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랑의집 폐쇄 3년, 장애인 13명 또다시 ‘시설 뺑뺑이’ 위기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서미화의원실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반복된 학대로 2023년 7월 시설폐쇄 처분을 받은 제주 장애인거주시설 ‘사랑의집’이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6년 8월 1일 폐쇄됐지만, 중증 발달장애인 13명이 아직 잔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는 10월 31일까지를 임시운영 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의 목적을 “이용자 전원 조치를 위한 최소한의 운영”으로 규정했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주특별자치도·제주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폐쇄 처분 이후 퇴소한 24명 중 다른 시설로 옮겨진 사람이 20명(83%)이고, 지역사회에 자립한 사람은 2명(8%), 2명이 가정으로 돌아갔다.
전원자 중 일부는 인천·청주·강릉·안산 등 제주 밖 시설로 보내졌고, 잔류자 1명은 현재 경기도 시흥시 소재 시설에 가입소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시가 보호자에게 최후 통첩으로 보낸 공문 역시 문제적이다. 7월 공문은 “적합한 거주시설로 전원”에 협조해 달라며, 지역사회 서비스에 관한 정보는 전무했다.
9월 공문에는 희망 전원 시설을 알려달라며 전원 대상 시설 25곳 목록을 붙였는데, 안내된 유형별 장애인거주시설 9곳 중 5곳은 정원 30인을 초과하는 대형시설이었으며, 서비스 안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기장애인거주시설도 포함되었다.
다만, 9월 공문에는 “자립을 희망할 경우” 욕구조사를 하겠다며 개인정보 동의서를 9월 21일까지 제출하라고 안내했으나, “기한 내 제출자에 한해 지원”한다는 단서를 덧붙였다.
남아 있는 13명은 모두 중증 발달장애인이며, 10대 미성년자부터 40대까지 있는데 이들의 평균입소기간은 약 15년이다. 특히 이 중에는 만 8세에 입소해 17년, 만 10세에 입소해 16년을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도 있다.
입소장애인들의 시설입소 이력을 고려한 경험이나 정보 제공 없이 보호자에게만 ‘개인정보동의서’를 보낸 것은 그저 면피용 행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지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어린 시절부터 삶의 대부분을 시설에서 보냈고, 그 시설에서 학대까지 겪은 사람들을 또 다른 대형시설로 옮기는 것은 피해 회복이 아니라 일명 ‘시설뺑뺑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제주 사랑의집 문제는 지자체 소관으로만 두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복지부는 지난 9월 10일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를 발표했고, 제주시는 그로부터 나흘 뒤 보호자들에게 전원 시설 목록을 보냈다.
또한 복지부 장애인거주시설 시도 간담회(2025.12.18.)에서 사랑의집 이용자의 도외시설 전원 협조 요청이 이뤄진 바 있다. 내년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과 자립지원 본사업 전환을 앞둔 지금, 학대 피해 장애인의 지역사회 전환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첫 번째 과제라는 것이다.
서미화 의원은 “학대로 문을 닫은 시설의 피해 장애인들을 또 다른 시설로 보내는 것은 피해의 연장”이라며 “복지부와 제주도, 제주시는 자립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당사자와 가족에게 제공하고, 전원이 아닌 자립을 기본값으로 한 개인별 지원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선언한 정부가 지자체 소관이라며 뒤로 물러서서는 안 된다”며 “복지부는 사랑의집 13명 전원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지원 본사업 및 통합돌봄 우선 연계 등 직접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