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폭행 사망 ‘반구대병원’, 정신장애인들 “울산시, 탈원화 지원하라”

30일 오후 3시, 울산시청 앞에서 울산반구대정신병원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정신장애인들이 울산시청과 울산경찰청을 찾았다. 울산시 울주군에 위치한 정신병원 반구대병원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동료지원쉼터협회 등 2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울산반구대정신병원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30일 오후 3시 울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1시간 40여 분 동안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는 참가자 30여 명 가운데 거의 모두가 발언에 나섰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이들은 빨갛게 언 손으로 피켓을 들고, 주먹을 높이 쥔 채 구호를 외쳤다.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가둬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저마다의 이야기와 절박함을 전했다.
이날 공대위는 울산시와의 면담을 통해 △민관 합동 긴급 울산 정신병원 탈원화 TF(Task Force, 전담팀) 구성 △즉각적인 현장 점검과 환자 탈원화 지원 시행 △반구대병원에 대한 특별감사 및 합동점검 실시와 강력한 행정처분 지시 등을 요구했다. 이후 울산경찰청에 반구대병원 측을 업무상 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사람 중심 권리 기반 정신건강 정책개혁”, “사람 잡는 고문강박 지금 당장 중단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반복되는 지적장애인 사망에도 책임 회피하는 반구대병원
지난 2022년 1월 반구대병원 폐쇄병동에서 지적장애인 ㄱ 씨가 다른 환자 2명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들은 ㄱ 씨의 목을 조르고 넘어뜨린 뒤 발로 등을 밟았고, 이로 인해 ㄱ 씨가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5년 11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정신병원 입원 생활을 견딜 수 없어 교도소에 가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구대병원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2024년 7월에는 또 다른 지적장애인 ㄴ 씨가 다른 환자에게 폭행을 당한 뒤 의식불명 상태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4개월 만에 사망했다.
그럼에도 반구대병원은 관리·감독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22년 사망한 ㄱ 씨의 유족이 반구대병원 측에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병원 측은 소송 답변서에서 “병원이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오히려 피해자가 자신 및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23일 한겨레 보도를 통해, 장애인거주시설에 거주하던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지속적으로 반구대병원으로 유입되어 온 사실이 알려졌다. 반구대병원을 관할하는 울산시 울주군 보건소가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장애인거주시설로부터 63명의 중증장애인 환자가 반구대병원으로 전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복지법인 동향원이 운영하는 반구대병원과 같은 법인 소속 거주시설인 동원재활원, 동연요양원 사이에서 장애인들을 돌려가며 수차례 입·퇴원시키는 행태가 반복돼 온 사실도 드러났다. 정신병원은 ‘정신과 입원료 차등수가제’에 따라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병원이 받는 하루당 입원료(수가)가 낮아지는 구조로, 이 같은 제도 아래에서 병원 운영 논리에 따라 입·퇴원이 반복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개인의 문제 아닌 정신병원에 사람 가두는 구조가 만든 예견된 참사”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한결 공대위 공동위원장이 ㄱ 씨 유족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유족은 “제 오빠는 반구대병원에 입원해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을 그곳에서 살아왔다. 가족에게 병원은 ‘치료의 공간’이었고, ‘안전해야 할 곳’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을 다잡고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처참하게 배신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해자의 ‘나가고 싶어서 죽였다’는 진술은 단순한 범행 동기가 아니라, 이 병동의 관리 부재와 통제 실패를 그대로 드러내는 고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CCTV를 확인한 유족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오빠는 범인들과 오랜 시간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지만, 그 시간 동안 그 누구도, 단 한 명의 관리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도 개입하지 않았다. 병원은 철저히 침묵했다”고 했다.
유족은 “더 참담한 것은, 오빠가 사망한 이후 병원의 태도였다. 사망 후 집으로 도착한 것은 ‘퇴원 처리됐다’는 내용의 우편물이었다. 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병원은 사망이 아닌 ‘퇴원’이라는 행정처리로 오빠의 생을 정리했다. 이 사건은 개인 간의 우발적 범죄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병원 시스템 안에서 발생한 명백한 인재다. 이 진실이 외면되지 않도록 유족은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김치훈 장애우권익연구소 소장은 “반구대병원에서 벌어진 일은 더 이상 안타까운 사고가 아니다. 2022년, 그리고 2024년 같은 병원, 같은 폐쇄병동에서 같은 방식의 죽음이 반복됐다. 이 두 사건 사이에 무엇이 바뀌었는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병원은 도의적 책임이 없다며 사과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렸고, 관리 실패를 구조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돌렸다. 그러나 이 죽음들은 정신병원에 사람을 가두는 구조가 만들어 낸 예견된 결과”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울산광역시는 이 반복된 죽음 앞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울산시는 정기 점검에서 이 병원에 대해 반복적으로 적합 판정을 내렸다. 사람이 죽어도, 증언이 쌓여도, 문제가 제기돼도 서류 속 병원은 늘 ‘문제없음’이었다”라며 “울산시장은 지금 즉각 면담에 응하고 책임 있는 답을 내놓아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직후 공대위 대표단은 울산시청 시민건강과 과장과 정신건강팀 팀장, 울주군 보건소 팀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울산시청 측은 이 자리에서 ‘제도 개선이 먼저다’, ‘탈원화와 관련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시는 공대위의 요구안에 대한 공식 답변을 오는 2월 13일까지 공문으로 전달하겠다고 했다.
공대위, 울산경찰청에 병원장·의료진 등 형사 고발
이후 공대위는 반구대병원 병원장, ㄱ 씨 사망 당시 주치의와 담당 간호사를 울산경찰청에 고발했다.
공대위 소속의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병원장과 의료진이 환자 간 폭력에 대비한 인력 배치와 응급대응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고, 폭행 상황에서도 현장 진찰과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구조가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간호사가 필수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채 이송을 늦춘 점은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병원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숨져야 책임을 묻는 것이냐”며, 울산경찰청에 “병원과 의료진의 책임을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한 형사처벌을 통해 장애를 이유로 생명이 가볍게 취급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울산경찰청 앞에 모인 기자회견 참가자들. 사진 김소영

공대위가 울산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이날 공대위는 반구대병원에서 인권침해를 당한 추가 피해자를 찾고 있다며,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구대정신병원공동대책위원회에서는 반구대정신병원에서 발생한 사망 등 인권침해 사건을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에 추가 피해자를 찾고 있으니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힌 피해자 제보 포스터.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9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