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노역' 장애인 활동가들 "구치소 반인권 처우 규탄"
"장애인 화장실 편의 제공 않고 의료처치 요구 무시"
'벌금탄압' 저항해 자진노역…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 2017-07-24 14:35 송고
2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구치소 내 반인권 처우 규탄 및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7.7.24/뉴스1 © News1 |
장애인인권운동 과정에서 벌금형을 부과받고 노역을 산 3명의 활동가들이 서울구치소에서 반인권적인 처우를 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2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구치소가 장애인 화장실 등 필요한 시설을 제공하지 않고 의료처치 요구를 무시하는 등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했다"며 "인권위의 강력한 시정권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경호 전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어 결국 건강악화로 3일째에 벌금을 납부하고 퇴소했다"며 "이형숙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장애특성상 에어매트가 필요한데도 구치소 의료과장은 '욕창의 징후가 없다'며 거절하다가 5일째에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또 "경사로 턱으로 인해 휠체어를 탄 이 집행위원장과 휠체어를 밀던 박옥순 전장연 사무총장이 함께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집행위원장은 "왜 구치소에서는 1970년대식 차별이 반복되느냐"며 "구치소 의무과장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전동휠체어와 에어매트를 요청하는 것은 안 된다'며 '죄를 짓고 구치소에 들어왔기 때문에 불편한 게 아니냐'며 정당한 요구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던 3명의 활동가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구치소 내에서 정당한 장애인 편의시설 및 질병으로 인한 기기반입 요청이 거절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정하고 교정 구금시설 관계자들이 의무적으로 인권교육 및 장애인인권교육을 받도록 조치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을 인권위에 제출했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구치소 내 반인권 처우 규탄 및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7.7.24/뉴스1 © News1 |
앞서 박 사무총장, 이 집행위원장, 이 전 대표는 각 벌금 300만원, 100만원, 90만원을 납부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노역을 살기 위해 지난 17일부터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전 대표는 19일, 박 사무총장과 이 집행위원장은 24일 출소하고 남은 벌금을 돈으로 납부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등을 위해 활동하는 과정에서 일반도로교통방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벌금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법을 앞세워 인권활동을 탄압하는 현실을 알리고 장애인인권운동의 의미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겠다"며 자진노역을 결정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2015년부터 소속 활동가들이 장애인인권운동 과정에서 부과 받은 벌금은 약 2400만원이다. 전장연은 이날 '그 무엇도 투쟁을 막을 수 없다'는 이름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분들이 장애인인권운동이 벌금 앞에 무릎 꿇어선 안 된다며 돈을 보내주셨다"며 최근 진행한 벌금 모금운동에 약 1억원이 모였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는 "국가는 우리의 불법만을 말하지만 우리의 투쟁은 정당하다"며 "장애인기본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의 투쟁이 있었기에 지하철 엘리베이터, 저상버스, 활동보조서비스 등 변화가 생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dh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