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장애인 교육권③] 장애인교사들, 온라인 개학으로 소외감 증폭

by 노들센터 posted Apr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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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교육권③] 장애인교사들, 온라인 개학으로 소외감 증폭
온라인 개학에 따른 학습 콘텐츠 제작 지원 전무해
교육부에 담당부처조차 없어… 소수인 탓에 목소리 내기도 힘들어
 
등록일 [ 2020년04월23일 11시24분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사상 처음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다. 모든 학생과 교사들이 혼란을 느끼는 가운데 장애인교사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평소에도 장애유형 또는 개인별로 다양한 교수 지원이 충분하지 않았던 장애인교사들은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학습 콘텐츠 제작 등에서 좌절과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장애인교사는 교사 사이에서 소수이다 보니 목소리를 내기도 힘든 상황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교육부는 이들 존재 자체를 모르는 듯, 소통할 부처조차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장애인교사는 더욱 소외되고 있었다.

 

1587609041_77677.jpg청각장애인교사 ㄴ 씨가 근무하는 곳은 지체장애인 특수학교로, PPT에 교사 음성을 넣은 동영상 강의를 만들어야 한다. ㄴ 교사는 “10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 7시간가량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사진 본인 제공
 

- 시각장애인 : 떨어지는 웹 접근성, 멀어지는 정보접근권

 

시각장애인교사는 정보접근의 문제를 가장 먼저 꼽았다. 현재 교사들은 온라인 개학에 따라 화상앱, 소통 플랫폼, 영상 제작 등을 스스로 공부하고 선택하고 적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안내·활용 자료가 대부분 영상이다 보니, 시각장애인교사는 스스로 학습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오프라인 연수에서도 비장애인교사 위주의 학습으로 이뤄지기에 이마저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BS 온라인 클래스 활용법도 영상자료와 매뉴얼이 있는데, 시각장애인교사가 따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 소재 일반학교에 근무하는 시각장애인교사 ㄱ 씨는 “대부분 동영상인 교육 자료를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아 비장애인 동료 교사의 도움을 받는다. 그런데 최근 다른 교사들도 (온라인 개학으로) 바쁘다 보니 귀동냥마저 힘들다”라며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변변한 매뉴얼이 없는 상황인데 그나마 적은 정보에서마저 장애인교사들은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교사에게 웹 접근성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학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통 플랫폼인 EBS 온라인 클래스는 웹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ㄱ 교사는 “온라인에서 소통해야 하는 것 자체가 학생과 교사 모두 처음이라 힘든 상황이지만 특히 시각장애인교사는 웹 접근성이 원활하지 않아 더욱 힘든 점이 있다”며 “현재 EBS 온라인 강의편집 매뉴얼 등에 이미지를 설명해주는 대체 텍스트가 없어서 재생, 변경, 삭제 등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 EBS 홈페이지에 혼자 회원가입 하는 것마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 청각장애인 : 음성 탑재 어려워 10분짜리 영상 제작 7시간 걸려

 

청각장애인교사는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청각장애인교사 ㄴ 씨가 근무하는 곳은 지체장애인 특수학교로, PPT에 교사 음성을 넣은 동영상 강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ㄴ 교사는 평소에 음성언어로 강의를 하거나 소통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지만, 동영상으로 남기는 것은 왠지 꺼려진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그는 자구책으로 AI 음성을 삽입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런데 AI 음성 삽입은 높은 비용이 들거나 비용을 적게 들이려면 매우 까다로운 경로를 거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학습 동영상 제작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ㄴ 교사는 “제작할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소리가 제대로 탑재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해당 화면에 맞는 목소리가 들어갔는지 알 수도 없고, 효과음 또한 넣을 엄두가 안 난다. 스피커에 손을 대고 소리가 나는지 안 나는지 체크하면서 작업하다 보니, 10분짜리 동영상을 만드는 데 7시간가량이 걸리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청각장애인교사도 시각장애인교사처럼 정보접근의 문제를 지적했다. 국립특수교육원의 장애학생 온라인학습방이나 e학습터 등에서 제공되는 교수학습 영상 자료에는 자막이 없거나 있더라도 내용과 범위가 한정적이다. 음성언어로의 의사소통이 활발한 쌍방향·실시간 수업에서 청각장애인교사는 소리 등의 변별이 어려운데 이에 대한 보조공학기기 등은 제공되지 않는다. 현재 청각장애인교사에게 제공되는 보조공학기는 ‘보청기’밖에 없다.

 

- 뇌병변장애인 : 느린 움직임 등 장애특성, 교수 자질로 비칠까 두려워

 

특수학교 초등과정에서 전담교사를 맡고 있는 교사 ㄷ 씨는 뇌병변장애인이다. 아직 동영상 학습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았지만, 걱정스러운 점은 있다. 뇌병변장애인의 ‘불수의적행동(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근육운동)’이나 언어장애, 느린 속도 등 장애유형에 따른 특징이 자칫 교사로서의 자질로 비칠까 우려스러운 것이다.

