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격리 시설 코로나19 집단감염 키워”…인권위 긴급구제 진정
폐쇄병동과 장애인시설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늘어나고 있다.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시설 환자·장애인들을 지역사회로 복귀시켜 치료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4개 단체는 26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상북도지사, 청도군수·칠곡군수 등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내고 긴급구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청도 대남병원·칠곡 밀알사랑의집 등의 집단감염 사태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사회적 소수자에게 얼마나 폭력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이들에 대한 ‘코호트 격리’(감염자가 발생한 의료 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는 전염병 인큐베이터를 방치하겠다는 뜻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어 “폐쇄병동에 입원한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며 신속한 건강 상태 점검과 치료를 받았더라면 지금처럼 집단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보건 당국은 집단격리·집단치료 형태에서 벗어나 시설 수용자에게도 다른 확진환자와 동등하고 안전한 치료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집단시설 중 가장 많은 확진자를 낸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서만 확진자 103명이 발생했다. 이 중 7명이 숨졌다. 경북지역에서는 대남병원 외에도 이날 기준 중중장애인거주시설인 칠곡 밀알사랑의집에서 22명, 예천 극락마을에서 2명, 노인요양시설인 청도 다람 노인요양 공동생활가정에서 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같은 시설은 외부와 격리된 생활을 하지만, 내부에서는 구성원들끼리 밀접한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한 번 전염병이 확산하면 막기가 어렵다. 밀알사랑의집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외부 캠프 활동도 취소하고 방문자도 막아온 편”이라면서도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자한 사람이 원생 중에 있을지는 몰랐다. 시설 안에서는 식구들끼리 함께 운동도 하고 식사도 한다”며 접촉이 잦은 편이라고 말했다.
공간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감염 의심자가 나와도 문제다. 대남병원은 코호트 격리를 시작했지만, 공간부족 문제로 지금도 감염자들을 1인 1실에 격리하지 못하고 있다. 밀알사랑의집도 확진자들을 병원에 보내기 전까지 격리할 다른 시설이 없어 강당에 2m씩 떨어져 앉히는 식으로 격리해두고 기다렸다.
확진자와 접촉한 감염 의심자들을 보호하는 일도 어렵다. 연고가 있는 입소자들은 가족에게 돌아가지만, 무연고자인 경우는 원칙적으로 병원에 격리한다. 시설 입소자의 상당수가 무연고자인 경우가 많아 이들을 격리할 병실이 필요하다. 가족이 있어도 부양이 어려워 시설에 온 이들이 많은 만큼 가족에게 돌아가 자가격리하는 입소자들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입소자들을 돌볼 대체 시설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보니 이들 시설은 확진자가 없는 한 정상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예천 극락마을 관계자는 “26일 오전 기준으로 시설 내 방역을 완료했다”며 “입소자 검사 결과도 모두 음성으로 나와 시설은 정상 유지한다. 다만 외부 방문은 당분간 금지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집단주거시설 등에 대한 방역 활동에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했다. 박재희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장애인 공동 주거시설 대부분이 다인실을 사용한다. 현재 확진자가 나온 곳뿐만 아니라 대부분 경북지역 시설이 집단감염 위험에 놓여있다”며 “감염 위험 때문에 활동가들도 시설 내부 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기사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2261354001&code=94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