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혁신위원회(혁신위)가 지난 29일 ‘우동민 활동가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진상조사팀을 구성하라고 첫 권고안을 내놨다. 용산참사·세월호 참사와 <문화방송> ‘피디(PD)수첩’ 사건 등에 침묵한 지난 9년여 인권위의 ‘흑역사’ 가운데 일반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첫번째 개혁 과제로 지목한 것이다. 1일 <한겨레>가 되돌아본 우동민 활동가의 안타까운 죽음의 내막에는 인권을 스스로 내팽개친 인권위의 자기부정이 깔려 있었다.
‘우동민 활동가 사망 사건’은 이명박 정부 3년차였던 지난 2010년 서울 중구 옛 인권위 건물에서 농성을 벌이던 장애인 활동가 우동민씨가 숨진 사건을 뜻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2010년 11월22일부터 12월10일까지 인권위 건물에서 정부가 입법예고한 ‘장애인활동지원법안’을 규탄하고 현병철 당시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점거농성을 했다. 농성장에는 12월3일부터 10일까지 전기와 난방이 끊기고, 엘리베이터 작동과 식사 반입마저 통제됐다. 우 활동가는 12월6일 감기에 걸려 응급실에 실려갔고 병세가 악화돼 이듬해 1월2일 채 한달도 넘기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당시 인권위는 거짓 해명에 급급했다. 인권위는 앞서 2012년 국회인사청문회와 2014년 유엔인권이사회 등에서 “전기와 난방은 인권위가 관여할 수 없고 음식물 반입도 금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혁신위는 “손심길 당시 사무총장 주도로 인권위가 직접 만든 ‘농성대책 매뉴얼’에 따라 출입 통제와 난방 중단 등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전기가 끊겨 전동 휠체어를 충전하지 못해 화장실도 못가는 일이 속출했고, 난방을 끊음으로써 건강이 급속히 나빠졌다는 것이다.
혁신위에서 과거사 반성과 재발 방지를 담당하고 있는 명숙 혁신위원은 ‘우동민 활동가 사망 사건’을 첫 번째 권고안에 담은 이유로 “국가 인권기구가 인권 침해 사건의 가해자가 된 일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 스스로의 철저한 반성과 새로운 자리매김 없이 정부 안 비정부기구(NGO)로서 국내 인권 현안 전반에 대해 발언권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현재의 인권위가 이 사건과 여전히 관계돼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2015년 취임한 이성호 위원장은 사건 당사자 가운데 한명인 안석모 운영지원과장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명숙 혁신위원은 “안 전 사무총장이 직위를 유지하는 동안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요구는 계속해서 묵살됐다”고 말했다. 우 활동가 유족과의 관계 정립도 시급하다.
인권위는 △진상조사팀 구성 △공식적인 사과 △‘농성대책 매뉴얼’ 폐기 등 권고사항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성호 위원장이 2일 모란공원에서 개최되는 우동민 활동가 추모행사에 참석해 직접 공식 사과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우동민 활동가의 어머니 권순자(73)씨는 “아들이 죽은 뒤로 이제까지 인권위는 아무 말이 없었다”며 “늦게라도 사과한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이어 “내 아들은 이제 살아돌아올 수 없으니 앞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다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해달라고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기사원문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258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