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식목일을 맞아 장애인들이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에게 전달한 '탈시설 나무'.
“시설에 있는 3만 1222명의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게 해주세요. 대선 후보님들, '탈시설 나무' 함께 심어요.”
4월 5일 식목일을 맞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은 20대 대선에 나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시설 폐쇄, 지역사회 자립의 염원이 담긴 이른바 ‘탈시설 나무’ 화분을 전달했다.
2015년 기준 장애인 거주시설 수는 1484곳, 시설 거주 장애인은 무려 3만 1222명에 이른다. 서울 인강원, 대구시립 희망원, 남원 평화의 집을 비롯해 전국 여러 시설에서 장애인 폭행, 사망, 시설 비리가 빈번하게 벌어졌다. 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격리하고 스스로 삶을 꾸릴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시설은 이미 구조적으로 인권침해적이다.
이에 장애인들은 국가와 사회에 끊임없이 탈시설 정책을 촉구해왔으며, 지난 3월 21일에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수용시설 정책 폐지를 비롯한 3대 적폐 청산 요구안을 전달하기도 했다. 420공투단에 따르면 안철수, 심상정 후보는 수용시설 정책 폐지와 자립생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답변했으나, 문재인 후보는 아직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당사 앞에서 진행된 전달식에서 유두선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탈시설은 우리들의 존재를 찾기 위한 투쟁이다. 단순히 시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자신만의 이름을 찾고 삶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 나라가 장애인의 주권을 되찾아줘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촉구했다.
15년간 시설에서 살았던 추경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탈시설 해서 좋은 것은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하기 싫은 것은 안 하고, 내가 말하고 생각한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이 사는 방식”이라며 “장애인 수용시설을 폐지하고 장애인도 인간답게 사는 중앙정부의 탈시설 정책이 수립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송미란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도 “희망원 같은 곳에 장애인들이 스스로 간 것이 아니다.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살지 못하게 하는 이 사회에서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간 것”이라며 “내 아이를 시설에 보낼 마음은 전혀 없다. 아이가 살 곳은 지역사회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혁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아직 탈시설 정책에 대해 약속하지 않은 문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적폐 청산하겠다, 새 시대를 열겠다는 말만 하고 이를 이용하면서 왜 우리의 적폐 청산 요구에는 답이 없는가”라며 “박근혜 정권 시기의 시설 정책은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지역사회에서 도태시키는지 제대로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은 우리와 탈시설 자립생활 전환 정책을 함께 했으면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날 나무를 전달받은 문 후보 측 인사인 최경숙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문 후보도 탈시설 정책에 대해 충분히 잘 알고 있다. 여러분들의 입장을 잘 전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안 후보 측 인사인 정중규 국민의당 장애인위원장도 “장애인이 사회에 통합되는 복지 패러다임이 정책적으로 뒷받침되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 후보를 대신해 나무를 받은 나경채 정의당 공동대표는 “정의당은 사회복지세를 신설하고 여러분과 약속한 정책을 실현할 재원을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이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탈시설 나무' 전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인 후보 측 인사인 최경숙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오른쪽)이 '탈시설 나무'를 받고 있다.
정중규 국민의당 장애인위원장(오른쪽)이 '탈시설 나무'를 받고 있다.
나경채 정의당 공동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탈시설 나무'를 받고 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