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발달장애인이 가정 내에 고립되면서 발달장애인도, 그 가족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는 대한작업치료사와 공동으로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 158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가 미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건강 및 일상생활에 대해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2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주요 설문 문항은 △생활패턴의 변화 유무 △코로나19 이전과 현재 생활 패턴 세부영역별 변화 정도 △현재 발달장애인과 부모가 경험하는 스트레스 정도 △현재 표출되는 도전적 행동 △부모의 건강(신체/정신/사회/생활 건강)상 어려움 등으로 구성됐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87%가 ‘발달장애인의 생활 패턴에 변화가 나타났다’고 응답했으며, ‘외부활동에서 가장 부정적 변화가 보인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이전과 현재 생활 패턴의 세부영역별 변화 정도. 표 제공 부모연대.
부모연대는 생활패턴 영역별로 10점 ‘매우 잘한다’, 1점 ‘매우 심각하다’로 설정하여 ‘코로나19 이전과 현재 생활패턴에 대한 세부 영역별 변화 정도’를 살폈다. 그 결과, 외부활동(4.56)에 대한 감소 폭이 가장 컸으며, 뒤이어 에너지 발산 및 조절(4.16), 수면(2.23), 식사(1.49), 의사소통(1.36)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부모연대는 “코로나19 지역 확산 방지 대책으로 정부가 교육기관과 복지기관의 휴교‧휴관을 결정하였고 물리적 거리두기로 외출 자제를 권고하였기에, 발달장애인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지내고 있다”면서 “그 결과 기존 생활의 루틴(routine)이 깨지고 생활 패턴에 부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부 방침으로 현재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은 부모가 집안에서 떠안고 있다.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측정하기 위해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과 부모가 경험하는 스트레스 정도를 10점 ‘매우 심하다’, 1점 ‘전혀 어려움이 없다’로 설문조사 했다. 그 결과, 발달장애인은 7.23점, 부모는 7.93점으로 양측 모두 스트레스가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의 87.8%가 정도와 유형의 차이는 있지만 스트레스를 도전적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한 부모도 ‘지속적인 지원·돌봄으로 피곤하다’(73.7%),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48.2%), ‘수면이 불안정하고 멍할 때가 있다’(46.7%) 순으로 나타나 “발달장애자녀 지원·돌봄으로 인해 건강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3월 17일에는 코로나19로 돌봄 사각지대에 있던 발달장애인과 그의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에게 현재 가장 시급한 지원. 표 제공 부모연대.
따라서 이를 위한 지원 욕구가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에 대한 보편적 욕구인 ‘마스크, 소독제 등 방역물품 제공(43.3%)’과 함께 ‘방역된 안전한 장소에서 개별 및 소수 교육/돌봄 지원’이 42.2%, ‘경제적 지원’이 41.9%로 조사됐으며, 뒤이어 ‘활동지원서비스 시간 확대’도 27.1%로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부모연대는 “부모에게 하루 24시간 집안에서 발달장애인 지원 책임을 전적으로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방역이 된 안전한 장소에서 개별 혹은 소수 교육/돌봄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며, 이러한 지원이 힘들 시에는 부모가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하거나 ‘활동지원서비스 시간 확대’를 통해 부모에게 가중된 부담을 경감해 주는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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