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사람이 죽어도 톱날은 돌아간다… ‘중대재해기업법’ 제정해야

by 노들센터 posted Jul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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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어도 톱날은 돌아간다… ‘중대재해기업법’ 제정해야
고 김재순 장애인 노동자 사망 62일째… 여전히 변한 것 없이 공장 재가동
산재 사망 계속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 “반복되는 죽음 막기 위해 법 제정해야”
 
등록일 [ 2020년07월22일 16시06분 ]
 
 

1595402960_60619.jpg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아래 운동본부)는 22일, 오전 11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반복되는 산재사망을 방치하는 노동부를 규탄하며 고 김재순 노동자의 산재사망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 한 활동가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고 김재순 장애인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지 오늘로 62일째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업주는 사과도 하지 않는 데다가, 고용노동청은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은 채 입을 닫고 있다. 이렇듯 아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고용노동부는 고인이 죽었던 공장에 대한 작업중지를 해제했다.

 

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아래 운동본부)는 22일, 오전 11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반복되는 산재사망을 방치하는 노동부를 규탄하며 고 김재순 노동자의 산재사망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 김재순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어제(21일) 또다시 다섯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 위치한 한 물류센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5명의 노동자가 지하 4층에서 대피하지 못한 채 숨지고 8명이 다쳤다. 

 

1595403044_14953.jpg김설 청년노동자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 공동상임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이상진 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석 달 전(4월 29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참사로 38명의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두 달 전(5월 22일)에는 김재순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그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한 채 어제(21일) 또다시 5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했다”면서 “노동자들은 어제오늘 누군가가 쓰러지고 넘어진 곳에서 계속해서 쓰러져가고 있다”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이 집행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노동절, 산재를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어제의 물류창고 사고가 증명하고 있다”라며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김설 청년노동자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 공동상임대표는 노동자가 죽어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비판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특히 고 김재순 노동자를 사망하게 한 사업장에서는 지난 2014년, 이미 한 노동자가 목재파쇄기에 옷이 끼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김 대표는 “당시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거쳐) 안전조치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허술하기 짝이 없는 그 안전조치는 6년 뒤 또다시 사람을 죽였다”라며 분노했다. 

 

김재순 노동자의 죽음에 여전히 사업주는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다 죽었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는 유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공장 작업중지를 해제시켰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사람이 죽은 자리라는 것이 무색하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톱날은 돌아가고 있다”면서 “참사의 원인은 사업주의 의무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주를 처벌하지 않고 방치한 노동청과 정부에 그 책임이 있다”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여 이 비정상적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1595402808_40727.jpg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김재순 노동자는 중증 지적장애인이었다. 그는 일이 힘들어 그만둔 뒤 3개월간 새로 일을 할 곳을 찾았지만, 머지않아 다시 파쇄기 앞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그 또한 힘든 일을 하면서 자신이 혼자 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것”이라며 “가장 연약한 사람들이 가장 위험한 곳에서 쓰러지는 게 장애인 노동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 정책국장은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라 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받고 있다. 국가는 생산성을 이유로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다. 국가가 방치한 사회적 구조 앞에서 장애인 노동자들이 착취당하고, 죽는 일이 너무도 억울하다”라며 장애인의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폐지와 고용노동부에 고 김재순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촉구했다.  

 

지난 13일, 고 김재순 노동자를 사망하게 한 사업주인 조선우드 대표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지만, 법정 구속은 미지수다. 이에 대해 정명호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조지부장은 “노동자를 소모품쯤으로 여기고 그 죽음을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악덕 사업주들을 꼭 처벌해야 한다”라며 조선우드 대표가 법정 구속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 지부장은 고 김재순 노동자가 중증 지적장애인이었음에도 그의 옆에 그 어떠한 보호장치나 업무 보조 인력조차 없었다며 애통해했다. 그는 “노동자는 위험한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일터인데도 안전장치를 제대로 지원받지 못 하기 때문에 죽는 것”이라며 정부가 책임을 지고 문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따라서 운동본부는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인 평가가 사라지고, 더 이상 고 김재순 노동자와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의 회의결과 및 심의위 명단 공개 △고 김재순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노동부의 진상조사와 예방조치 시행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 삭제 및 장애유형별 편의 및 안전실태 전면조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했다. 

 

1595403142_22162.jpg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에 참여한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기사원문 : https://beminor.com/detail.php?number=14904&thread=04r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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