, 만 65세까지만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고 이후 노인장기요양보험(아래 노인장기)으로 전환된다. 문제는 활동지원은 국비와 시비 등을 합쳐 24시간까지 지원되지만, 노인장기는 하루 최대 4시간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만 65세가 된 중증장애인으로 활동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13명의 장애인이 인권위에 진정한 바 있다. 지난 2월 인권위는 진정인들의 거주지 지자체인 서울시(6명), 대구시(5명), 경기도(2명)에 긴급구제를 권고했다.
이러한 인권위 권고에 서울시는 2020년 긴급 예산을 편성해 만 65세가 도래한 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활동지원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인권위는 “서울시는 오는 2021년에도 사회보장위원회와 협의 후 계속사업으로 연장하는 방법을 추진하겠다 전했다”며 “서울시의 적극적인 권고 이행 의지에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긴급돌봄사업을 활용해 일부 지원하고, 민간자원 등 연계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회신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현행 제도 내에서 피해자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법률 개정 없이는 경기도 내의 활동지원이 끊긴 장애인을 구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인권위는 아쉬움을 나타내며 “법률 개정으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지만, 지자체에서도 충분히 예산과 권한 내에서 어느 정도 지원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지자체가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함에 있어 생명과 안전을 우선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인권위도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관련 법률 개정으로 보고 있다. 인권위는 이미 지난 2016년,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장애인활동지원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개정하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했지만, 복지부는 모두 불수용했다. 장애계도 65세가 넘어서도 활동지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을 촉구했지만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예산상의 이유로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성택 인권위 조사관은 “21대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활동지원 65세 연령제한 관련 개정안 발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인권위에서도 아이디어 제시, 추가적인 의견 표명이나 재권고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문제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활동지원 65세 연령제한 폐지를 담은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안이 장제원(미래통합당), 최혜영(더불어민주당), 이종성(미래통합당), 장혜영(정의당),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대표로 해 5건이 발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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