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걸음] 올해 장애인에게 디딤돌과 걸림돌이 된 판결은?

by 노들센터 posted Jan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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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장애인에게 디딤돌과 걸림돌이 된 판결은?

 

글. 디딤돌걸림돌선정위원회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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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1  1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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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장애인 인권과 권익증진에 영향을 끼친 디딤돌 판결과 걸림돌 판결이 선정됐다. 올해 선정된 판결은 디딤돌 판결 8건, 걸림돌 판결 3건, 테마판결 1건 등이다. 일명 ‘염전노예’로 잘 알려진 사건의 형사판결을 주제로 한 테마판결은 <함께걸음> 다음 호에 연재된다.

 

디딤돌 판결

수동식 경사로가 설치된 버스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확보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다.

소송의 원고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이며, 피고는 서울 및 경기도에서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등의 운송 사업을 하는 회사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에서 규정한 교통사업자다. 원고는 피고가 운행하는 2층 광역버스에 탑승했으나,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규정대로 전용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버스에서 방향전환을 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항소심 법원은 1심 판결과 달리 수동식 경사로도 교통약자법이 규정한 ‘휠체어 승강설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의 버스에도 휠체어 이용자의 전용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이 버스에는 길이 1m 이상, 폭 0.75m 이상이 확보되지 않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규정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판결은 장애인의 안전한 이동권을 인권보장의 차원에서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실현시키려고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휠체어 승강설비 고장, 사용법 무지, 무정차 통과 등의 이유로 승차를 거부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다.

이 사건의 원고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려다 휠체어 승강설비 고장, 기사의 휠체어 승강설비 사용법 무지, 버스정류장 무정차 통과 등으로 승차거부를 당하거나 정당한 편의제공을 받지 못한 채 승차했다. 이에 원고는 교통사업자인 해당 버스회사와 교통사업자 관리주체인 교통행정기관이 「교통약자법」 제11조,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를 위반했다며,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하는 차별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및 교육실시 명령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원고의 청구 중 교통행정기관에 대한 교통사업자 교육 명령 청구를 기각하고, 해당 교통사업자에 대한 장애인 차별행위만을 인정해 손해배상 및 차별행위 중지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한 실정법 위반이 있는 경우 불법행위 책임과 별개로 그 위반을 이유로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청구하는 것도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장애인에게 더 넓은 권리구제의 길을 열어줬다.

 

시청각장애인들이 영화관람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자막, 화면해설, 보청기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본 소송의 원고들은 시·청각장애인들이며, 피고들은 영화 상영관을 운영하는 멀티플랙스 사업자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다. 원고들은 피고들이 운영하는 영화관에서 영화 ‘사도’를 관람하고자 화면해설과 자막, 보청기 등 영화 관람에 필요한 편의제공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법원은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화면해설, 자막, 보청기를 제공하지 않는 것과 영화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웹사이트, 점자자료, 한국수어 통역 등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간접차별과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에 의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영화가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정보’에 해당한다고 본 점, 정당한 편의 조항은 피고들이 제공해야 할 편의 내용을 열거한 것이 아니라 예시한 것이며 여기에는 영화 자체의 이해를 돕기 위한 수단이나 편의도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점도 의미 있다.

 

장애인 학대 신고인의 제보, 채증 행위는 공공의 목적성을 인정하고 보호해야 한다.

원고는 사회복지법인 A산하의 장애인거주시설인 B의 부원장으로 재직하던 사람이고, 피고는 위 시설의 사회복지사다. 원고는 위 시설에 거주하던 1급 지적장애인 C가 밥을 먹지 않겠다며 소란을 피우자, 폭행 및 폭언을 가했다. 피고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원고가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취지의 진정을 하며 그 증거로 당시 상황을 녹음한 파일을 제출했다. 이후 원고는 온라인 게시판에 원고의 직위와 실명이 기재된 제목의 글을 게시한 것은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며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제1심판결은 피고가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은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하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 판결은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4 제2항에 따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신고 의무를 근거로, 피고의 현장 녹음이 법률상 의무에 따라 신고를 위한 채증 행위로 인정됐다는 점에서 향후 신고의무자의 이행률을 높이는 데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장애등급이 하향 조정됨에 따라 수급권에 제약이 생기고, 생활상의 큰 불편을 겪게 된 뇌전증 장애인에게 장애등급 결정을 취소한 사례.

