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현장 조사원에 따라 활동지원시간 ‘줄었다 늘었다’ 제멋대로

by 노들센터 posted Apr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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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조사원에 따라 활동지원시간 ‘줄었다 늘었다’ 제멋대로
연금공단 “조사원과 조사 환경에 따라 활동지원 결과 달라진다” 인정
장애인 욕구 반영할 수 없는 종합조사표, 1구간 전국에 단 한 명도 없어
 
등록일 [ 2020년04월09일 17시05분 ]
 
 

장애인활동지원을 심사하는 국민연금공단(아래 연금공단) 조사원에 따라 활동지원시간이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의제기를 통한 재심사로 그나마 시간을 회복할 수 있었지만, 심사기관인 국민연금공단(아래 연금공단) 조사원에 따라 활동지원 시간은 천차만별이었다. 활동지원이 장애인의 생명권과 연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현장 조사원의 장애 인식 부족 문제에 더해 장애인의 필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활동지원 조사표의 부재가 빚은 참사였다.

 

1586400246_96269.jpg지난해 6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예산 확보! 기자회견’ 참가자가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점수 조작표”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 오르락내리락 활동지원 시간으로, 탈시설 장애인은 ‘서비스 공백’에 처해

 

김포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집에 살던 와상 사지마비 장애인 신 아무개 씨를 비롯한 중증장애인 2명은 탈시설을 준비하던 지난해 4월, 연금공단 김포강화지사(아래 김포지사)에서 활동지원 심사를 받았다. 장애등급제 폐지 전이어서 심사는 인정조사표로 이뤄졌다. 당시 시설에 있었던 이들은 기본급여 최대치인 118시간을 받았다. 1인 독거(273시간)와 자립생활(20시간) 등 추가급여는 탈시설 후에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애초 6월로 예정됐던 탈시설이 미뤄지면서 이들은 지난해 12월에야 서울시 장안동 지원주택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탈시설 후 준다던 추가급여가 활동지원 바우처에 포함돼 있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 연금공단 동대문중랑지사(아래 동대문지사)에 문의하자, 활동지원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올해 1월 13일, 장애등급제 폐지 후 새로 도입된 종합조사표로 활동지원 심사를 다시 받았다.

 

그 결과, 와상 사지마비 장애인인 신 씨는 320시간, 지체장애와 언어장애가 있는 이 아무개 씨는 260시간, 뇌병변 지적장애인 김 아무개 씨는 170시간을 받았다. 이는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원래대로라면 이들은 기본급여(118시간)와 추가급여인 1인 독거(273시간)·자립생활(20시간)을 포함해 총 411시간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종합조사 결과, 411시간을 기준으로 신 씨는 월 91시간, 이 씨는 월 151시간, 김 씨는 무려 월 241시간이나 줄어든 것이다. 하루를 기준으로 하면 3시간, 5시간, 8시간가량이 삭감됐다.

 

분명 인정조사에 비해 급여량이 대폭 삭감됐지만, 복지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특례적용은 받을 수 없었다. 추가급여가 전산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서 이들의 기존 활동지원 시간은 기본급여 118시간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전산상으로 보자면 삭감이 아닌 증가였다.

 

이에 이의신청을 했고, 지난 2월 19일 장애인단체와 함께 동대문지사에 항의방문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재심사 결과, 2월 25일 신 씨는 410시간, 김 씨는 350시간, 이 씨는 410시간이 최종 책정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탈시설 장애인에게 돌아갔다. 가장 큰 폭으로 활동지원 시간을 삭감당한 김 씨는, 재심사가 이뤄지는 기간 동안 일주일에 3일은 활동지원사 없이 지내야 했다. 그는 실내에서도 잘 걷지 못해 화장실에 갈 때도 미끄러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활동지원사가 없던 시간에는 지원주택 코디네이터가 활동지원사 역할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 ‘조사원과 조사 환경에 따라 활동지원 결과 달라진다’는 연금공단

 