 

ㄷ 교사는 “언어장애가 동반돼 발음이 부정확한 편인데, 어린 학생들은 집중력이 비교적 짧은 편이어서 금방 지루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며 “움직임도 비교적 느리다 보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조금은 답답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된다”고 이야기했다.

 

ㄷ 교사는 언어장애가 있는 교사에게는 음성변조가 되는 보이스웨어 등의 보이스텍스트 프로그램이 지원된다면 학습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이스텍스트는 하고 싶은 말을 타이핑으로 치면 지정된 성우 목소리로 대체해서 음성을 내는 프로그램으로 청각장애인들이 많이 활용한다. 또한 뇌병변장애인교사에게는 불수의적 움직임을 보조해줄 만한 장치도 마련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 코로나19에서 뒷전으로 밀린 장애인교사들… 교육부에 담당부처조차 없어

 

현재 교육부 차원의 장애인교사에 대한 지원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은 전무하다. 교육부가 내놓은 보도자료나 설명자료에서도 장애인교사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시각장애인교사 ㄱ 씨는 “온라인 개학과 관련해 교육부 차원에서 ‘장애인교사가 온라인 수업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정보소외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하기 바람’이라는 메시지만 있더라도 수월할 텐데 교육부 공문에는 이런 문구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에 온라인 개학에 따른 장애인교사의 교수 지원을 물었지만 답변은 듣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교육부 내에서 장애인교사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매우 낮았다. 장애인교사라는 개념을 특수교육의 일부로 여기는 듯했다. 교육부 이러닝과는 ‘장애인교사에게 현재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 어떤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묻자, ‘특수교육정책과’를 안내했다. 그곳은 학생지원 파트가 아니냐고 물었지만 담당자는 “장애 쪽은 다 그쪽(특수교육정책과)으로 연락해야 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러닝과 이외에도 안내받은 곳에서는 한결같이 장애학생지원을 하는 ‘특수교육정책과’로 연락하라고 안내했다.

 

여러 부서로 전화를 돌리다 7번째에 이르러 원격교육준비점검팀 담당자에게 “이번 온라인 개학에서 장애인교사에 대한 지원을 챙기지 못 했다”는 답변을 겨우 들을 수 있었다. 원격교육준비점검팀 사무관은 “온라인 개학이 3월 31일 확정되고, 4월 9일 바로 시행이 되다 보니, 바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장애인교사의 지원뿐 아니라 여러모로 제대로 챙기지 못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라며 “어렵게 학습 콘텐츠를 만들었을 장애인교사에게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1587609145_15418.jpg지난해 7월 6일 서울 사당동 교사노동조합연맹 대회의실에서 장애인교원의 평등한 교권 실현에 뜻을 모은 교사들이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출범식을 열고 활동을 알렸다. 대회의실에 장애인교사들로 꽉 차 있다. 사진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 소수인 탓에 목소리 내기도 힘들어 속앓이만

 

장애인교사들은 평소에도 정보접근, 웹 접근성 등에서 소외받았고, 수업에 필요한 보조공학기기 제공도 사실상 없는데,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더 큰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인호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아래 장교조) 위원장은 “지난 1월 개통한 K-에듀파인(지방교육행·재정통합시스템)에서도 웹 접근성이 떨어져 시각장애인교사가 접근할 수 없었다”며 “이에 교육부에 항의하자 그제야 ‘웹 접근성 TF’가 꾸려졌다. 이처럼 언제나 장애인교사는 뒷전이다. 이번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도 장애인교사들에게 온라인 플랫폼 접근성이 좋은지, 학습 콘텐츠 제작에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교사들은 답답하고 불편한 점이 많지만, 소수집단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것도 쉽지 않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소속 장애인교사는 2017년 기준으로 4,139명으로, 전체 교사의 1.36%에 불과하다. 이인호 위원장은 “장애인교사가 교수 지원을 요구하는 게 당연한데도 많은 장애인교사들이 ‘요구=무능력’으로 비춰질까 두려워 소극적이 되고, 목소리 내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교사들은 지난해 7월 장교조를 꾸려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장교조는 온라인 개학을 앞둔 지난 3월 31일 성명을 발표하고 원격수업 계획 시 △장애학생 및 장애인교사의 정보접근권 보장 △원격교육 준비점검팀과 에듀테크 전담팀에 웹 접근성 전문가와 특수교육 전문가 반드시 포함 △학교에 장애학생·장애인교사에 맞는 원격수업을 위한 플랫폼 및 학습 콘텐츠 선정 과정에서 장애인의 정보접근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장교조는 지속적으로 장애인교사들의 정보 접근성, 교수 지원 등 교육부 차원의 선제 조치를 요구하고 있으나, 현재 코로나19로 교육부는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인호 위원장은 “(이번 온라인 개학 이외에 평소에도) 교육부에 장애인교사정책을 담당하는 곳이 없어 요구안을 전하기 힘들었다”며 “교육부 내에 장애인교사정책을 담당하는 곳을 만들어줄 것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며 암담한 상황을 전했다.


허현덕·박승원 기자 hyundeok@beminor.com

기사원문 : https://beminor.com/detail.php?number=14610&thread=04r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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