원고는 2013년 뇌전증 3급의 장애등급을 받았다. 이후 피고 달성군수는 장애등급재판정을 위해 원고의 장애정도에 대한 정밀검사를 의뢰했고, 국민연금공단은 원고의 장애등급을 뇌전증 4급으로 판정해 피고에게 통보했다. 원고는 피고에게 이의신청을 했으나 기각됐고, 이 사건의 소를 제기하게 됐다. 이에 법원은 “장애등급을 3급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할 정도로 원고에게 장애상태의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을 장애 당사자의 개별적 사정을 구체적으로 참작하는 것이 장애등급에 따른 지원정도를 정하는 현행법에서도 준수해야 할 원칙이라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난민인정자는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원고의 아버지는 2009년경 우리나라에 입국하여 난민신청을 하고, 2014년 6월 「난민법」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원고는 2015년 6월 특수학교 입학 허가를 받고, 같은 해 10월 뇌병변 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2017년 1월 활동보조인 제도 등장애인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 피고(부산광역시 사상구청장)에게 장애인 등록을 신청했으나, 피고는 원고의 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법원은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장애인복지법」, 「난민법」,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51년 협약’, ‘난민 지위에 관한 1967년 의정서’ 등에 비춰 볼 때 장애인 등록을 하고 그에 따른 복지서비스의 제공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된다며, 장애인 등록 신청을 거부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난민 또한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로, 향후 난민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수립에도 참고가 될 만한 판결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당사자의 신체적 상태, 생활의 제약 정도 등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공단의 장애등급 외 결정처분은 위법하다.

각 사건의 원고는 장애등급 위탁심사 전문기관인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장애등급판정기준’상 장애등급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고, 행정청으로부터 등급 외 결정 처분을 받았다. 각 원고는 등급 외 결정처분에 대해 법원에 소를 제기했고, 각 법원은 각 원고의 신체상태, 생활의 제약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각원고가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한 장애인에 해당한다며 각 행정청의 등급 외 결정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장애등급을 위탁 심사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장애등급판정기준’에 포섭되지 않은 장애유형이 많아 문제됐던 점들을 다시 한 번 지적했다는 의미가 있다.

 

국가공무원 경쟁채용시험 과정에서 차별받아 불합격 처분이 난 것은 위법하다.

원고는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자로서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의 세무직 9급 장애인 구분 모집에 지원했다. 원고는 필기시험에 합격한 후 면접시험에 응시하며, 위 채용시험 모집 공고에 따라 장애특성을 면접위원에게 사전 고지한 뒤 필요한 편의제공을 신청했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로부터 면접시험과정에서 의사소통 조력인을 지원받지 못했고, 결국 면접시험에서 ‘미흡’ 평정으로 불합격됐다. 법원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원고에게 구술면접에서 의사소통 조력인을 지원하는 것은 원고가 다른 응시자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구술면접을 수행하기 위해 제공받아야 할 정당한 편의에 해당하고, 이러한 편의가 제공되지 않은 것에는 어떠한 정당한 사유도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피고가 채용시험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을 범했다고 판시했다. 국가무원 채용시험 과정에서 언어장애를 가진 장애인 응시생이 반드시 의사소통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 응시생에게 보조인 등이 제공돼야 함을 선언한 판결이다.

 

걸림돌 판결

염전노예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8인 중 7인에 대한 국가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

원고 8인은 모두 전라남도 신안군과 완도군에 있는 염전에서 수년 간 감금된 채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하거나 염주로부터 폭행 등을 당한 피해자다. 본 소송은 경찰공무원, 근로감독관, 사회복지공무원 등은 원고들의 피해를 알 수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으로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청구다. 법원은 1심 판결에서 한명의 원고에 대한 국가의 책임만을 인정하고, 나머지 원고 7명의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경찰이 보호자가 올 때까지 피해자를 염주에게 맡겨두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위법한 직무집행은 아니라고 봤고, 피해자가 무임금의 노동을 하고 있었으나 가족이 이를 수인한다는 각서가 있었으니 가해자를 기소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한 근로감독관의 직무집행도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장애인에게는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면’ 임금을 주지 않고 일을 시켜도 되고, 장애인의 삶은 당사자가 아니라 가족이 결정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음을 보여주는 판결이다.

 

장애에 대한 몰이해로 장애인 강제추행죄가 인정되지 않은 사례.

보험설계사 피고인은 보험계약 체결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지적장애인 피해자를 만나 승용차 뒷좌석에 태운 후 “드라이브하고 점심 먹자”고 말한 뒤 피해자에게 “눈을 감으라”라고 말하고 피해자에게 입을 맞추고 음부를 만지는 등의 행위를 했다. 1심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대면한 것은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두세 차례 만난 것에 불과하고, 피해자의 비교적 양호한 정신능력,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장애인 강제추행이 아닌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4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및 8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재판부가 지적장애의 특성을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가해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측면에서 신중하지 못한 판결이다.

 

지적장애여성 성폭력 사건에 대해 피고인의 위계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

피해자는 전체 지능지수가 54이며, 지적/정신장애 2급의 장애인이다. 지하철을 타고 있던 피고인은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피해자에게 현금 5천원을 건네며 “맛있는 것을 사줄 테니 같이 가자”라고 유인했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따라 순순히 내리자 같은날 피해자를 모텔로 데리고 가 현금 3만 원을 주면서 “돈을 줄 테니 같이 자자”라고 이야기 하며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해 간음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5천 원을 주면서 피해자와 함께 지하철에서 내렸다고 하더라도 이를 유인행위도 평가할 수 있을 뿐 간음행위에 대해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켰다고 볼 순 없다고 판시하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성폭력 사건에서 위계의 행위수단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본 사건이 간음과 위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본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은 「성폭력특례법」 6조 5항의 위계와 위력을 이용한 장애인 성범죄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비판하고 향후 유사한 판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걸림돌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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