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공원에 휠체어 그네를'…"장애인 배제 당연시 말라!"
5개 장애인단체 '통합놀이터 조성 촉구 기자회견' 열어
- 나창호 (ch_19@daum.net) 입력 2018-03-20 22:24 수정 2018-03-21 08:37
[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사람들은 놀이터를 만들며 ‘이 안에 장애인이 있다’거나 ‘장애인이 탈 수 있다’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장애인이 배제된 놀이터가 잘못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그들과 이 사회에게 ‘잘못됐다’고 분명하게 지적하고 싶다.”
지난 20일 노들장애인야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들,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5개 장애인단체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통합놀이터 조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마로니에공원 내 조성 중인 ‘유아놀이터’에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그네’를 함께 설치해 달라는 것이다. 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대상지 주변에는 장애인을 위한 자립생활센터와 교육기관이 있기 때문에 활용성이 높다.
휠체어 그네는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2014년부터 국내 장애인복지시설과 특수학교에 기증해 오면서 알려졌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장애가 있어 어렸을 때부터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놀이터는 꿈으로 밖에 꿀 수 없었다”며 “장애아동도 보조기기를 분리하지 않고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생기면 자랑스러울 것 같다. 휠체어 그네라는 것을 꼭 한번 타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마로니에 공원에 휠체어 그네를 설치한다는 것은 단순한 시설을 놓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박김영희 대표는 “언제 어디서나 함께 있는 사람, 언제 어디서나 함께 있어야 할 사람으로 장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놀이터에서도 배제되거나 거부되는 장애아동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통합놀이터 설치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에서는 통합놀이터를 위한 규정이 없고, 휠체어 그네 역시 어린이 놀이기구에 포함되지 않아 놀이터 내에는 설치가 불가능하다. 휠체어 그네는 놀이터가 아닌 곳에 펜스와 함께 외딴 섬처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김경수 의원과 조배숙 의원은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모두가 이용 가능한 통합놀이터의 조성과 관리를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는 '장애아동복지지원법 개정안(보건복지부)'과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개정안(행정안전부)'을 각각 발의하기도 했다.
또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에서는 오는 9월까지 통합놀이터 디자인 가이드라인과 단체표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필순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휠체어 그네를 단순히 장애인용품으로 한정짓기 보다는 하나의 놀이시설로서, 즉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통합놀이터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통합놀이터의 법제화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