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참여 연극은 ‘연극’이 아니라 ‘좋은 일’? 서울연극협회 차별 논란

by 활동지원팀 posted Jan 09, 202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장애인 참여 연극은 ‘연극’이 아니라 ‘좋은 일’? 서울연극협회 차별 논란

 

확대이미지

서울연극창작센터를 배경으로 진준엽 극단 ‘무적의 무지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진 대표 옆에서 ‘좋은 일’, ‘편견’이 한 글자씩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재민

 

‘차별’이 한 글자씩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기자회견 참가자들. 사진 이재민
‘차별’이 한 글자씩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기자회견 참가자들. 사진 이재민


서울연극협회가 회원 가입을 신청한 극단에 ‘장애인 연극은 전문연극이 아니다’라는 등 차별 발언을 한 사실이 있어, 장애∙예술인들이 규탄에 나섰다.

7일 오전 11시 서울연극협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연극창작센터 앞에서 장애예술인을 포함한 장애인 및 예술인 20여 명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 80개의 단체와 813명이 참여하는 ‘서울연극협회의 책임 이행을 요구하는 연극∙예술∙장애∙인권 연대’(아래 연대)를 결성했다.

이들은 서울연극협회 이사회가 지난 2025년 12월 26일 ‘신입회원 입회 심의 및 관련 공식 사과문’을 통해 회원 심사 면접 과정에서 차별이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차별 지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장애인 출연 작품은 전문연극이 아니다?

서울연극협회가 사과한 사건은 지난 2025년 9월 10일에 일어났다. 서울연극협회의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고자 했던 ‘무적의 무지개’ 극단 대표 진준엽 씨는 회원 가입 신청서와 함께 ‘무적의 무지개’의 작품 4편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다. 이 4편의 연극에는 장애인이 배우로 참여한 「란, 태수야」, 「이 동네 개판 5분 전」이 포함됐다.

그런데 신규 회원 심의에 참여한 ㄱ위원이 장애인이 참여한 두 연극에 대해 ‘전문연극이 아니다’라며 다른 작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함께 있던 심의위원들도 이에 동조했다. 이유는 두 작품에 출연한 전체 배우들이 전문 연극인이 아니고, 상연 장소도 장애인문화예술원이 운영하는 ‘이음아트홀’로 장애인 공연만 올리는 곳이라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진 대표는 연극에 참여한 장애인 배우들의 경우 장애인 극단 소속으로, 1년에 2~3편의 작품에 출연하고, 다른 비장애인 배우들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발급하는 예술활동증명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진 대표가 현장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들은 답변은 ‘협회가 인정할 수 있는 연극 4개를 올린 후 좋은 일을 계속하시면 된다’와 같은 내용이었다. 진 대표는 특히 ㄱ위원이 본인도 장애인 극단에 관여하고 있는데 소속 배우들에게 ‘너희는 전문 연극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하며 개탄했다.

ㄱ위원은 현재 차기 서울연극협회장 후보로 출마한 상황이기도 하다.

장애예술인들, 거리로 나와 서울연극협회 규탄

장애예술인들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원 가입 심의 과정에서 발생한 서울연극협회의 차별적 언행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 앞에서 휠체어를 탄 임일주 장애인 당사자 배우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재민

기자회견 참가자들 앞에서 휠체어를 탄 임일주 장애인 당사자 배우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재민


창작 뮤지컬 「프렌즈」를 통해 데뷔하고 지난 5년간 200회 넘게 무대에 선 장애인 당사자 배우인 임일주 씨는 “(심의위원이 한 말은) 당신이 참여한 작품은 전문연극이 아니야, 너 같은 배우가 무대에 서면 그 작품은 덜 전문적이 된다고 들린다”며, 하지만 자신은 “욕창이 생겨 피범벅이 되어도 공연 날은 웃으면서 무대에 섰다”고 밝혔다.

장애인문화공간에서 10여 년간 배우, 연출가, 작가로 활동한 김주현 씨는 “의도치 않는 차별이나 비하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제작 과정이나 배역에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하는 것”이라며 서울연극협회에 대책을 강구하라고 요청했다.

또한 최옥란 열사의 이야기를 다룬 「란, 태수야」에서 최옥란 역을 연기한 장애인 당사자 배우인 박세영 씨 역시 “차별에 찬성하는 예술은 없다”며 “서울연극협회가 연극인을 위한 단체라면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서울연극협회 “책임 있는 안 마련하겠다”

 

연대 공동대표들이 서울연극협회 회장에게 성명서와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이재민
연대 공동대표들이 서울연극협회 회장에게 성명서와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이재민


연대는 구체적으로 서울연극협회에 △심의 과정에서 발생한 차별 상황에 대한 쟁점, 판단구조, 책임지점을 명시한 사과문 게시 △차별 행위에 대한 조사, 조치 등 책임 이행 방안 마련 및 진행과정 공개 △신입회원 심의 및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장애∙인권감수성 교육 의무화 및 심의자문 구조 마련 △차별 발생 시 즉각적인 조사와 제재 가능한 인권∙윤리 대응절차 마련 △ㄱ위원의 공개사과 및 차기 협회장 후보직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마지막에 연대의 입장서와 요구안을 받으러 나온 박정의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저희 협회 규정에 존재하지 않는 전문 연극인이라는 기준을 심사에 적용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며 부적절한 기준으로 평가했음을 시인했다. 또한 “계속 모여서 논의하고 있다”며 “조금 더 책임 있는 안을 낼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9230)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