세 명의 장애인이 연금공단 지사별로, 시기별로 활동지원 시간이 천차만별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연금공단은 조사원과 여러 환경적 요인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장애인단체가 동대문지사에 항의 방문했을 당시 동행했던 남승진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코디네이터는 “면담 과정에서 동대문지사 측에서 ‘활동지원 조사가 확실한 공식이 있어서 데이터를 넣으면 그대로 나오는 게 아니’라고 했다”며 “이 말은 연금공단 스스로 활동지원 심사 기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10여 년간 활동지원 심사를 지켜봤다는 남 코디네이터는 인정조사표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늘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남 코디네이터는 “인정조사표든 종합조사표든 사람이 하는데, 조사원이 어떤 기준이나 마음을 지니고 체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다”라며 “조사원 중에는 뇌병변장애인이 손을 약간씩 떠는 것을 ‘자유자재로 손을 움직일 수 있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연금공단 본사에서도 ‘조사원의 주관적 판단과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유대섭 연금공단 장애인서비스지원부 부장은 “조사원의 성향도 다르고 조사받는 환경도 달라진다. 이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에 같은 장애인이라고 해도 약간의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러한 편차를 줄이기 위해 연금공단에서는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조사원 매뉴얼을 두고 종합조사표 항목마다 세세하게 질문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사원 매뉴얼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구체적인 답은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1586400909_23354.jpg지난해 4월 15일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단체 토론회에서 “종합조사 개편안 중 활동지원 서비스에서 중점을 둔 것은 ‘급여량 확대’와 ‘기존 수급자 보호’”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자료에 하루 최대 급여량이 16.16시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사진 복지부 자료
 

- 장애인 욕구 반영할 수 없는 종합조사표, 1구간 전국에 단 한 명도 없어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재량권을 발휘하는 조사원의 ‘장애 인식 부족’과 더불어 활동지원제도의 본래 의미가 무색할 만큼 잘못 설계된 조사표가 근본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의 종합조사표는 최중증 와상 장애인이어도 최고점을 받을 수 없게끔 설계되어 있는데, 조사원의 장애 인식 부족으로 부족한 시간이 또다시 깎여 나가는 형국이다.

 

세 명의 장애인 중 가장 중증으로 판단되는 와상 사지마비 장애인 신 씨의 경우 서울시 추가지원으로 320시간을 받는다. 반면, 이번 재심사에서 신 씨와 같은 4구간을 받은 이 씨는 서울시 지원으로 120시간을 받는다. 서울시 지원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서울시가 ‘와상 사지마비 장애인’에게는 추가로 200시간을 더 주기 때문이다. 물론 신체적인 장애의 경중이 활동지원 시간을 측정하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종합조사표에서는 이러한 신체적 장애 여부에 대한 변별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남 코디네이터는 “신 씨는 현재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인 중에서 신체적으로는 최중증에 속한다”며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에 미뤄볼 때 신 씨는 언어장애가 없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어서 종합조사표에서 인지능력에 관한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종합조사표 신설 때부터 문제로 지적된 ‘장애유형간 점수 나누기’로 필요한 만큼의 활동지원 시간을 부여받지 못한 것이다.

 

이는 종합조사표가 도입되기 전부터 예견된 사실이었다. 지난해 6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자체적으로 시행한 온라인 모의평가에서도 사지마비장애인의 활동지원 시간 삭감이 두드러졌으며, 최중증장애인이더라도 종합조사표상의 최대 시간인 16.16시간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현재 종합조사표상으로는 사지마비장애에 시청각장애와 정신장애가 있으며, 1인 독거에 직장생활 등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 16.16시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여전히 ‘종합조사표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승원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행정사무관은 “인정조사에서 종합조사로 바뀌면서 서비스 시간이 하락한 경우는 10% 이하였고, 90%는 시간이 늘거나 같았다. 현재 활동지원 예산이 부족한 걸 보면 서비스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서비스 시간이 하락한 경우에는 특례 적용을 받(아 기존 시간을 보전받)을 수 있다. 단순히 시간이 하락했다고 종합조사가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복지부는 지속적으로 ‘종합조사표 변경 후 평균 7시간이 증가했고 하루 최대 급여량이 16.16시간까지 늘어났다’며 ‘최중증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비마이너가 연금공단에 확인한 결과, 지금까지 1구간이 나온 장애인은 전국에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문승원 사무관은 “1구간에 해당하는 장애인이 있는지 여부는 담당자가 아니어서 답변할 수 없다”면서도 ‘만약 사실이라면 복지부가 과대 홍보를 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못했다.


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기사 원문 : https://beminor.com/detail.php?number=14553&thread=04r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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