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때문에 죽는 세상"... 비정한 현실에 거리로 나온 사람들
[현장] 시민사회단체, 세계 빈곤퇴치의 날 맞아 정부에 빈곤 문제 해결 촉구... 무기한 농성
19.10.17 17:28
최종 업데이트 19.10.17 17:28 글: 정대희(kaos80)▲ 17일,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빈곤사회연대와 홈리스행동,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빈곤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 |
ⓒ 정대희 |
#지난 7월 탈북민(북한 이탈주민) 어머니 한아무개씨(42)와 여섯 살 아들이 서울 관악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숨진 지 수개월 만에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이들 모자가 아사(굶주려 죽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냉장고는 고춧가루를 제외하곤 텅 비어 있었고, 안방에서 발견된 통장에는 지난 5월 13일 잔액 3858원이 모두 인출돼 0원이 찍혀 있었다.
#지난 8월 서울 강서구에선 50대 남성이 병을 앓고 있는 88살 노모와 중증 지체장애를 가진 형(53)을 살해한 뒤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노모와 장애가 있는 형은 2인 가구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지만 그들에게 지급되는 생계 급여는 월 15만 원에 불과했다. 이들을 살해한 50대 남성이 '부양의무자'로 돼 있어 간주부양비 25만 3천 원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가 뽑은 최근 우리나라의 가난한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비정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17일,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빈곤사회연대와 홈리스행동,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빈곤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또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은 빈곤 및 기아퇴치와 인권 신장을 위해 지난 1992년 국제연합(UN)이 공인한 날이다. 지난 1987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Trocadero)의 인권과 자유의 광장에서 조셉 레신스키(Joseph Wresinski) 신부 주도하에 10만 명이 모여 절대 빈곤 퇴치 운동 기념비 개막행사를 연 게 계기가 됐다.
시민단체, 도심 재개발에 대해 "가진 자를 위한 것"
도시재생연구소 이원호 책임연구원은 "빈곤의 시작점에는 주거의 문제가 있다. 국일고시원 화재와 전주 여인숙 참사 등의 이면에도 주거의 문제가 있었다"라며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과 국민들의 안정적인 거주를 위해 마련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전월세 상한제 등을 담은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전월세 상한제도가 시행되면 집주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집주인이 전·월세를 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해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라며 "주택공급이 많아 전·월세 시장이 안정된 지금이야말로 세입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적기이며, 집주인들이 일방적으로 전·월세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언제부터 고양이 쥐 생각해줬나"라고 지적했다.
도심 곳곳에서 시행되는 재개발도 "가난한 사람들이 아닌 '가진 자를 위한 것"이란 쓴소리도 나왔다.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김상철 정책팀장은 "경의선 공유지는 서울에 있는 금싸라기 땅으로 이곳을 지난 2012년 대기업 이랜드월드가 재개발하겠다고 했으나 7년간 방치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무런 조처를 하고 있지 않다"라면서 "이런 공간에 재개발에 쫓겨난 사람들이 모여 임시거처를 만들고 강연장을 만들자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들이) 불법 점유했다며 퇴거를 지시했다. 국가가 소유한 것은 덜 가진 자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2012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철도시설 건설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며 경의선 부지의 상업적 개발을 위해 (주)이랜드월드와 협약을 체결하고, 특수목적법인인 이랜드공덕(주)을 설립해 경의선 공유지 개발에 나섰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현욱 활동가는 "청계천 일대는 오랜 시간 수많은 연구가와 예술가, 장인들이 협력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놓은 곳이다. 이런 공간을 오로지 낙후됐다는 이유로 재개발해선 안 된다"라며 "도심 재개발은 부동산 자본의 무대일 뿐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 위한 무기한 농성 돌입
▲ 17일,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빈곤사회연대와 홈리스행동,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가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빈곤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 |
ⓒ 정대희 |
이날 조직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현행법에선 기초생활 보장 수급권자라도 일정 소득 등이 있는 부모와 자녀가 있으면 수급을 제한하고 있다.
