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3월 31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유치원을 제외한 전국 모든 초·중·고 및 특수학교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개학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9일에는 전국 중등 3학년, 고등 3학년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고, 지난 16일에는 제2차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다. 사상 처음 겪는 온라인 개학으로 교육계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장애학생과 특수교사에게 온라인 개학은 더욱 가혹했다.
특수학교 고등 3학년에 재학 중인 ㄴ 학생(자폐성장애)이 지난 9일 온라인 학습을 하고 있는 모습. ㄴ 학생의 어머니 서은석 씨는 “자녀가 10초 후에 다른 화면으로 바꾸어 버렸다”고 말했다. 사진 서은석 씨
- 발달장애학생 부모 “학습보다 사회관계 형성에 중점 둬야”
발달장애학생들은 비대면 수업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달장애학생의 부모들은 학습보다 학교에 다니면서 사회관계 형성을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에 교육부는 방문(순회)교육을 대안으로 내놨지만, 자세한 가이드를 제시하지 않아 부모들은 혼란에 빠졌다. 부모들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자녀들이 학교생활에 대한 패턴을 잃게 되는데, 온라인을 통해 학습까지 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일반학교 통합학급 초등 2학년인 ㄱ 학생은 지난 1년 동안 개별화 학습 지원을 통해 원만히 학교생활을 했다.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올해에도 원반과 도움반에서 주간 학습 계획을 보냈지만, ㄱ 학생 수준에 맞는 온라인 학습 내용은 아니었다. ㄱ 학생의 어머니 김정아 씨는 “교사들이 학생을 한 번도 만나보지 않고 개별화 학습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EBS의 국어·수학 수업을 들었는데, 2학년 과정도 고학년처럼 높은 수준처럼 느껴져 정작 수업을 들어야 할 아이는 1분도 채 안 들었다”고 토로했다. 도움반 네이버 밴드를 통해서 교통안전교육이나 국어 수업 등에 대한 인터넷 동영상이 올라오지만, 동영상을 실행하고 보는 것은 고스란히 어머니의 몫으로 돌아왔다.
특수학교 고등 3학년에 재학 중인 ㄴ 학생(자폐성장애)은 만화와 광고 등을 한 구간만 반복적으로 보는 성향이 있다. 이를 제지하거나 개입하면 자해행동을 한다. ㄴ 학생의 어머니 서은석 씨는 “네이버 밴드 학습방에서 동영상 강의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로그인해 동영상 콘텐츠로 넘어가면 아이가 창을 닫아버리기 일쑤였다”며 “엄마로서 가르치다 보면 언성을 높이게 된다. 서서히 그동안 쌓아온 서로의 관계가 어그러지고 있다. 현재 이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털어놨다.
부모들은 코로나19로 24시간 돌봄에 대한 부담도 가중되고, 교사 역할까지 해야 하니 막막하다고 호소한다. 특수학교 중등 1학년인 ㄷ 학생(자폐성장애)의 어머니 한유정 씨는 “벽을 두드리고, 치는 상동행동이 치료실과 학교에 다니면서 많이 누그러졌는데 코로나19로 집에 있다 보니 더 심해졌다”며 “집에서 아무리 교육을 시킨다고 해도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생활패턴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발달장애학생의 부모들은 부분 등교라도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조경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국장은 “모두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장애학생만 더 힘들다고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발달장애학생은 학습도 중요하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얻는 사회 경험과 루틴이 더 중요하다”며 “학교에서 긴급돌봄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을 두는 만큼 발달장애학생도 격일 또는 일주일에 1~2번이라도 부분 등교를 하여 교육하는 방안을 교육부 측에 간곡히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현 상황에서는 부분 등교도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이한우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 과장은 “발달장애학생의 경우 대면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학생들의 건강이 우선이다”라며 “부모들의 요청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발달장애학생의 등교를 준비해야 하나 그 시기를 밝히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 4월 6일 배포한 온라인 개학 관련 질의·답변서 중 ‘특수학교(급) 원격수업’ 답변 내용. 사진 교육부 자료 갈무리
- 특수교사들 “교육부의 방문교육, 교육과 감염예방 책임을 교사에게 떠넘기는 것”
특수교사들도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교육부에서는 △실시간 양방향 △콘텐츠 활용 △과제 수행 등 세 가지 수업유형을 제시하고 있는데, 발달장애학생이 주를 이루는 특수학급은 학생별로 개별 맞춤형 교육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수교육법에 따라 한 반 정원이 6명이라도, 6명이면 6개의 학습 계획을 세워야 하니 이는 쉽지 않다. 게다가 이를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것은 더더욱 막막한 일이다. 학급정원을 초과하는 특수학급도 많다.
서울 소재 초등학교 저학년 특수학급 교사인 ㄹ 씨는 “교육부도 혼란스럽겠지만,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교사들도 개학 준비가 힘든 게 사실이다”라며 “일부 특수학교에서는 특수교사가 장애학생 긴급돌봄에도 투입돼 돌봄과 수업 준비를 병행하고 있어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학교에서 긴급돌봄은 보조인력이 맡고, 교사는 수업 준비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것과는 상반된 풍경이다.
