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교체 시 장애인은 집에서 ‘자원봉사’로 서비스 받아라?

2022년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도 엘레베이터 공사로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권이 제한되는 일이 있었다. 사진 속에는 엘레베이터 앞 공사 중이라고 표지가 설치되어 있고 휠체어 이용자가 그 앞에 가만히 있다. 사진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페이스북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아파트 승강기를 교체할 때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 이동권을 보장하는 방안 대신 ‘자원봉사’를 통한 자택 내 서비스 제공 방안 마련을 중점적으로 권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인권위는 과거 유사한 사안에서 진정인에게 대안 주거공간 마련을 권고한 바 있어, 이번 판단이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기준을 후퇴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5일 인권위는 ‘아파트 승강기 공사 과정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장애 차별’ 진정 사건에 대한 결정문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공동주택 승강기 공사 시 장애인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와 관리사무소가 “승강기 관련 공사일정을 (당사자와) 사전에 협의 조정하고, 자원봉사자 그룹 조직을 통해 식료품 전달, 수시 건강 상태 확인, 응급 상황 대응 등 실질적인 생활 지원 체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아파트 11층에 사는 지체 장애인에게 명백한 차별
인권위가 발표한 결정문에 따르면, 사건 진정인 ㄱ 씨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으로 아파트 11층에 거주하고 있다. 또한 ㄱ 씨는 매주 5회 이상 물리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상황으로, 승강기 이용이 제한된다면 일상적인 치료 접근이 차단될 우려가 있었다.
ㄱ 씨는 승강기 교체 안내가 게시된 이후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 측에 승강기 이용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 마련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ㄱ 씨는 휠체어를 주로 이용하지만 아주 짧은 거리의 보행은 가능한 장애인으로 대체 이동수단 제공이 어렵다면 부축할 수 있는 인력이라도 배치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는 경비원 등이 돌봄 전문 인력이 아니라며 이 역시 거절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ㄱ 씨는 “계단에서 부축하여 이동하기에는 신체가 건장한 편이어서 위험할 수 있고, 외출하기 위해서는 승강기 이용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ㄱ 씨는 최소한의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부축할 수 있는 인력을 요청한 것이나 아파트 측은 이마저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인권위는 “승강기 이용 제한이라는 동일한 조치가 (입주민 전체에) 적용되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계단 이용이 불가능한 입주자에게만 과도한 불이익이 발생하는 차별적 결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각종 장소로의 접근뿐 아니라 서비스도 제한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피해 정도가 크다”고 결정했다.
공익 목적이므로 장애인도 이동 제약 감수해야?
인권위는 이와 동시에 관리사무소나 아파트 입주회가 “입주자의 생명과 신체, 재산의 보호 등 공익을 위한 업무의 일환”으로 승강기 교체를 진행했으므로 “차별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있지는 않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이동에 대한 대책으로는 승강기 관련 공사 일정을 사전에 조율하고, 서비스 누락분에 대해서는 집에서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식료품 전달, 위기 상황 점검 등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사회 연계만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2025년 6월 아파트 고층에 거주하는 중증지체장애 3인, 중증호흡기장애 1인, 중증시각장애 1인, 중증뇌병변장애 1인이 각각 진정한 유사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취지의 권고를 결정한 바 있다.
해당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의 ‘공사 시기를 사전에 조율하라’는 권고의 취지는 장애인이 ‘휴가나 방학 기간’ 등에는 정기적으로 외출하지 않아도 되므로 이런 시기에 공사를 할 경우 이동권 제약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2023년 권고와 비교해보니 인권위 권고 오히려 후퇴했다?
반면 인권위는 같은 사안임에도 지난 2022년 의결한 결정례에서는 승강기 교체 공사로 장애인의 이동권이 제약될 시 대안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심한 신장장애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승강기 교체 공사로 이동권이 제약되는 상황에 대해 “외부 출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점에서 (다른 입주민과) 피해의 정도가 다르다”고 봤다.
또한 “아파트의 설계 구조상 다른 물리적인 대체 이동수단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공사기간 동안 다른 장소 등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 조치를 취하지 않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자회에 대해 배상 등을 권고했고, 같은 해 유사 진정 사건에 대해서도 동일한 내용을 권고했다.
초록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정책국장은 이번 인권위 권고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은 휴가나 방학 때 집에 갇혀 있어도 된다는 입장인지 되묻고 싶다”며 “공익을 위한 업무라고 하더라도 이동권은 제한되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9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