이들은 공개 질의서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대 조기 대선 당시 시민사회가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를 선언했고 이후 100대 국정과제에 이를 담았다"라며 "하지만 지난 9월 복지부가 발표한 제2차 기초생활 종합계획에 따르면 2023년까지 생계 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 폐지하는 안이 담겼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파기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는 생과 사를 오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긴급한 문제"라면서 "복지가 모든 인간의 권리임을 선언한 기초생활법의 가치와 방향을 훼손시키는 구시대의 산물인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공동상임공동대표는 "가난의 대물림을 만든 악법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말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고 하지, 그 약속을 지킨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가 잘 된 나라에서 한순간이라도 살아봤으면 한다. 그런 세상을 만들고자 농성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는 기자회견 후 청와대에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한 폐지를 촉구하는 질의서를 전달했으며,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인근에 농성장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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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탈북민(북한 이탈주민) 어머니 한아무개씨(42)와 여섯 살 아들이 서울 관악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숨진 지 수개월 만에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이들 모자가 아사(굶주려 죽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냉장고는 고춧가루를 제외하곤 텅 비어 있었고, 안방에서 발견된 통장에는 지난 5월 13일 잔액 3858원이 모두 인출돼 0원이 찍혀 있었다.
#지난 8월 서울 강서구에선 50대 남성이 병을 앓고 있는 88살 노모와 중증 지체장애를 가진 형(53)을 살해한 뒤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노모와 장애가 있는 형은 2인 가구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지만 그들에게 지급되는 생계 급여는 월 15만 원에 불과했다. 이들을 살해한 50대 남성이 '부양의무자'로 돼 있어 간주부양비 25만 3천 원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가 뽑은 최근 우리나라의 가난한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비정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17일,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빈곤사회연대와 홈리스행동,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빈곤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또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은 빈곤 및 기아퇴치와 인권 신장을 위해 지난 1992년 국제연합(UN)이 공인한 날이다. 지난 1987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Trocadero)의 인권과 자유의 광장에서 조셉 레신스키(Joseph Wresinski) 신부 주도하에 10만 명이 모여 절대 빈곤 퇴치 운동 기념비 개막행사를 연 게 계기가 됐다.
시민단체, 도심 재개발에 대해 "가진 자를 위한 것"
도시재생연구소 이원호 책임연구원은 "빈곤의 시작점에는 주거의 문제가 있다. 국일고시원 화재와 전주 여인숙 참사 등의 이면에도 주거의 문제가 있었다"라며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과 국민들의 안정적인 거주를 위해 마련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전월세 상한제 등을 담은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전월세 상한제도가 시행되면 집주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집주인이 전·월세를 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해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라며 "주택공급이 많아 전·월세 시장이 안정된 지금이야말로 세입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적기이며, 집주인들이 일방적으로 전·월세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언제부터 고양이 쥐 생각해줬나"라고 지적했다.
도심 곳곳에서 시행되는 재개발도 "가난한 사람들이 아닌 '가진 자를 위한 것"이란 쓴소리도 나왔다.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김상철 정책팀장은 "경의선 공유지는 서울에 있는 금싸라기 땅으로 이곳을 지난 2012년 대기업 이랜드월드가 재개발하겠다고 했으나 7년간 방치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무런 조처를 하고 있지 않다"라면서 "이런 공간에 재개발에 쫓겨난 사람들이 모여 임시거처를 만들고 강연장을 만들자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들이) 불법 점유했다며 퇴거를 지시했다. 국가가 소유한 것은 덜 가진 자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2012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철도시설 건설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며 경의선 부지의 상업적 개발을 위해 (주)이랜드월드와 협약을 체결하고, 특수목적법인인 이랜드공덕(주)을 설립해 경의선 공유지 개발에 나섰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현욱 활동가는 "청계천 일대는 오랜 시간 수많은 연구가와 예술가, 장인들이 협력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놓은 곳이다. 이런 공간을 오로지 낙후됐다는 이유로 재개발해선 안 된다"라며 "도심 재개발은 부동산 자본의 무대일 뿐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 위한 무기한 농성 돌입
▲ 17일,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빈곤사회연대와 홈리스행동,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가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빈곤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 |
ⓒ 정대희 |
이날 조직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현행법에선 기초생활 보장 수급권자라도 일정 소득 등이 있는 부모와 자녀가 있으면 수급을 제한하고 있다.
이들은 공개 질의서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대 조기 대선 당시 시민사회가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를 선언했고 이후 100대 국정과제에 이를 담았다"라며 "하지만 지난 9월 복지부가 발표한 제2차 기초생활 종합계획에 따르면 2023년까지 생계 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 폐지하는 안이 담겼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파기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는 생과 사를 오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긴급한 문제"라면서 "복지가 모든 인간의 권리임을 선언한 기초생활법의 가치와 방향을 훼손시키는 구시대의 산물인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공동상임공동대표는 "가난의 대물림을 만든 악법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말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고 하지, 그 약속을 지킨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가 잘 된 나라에서 한순간이라도 살아봤으면 한다. 그런 세상을 만들고자 농성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는 기자회견 후 청와대에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한 폐지를 촉구하는 질의서를 전달했으며,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인근에 농성장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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