특수교사들은 교육부의 발달장애학생 1:1 방문교육 계획에는 반색했다. 또한 방문교육에 대한 해석이 시·도 교육청마다 달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었다. 교육부는 지침에서 ‘장애유형·정도 및 학교 여건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면접촉을 최소화한 1:1 방문지원 방안 강구’라고 명시한다. 이에 서울시는 교육부에서 내린 방문교육 계획이 정부의 코로나19지침에 어긋난다며 시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이외 시·도에서는 방문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교사들이 가정에 방문하지 않고, 학생을 실외에서 2m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과제·학습을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아래 전특노)은 교육부에서 내린 방문교육 체크리스트가 감염병 방역과 교육의 모든 책임을 특수교사에게 지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특노 ㅁ 교사는 “방문 전에는 특수교사 스스로 감염상태를 확인하고, 방문했을 때는 학생과 가족의 발열 및 호흡기 증상 유무도 체크해야 한다. 방문 후에도 위생수칙을 지키고, 특수교사는 다중밀집시설 방문도 하지 못 하도록 하고 있다”며 “현재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인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수밖에 없는데, 교육부가 특수교사와 발달장애학생을 감염의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 교육부는 방문교육은 시·도의 코로나19 사정에 맞춰 시행하도록 했고, 절대로 강제사항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한우 과장은 “현재 서울이나 대구는 코로나19의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 방문교육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제주도는 코로나19 상황이 비교적 양호한 편이어서 방문교육이 가능하다”며 “방문교육 지침을 전달하기 앞서 시·도와 특수학교에 의견을 물어서 결정했다. 특수교사 중에는 방문교육을 선호한다는 교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특노 ㅁ 교사는 “교육부는 절대로 ‘강제’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교육부에 공식적으로 질의하자 ‘사회적 거리두기’에 관한 지침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라고 떠넘기고, 보건복지부는 다시 질병관리본부에 떠넘겼다”라며 “특수교사가 슈퍼감염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방문교육은 특수교사와 장애학생 모두에게 무책임한 처사인데, 그걸 교육부만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순회교육 방문 시 체크리스트(안)’. 사진 교육부 자료 갈무리
- 시·청각장애학생들 원격 수업 전에도 학습권 침해받았다
장애 유형마다 겪는 어려움은 각기 다르다. 시·청각장애학생들은 학습 콘텐츠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 교육부는 이번 온라인 개학을 위해 시·청각장애학생을 위해 원격수업 시 자막·수어·점자 등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청각장애계는 “교육부의 대안은 헌법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따라 의무적으로 마땅히 제공해야 할 대체자료”라며 “기본적인 학습 대체자료를 원격수업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그동안 이들의 교육권이 얼마나 침해됐는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각장애학생들은 홈페이지까지는 접근할 수 있지만, 개별 콘텐츠 접근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점자·음성 등의 대체자료도 여전히 부족하다.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실장은 “그동안 줄곧 콘텐츠 접근성과 대체자료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교육부에 요청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며 “EBS 동영상 등 개별 교육 콘텐츠에도 시각장애학생을 위한 화면해설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그동안 시각장애인 대체자료 제작에 소홀했던 것을 인정하며, 원활한 대체자료 제작을 약속했다. 그러나 EBS를 제외한 개별 교육 콘텐츠에 화면해설을 넣는 것은 저작권 등의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청각장애학생 또한 EBS 교육 콘텐츠 이외의 실시간 원격수업, 개별 교육 콘텐츠에 자막이 제공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농학생의 상황은 더욱 나쁘다. EBS에서조차 평생교육에 관련한 콘텐츠에만 수어를 제공하고 있다. 수어통역사인 김철환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 활동가는 “수어를 사용하는 농학생들의 학습권은 늘 보장받지 못했고 지금도 그렇다. 또한 통합학교에 다니는 난청학생들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난청학생들에게는 실시간 원격 수업 시 속기를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학생은 EBS 콘텐츠 접근이 어렵다’는 문제제기에 교육부는 “(콘텐츠 활용은 못 하지만) 현재 전국 14개 농학교에서 교사들이 수어로 실시간 양방향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난청 학생들에 대해서는 실시간 속기 프로그램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한우 과장은 “현재 17개 시·도의 일반학교에 재학 중인 난청학생 현황을 파악해 맞춤형으로 지원할 예정이다”라며 “실시간 수업에도 활용할 수 있는 실시간 자막 서비스를 할 예정인데, 서울에서는 이미 자막 서비스 업체와 계약을 맺고 난청학생을 지원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EBS 장애인서비스 청각장애 콘텐츠 중 수어 콘텐츠는 평생교육과 관련한 총 24개밖에 없었다. 사진 EBS 홈페이지 갈무리
- 코로나19로 달라지는 세상, 특수교육도 달라져야
교육부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특수교육 현장의 혼란을 잘 알고 있다”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원격교육 중심으로 재편될 교육환경에서 특수교육의 구체적인 미래상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한우 과장은 “당연히 특수교육도 원격교육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중증 발달장애학생의 경우에는 대면교육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서 특수교육이 이처럼 위태로운 것은 그동안 원격수업에 대해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성남 소통과지원연구소 대표는 “수업이라면 교사가 학생을 지원하고 보조해야 하는데, 지금 이뤄지고 있는 특수교육에서의 온라인 수업은 진정한 의미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아니다”라며 “현재도 윈도우가 탑재된 태블릿 또는 PC만으로 교사와 학생이 원격제어를 통해 같은 자료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지만, 이처럼 간단한 방법도 교육부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은 “앞으로 학교에서는 학습보다 ‘감염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큰 화두일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교육 환경에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방안을 어떻게 구축·구현할 것인지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계가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현재도 장애유형에 맞도록 앱을 개발하고,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무궁무진하다”라며 “자폐학생에 맞는 구간 반복 방지 앱, 발달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VR 학습콘텐츠 등 특수교육 현장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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