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복지] 영국 장애인연금 무너졌다

by 노들센터 posted Mar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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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장애인연금 무너졌다" 보수 인사까지 비판 쏟아내

보수당 정부 사회복지 자문위원, 보고서 통해 강한 비판
성급한 근로능력 평가, 책임감 없는 민간 위탁으로 피해자 속출...“전면 재검토해야”

2016년03월16일 12시24분

 

영국 정부의 장애인 연금 축소에 항의하며 거리 시위를 하는 사람들. "The Cuts are Killing" 유튜브 화면 갈무리. 영상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_HxyKTe08MY

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연금 축소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현 보수당 정부의 자문위원회에 참여한 인사까지 장애인연금 축소에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영국 민간 싱크탱크인 '소셜 마켓 파운데이션 싱크탱크(Social Market Foundation Think Tank)'는 '클로징 더 갭(Closing the Gap, 격차 줄이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영국 노동연금부 산하 사회보장 자문위원회에 소속된 매튜 오클리(Matthew Oakely) 자문위원이 작성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영국 정부의 현재 장애인 연금 체계는 "무너졌"으며,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자유 연립 내각이 지난 2010년 집권한 이후, 영국 정부는 2020년까지 장애나 질병으로 일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 중 120만 명을 일자리로 유입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연간 약 10억 파운드(한화 약 1조 8천억 원)의 장애인 연금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근로 능력 평가 지표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평가 및 관리를 위탁받은 민간기업의 평가 방식에도 문제가 많아, 신체적으로는 근로 능력이 충분하지만 정신 질환으로 업무가 어려운 경우를 비롯하여 많은 장애인이 국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데이비드 클랩슨(David Clapson) 씨는 제 1형 당뇨병(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아 생존을 위해 매일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유형) 환자였다. 그러나 노동연금부는 톰슨 씨의 질환을 알면서도 연금 지급을 한 달 동안 중지했다. 이유는 그가 일자리 지원 센터 면담을 한 번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연금 중지 3주 후인 2013년 7월 20일, 클랩슨 씨는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인은 인슐린 부족으로 인한 급성 합병증이었다. 매일 맞아야 하는 인슐린을 차갑게 보관하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하지만, 급여가 끊긴 그는 전기세를 내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톰슨 씨의 위에서는 음식물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음식을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시신 옆에는 이력서 한 더미가 있었다. 유품은 3.44파운드(한화 약 5800원)과 티백 여섯 개,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 하나가 전부였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영국 전역에서 정부의 강경한 장애인 일자리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다. 톰슨 씨와 비슷한 사례 제보도 줄을 이었다.

 

오클리 자문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폐해가 나타난 이유는 정부의 목표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았고,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제도를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면서, △장애인 연금 수급 여부는 근로 능력과 별개로 평가 △일을 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장애 유무와 상관 없이 통합수당(Universal Credit) 지급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산정하여 별도로 지급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 보고서에 대해 칼럼니스트 프란시스 라이언(Frances Ryan)은 일간지 '가디언(Guardian)'에 기고한 글을 통해 "보고서의 내용 자체도 근본적이지만, 정말로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주장을 한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주장이 장애인 활동가도, 복지 예산 축소 반대론자도 아닌, 보수주의자이자 현재 사회보장위원회 자문의 입에서 나왔다"면서 "장애인이 수급을 받으려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국가의) 거짓말이 무너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정부가 장애 평가 기준을 성급하게 만들어내고, 수백만 파운드에 달하는 민간 위탁 계약을 맺으면서 결국 장애인 고용 활성화 정책에는 실패한 것은 '경제적 무지'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비마이너 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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