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하철 오른 전장연… “기획예산처, 장애인권리예산 외면 말라”
800조 예산 편성한다는 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답변은 ‘침묵’
2월부터 요구했는데, 기획예산처는 ‘지방사무·의무조항 아니다’ 핑계
출근길 지하철 나선 장애인들 “장애인권리예산 보장하라”
순차 탑승 예고했지만… 서울교통공사, 11차례 무정차 통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70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다시 지하철역에 선 장애인들이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3일 2027년 정부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이재명 정부에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촉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이날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열린 ‘70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에는 장애인과 연대 시민 100여 명이 모였다.
800조 예산 편성한다는 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답변은 ‘침묵’
지난 7월 8일 전장연은 기획예산처 국민복지예산과장과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을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 전장연은 이 자리에서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7월 말까지 내놓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전장연이 요구한 장애인권리예산에는 △특별교통수단 운전원 인건비 국비 지원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에 따른 학교 형태 장애인평생교육시설 국비 지원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제도화를 위한 시범사업 예산 편성 △활동지원서비스·탈시설 지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예산 증액 등이 포함됐다. 이는 장애인의 이동권과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자립생활권리 보장을 위한 예산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26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을 800조 원 플러스알파 규모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침을 밝히며, 개편을 통해 확보되는 재원을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유아교육의 균형적 발전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의 예산 편성 계획에는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전장연이 7월 말까지 요구한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에 대한 답변도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뒤로 열린 지하철 문 너머로 시민들이 보인다. 사진 김소영
2월부터 요구했는데, 기획예산처는 ‘지방사무·의무조항 아니다’ 핑계
전장연은 지난 2월부터 기획예산처와 국토교통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을 잇달아 만나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해 왔다.
지하철 탑승에 앞서 발언에 나선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고용노동부로부터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시범사업 추진 약속을 받았고, 보건복지부에는 탈시설과 주거지원서비스 예산을, 교육부에는「장애인평생교육법」 시행에 따른 예산 편성을 각각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교육부 장관 역시 관련 예산 편성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각 부처와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총괄하는 기획예산처는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특히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은 국비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장애인들이 차별받고 있다. 국가가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최근 제정된 「장애인평생교육법」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기획예산처는 (‘해야 한다’가 아닌) ‘할 수 있다’는 조항이라는 이유로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획예산처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 대해서는 유사·중복사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능력주의 중심의 기존 일자리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새로운 일자리”라며 “장애인의 이동권과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권리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인데도 지방사무, 유사사업이라는 등의 이유로 국가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법에 ‘할 수 있다’고만 해놓고 예산을 보장하지 않으면 그 법은 아무 의미가 없다. 정부는 장애인들이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권리예산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복적으로 지하철을 무정차시키는 서울교통공사에 항의하는 참가자들. 사진 김소영
휠체어 이용 장애인 활동가가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순차 탑승 예고했지만… 서울교통공사, 11차례 무정차 통과
투쟁 및 연대 발언을 마친 참가자들은 ‘2027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제도화 촉구 결의대회’가 열리는 서울역 인근 한국재정정보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승강장 안쪽으로 향했다. 20여 명의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도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각 출입문 앞에 나뉘어 대기했다.
그러나 오전 8시 42분, 열차는 승강장을 그대로 통과했다. 무정차 통과였다. 참가자들이 항의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열차는 총 11차례 무정차 통과했고, 참가자들은 약 50분이 지난 뒤에야 지하철에 탑승할 수 있었다. 전장연이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을 각 칸 출입문에 나눠 순차적으로 탑승시키겠다는 계획을 사전에 알렸음에도 무정차 운행을 반복한 것은 서울교통공사의 과도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장연은 2027년도 정부 예산안이 9월 초 국회에 제출되기 전까지 8월 한 달간 이재명 정부와 기획예산처에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간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과 18일, 24일 오전 8시 혜화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3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